“체대 나온 아내와 해병대 나온 남편…함께하는 헬스 심심하지 않아요” [셀럽들의 7330]

입력 2023-11-24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이제 그만 하면 안 될까?” “딱 1세트만 더!” 성악가 안갑성(왼쪽), 뮤지컬 배우 김민주 부부는 요즘 함께 헬스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운동은 이들 부부에게 삶의 원동력이자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다.

“지구력 좋은 남편, 유연성은 ‘꽝’
웨이트·스트레칭 자세 잡아주죠
시간있을땐 기구·덤벨 근력운동
바빠도 30분정도는 걷고 뛰어요”
국내 뮤지컬 배우 부부는 꽤 있다. 김소현 손준호 부부가 단박에 떠오른다. 김선영 김우형, 박혜나 김찬호, 차지연 윤은채, 안재욱 최현주, 이충주 정단영, 임병근 김건혜 등 찾아보면 의외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오늘 소개할 부부는 좀 더 각별하다. 아내는 뮤지컬 배우, 남편은 성악가. 전혀 다른 장르의 예술을 하고 있지만 이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것뿐만 아니라 함께 무대에 서는 날도 많다. 전국의 거의 모든 공연장에서 이들 부부에게 끊임없이 출연 러브콜을 보내오는 것에는 뮤지컬과 성악이라는 독특한 예술적 조합이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어쌔신’, ‘위대한 캣츠비’, ‘모차르트 오페라 락’, ‘맨 오브 라만차’ 등의 작품에 출연한 뮤지컬 배우 김민주와 독일 베를린국립음대를 나와 유럽에서 오페라 가수를 하다 귀국해 활발하게 국내 활동을 하고 있는 바리톤 안갑성. 두 사람은 2015년 결혼했는데, 당시 안갑성이 굵직한 바리톤 저음으로 프러포즈 했다는 “당신의 DNA가 탐이 나오”라는 멘트는 꽤 유명하다.

김민주 안갑성 부부는 요즘 함께 운동하는 재미를 붙였다. 여기서 퀴즈 하나.

“체대 나온 여자와 해병대 나온 남자 중 누가 더 운동을 잘 할까?”

김민주는 한국체육대 사회체육과를 나왔다. 국내 뮤지컬 배우 중 유일한 한체대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남편 안갑성은 해병대에서 복무했다. 김민주는 “해병대 출신이라 그런지 지구력이나 정신력은 훌륭한데 유연성은 큰일 날 수준”이라며 “스트레칭 자세나 간단한 웨이트 운동을 도와주는 편”이라고 했다. 안갑성은 “무서워요”라며 웃었다.

이들 부부가 애용하는 운동장소는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커뮤니티에 있는 헬스장이다. 바쁜 스케줄이지만 시간을 맞춰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가려고 노력한다. 김민주는 “시간이 별로 없는 날에는 30분 정도 걷고 뛰는 유산소 운동만 하고 올 때도 있다. 여유가 있을 때는 기구나 덤벨로 근육에 긴장을 주고, 스트레칭룸에서 쫙쫙 몸을 늘려주고 온다”고 했다.

남편은 아내만큼 적극적이지는 않았다. 김민주는 “운동을 해서 몸이 아프면 다음날 공연을 못 한다는 둥 온갖 핑계를 대며 도망다니곤 했다. 그러던 사람이 코로나에 한번 걸리고 나서 몸 회복이 안 되는 걸 느끼더니 지금은 나보다 더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 가족들이 잘 때 혼자 헬스장에 다녀오기도 한다”고 했다. 이 말에 안갑성은 “사실 러닝머신 위에서 뉴스를 보다 오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부부가 함께 운동을 하니 장점도 단점도 있단다. 무엇보다 심심하지 않게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 단점은 “내 운동에 집중하는 시간이 짧아지고 느슨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란다.

무대에 서는 직업이다보니 운동과 함께 식단조절은 필수. “살이 찌는 걸 너무 싫어한다”는 김민주는 간헐적 단식으로 건강을 유지한다. 하지만 공연 전날에는 ‘힘나는 음식’을 반드시 챙겨 먹는다. 바로 고기다.

안갑성은 “아내가 주는 대로 먹는 편이지만 오페라나 클래식 무대에 서야 할 때면 닥치는 대로 먹어서 3kg 정도 살을 찌우는 습성이 있다. 그래야 마이크 없이도 노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인데, ‘잘 먹어야 소리가 잘 난다’는 것은 나의 모토이기도 하다”고 했다.

요즘 이들 부부는 대전에서 열릴 예정인 온 가족을 위한 크리스마스 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12월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과 함께 한다. 작년 12월에는 장애·비장애통합오케스트라와 장애인복지관 투어를 했다.

김민주는 “연말에 따뜻하고 의미있는 공연을 할 때마다 우리가 왜 음악을 하고, 공연을 하며 살아가는지 새삼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좋은 의미의 공연을 많이 하고 싶다”고 했다.

이들 부부가 함께 서는 무대가 궁금하다. 예를 들어 ‘오페라의 유령’의 가면 쓴 유령과 크리스틴은 어떨까. 자욱한 안개. 수백 개의 캔들이 켜진 환상적인 미궁 속을 느릿느릿 움직이는 보트. 말없이 노를 젓는 유령의 모습을 바라보는 크리스틴. 명장면 중 하나다. 이때 안갑성 ‘유령’이 김민주 ‘크리스틴’에게 말한다.

“크리스틴. 팔이 몹시 아프구려. 체대 나온 당신이 대신 좀 저어주면 안 되겠소?”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