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국민엄마’? 쑥스러워…내 딸은 ‘개그맨 엄마’래요”[인터뷰]

입력 2024-01-26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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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엄마’로 불리는 배우 김미경이 “고작 6살 어린 엄정화의 엄마 역할까지 맡고는 기가 찼다”며 웃었다. 사진제공|씨엘엔컴퍼니

‘새 국민엄마’로 등극한 배우 김미경

엄마 달인? 96세 울 엄마만큼 못해
혼자서 네 자매 사랑으로 키우셨죠
실제 20대 딸 앞에선 ‘개그맨 엄마’
꿈? 연기로 먹고살기 이미 이뤘죠
배우 김미경(61)이 김혜자, 고두심, 김해숙에 이어 새로운 ‘국민 엄마’로 등극했다. 20년간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서 따뜻하고 정 많은 엄마 역할을 선보이면서 시청자들의 가슴 한편에 자리 잡았다. 작품 속에서 만난 스타 아들, 딸들만 해도 배우 김태희, 엄정화, 신혜선, 서인국 등 벌써 70여 명을 훌쩍 넘는다.

최근에는 단순히 주인공 엄마 캐릭터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사연을 가진 엄마로서 드라마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종영한 JTBC ‘웰컴투 삼달리’에서는 바다에서 친구를 잃은 해녀로, 티빙 ‘이재 곧 죽습니다’에서는 아들의 극단적 선택 앞에서 무너지는 엄마로 등장해 눈물샘을 자극했다.

25일 서울 강남구 씨엘엔컴퍼니 사옥에서 만난 김미경은 “엄마의 마음은 다 똑같다. 여러분들의 엄마와 똑같은 심정으로, 그리고 내가 우리 딸을 생각하는 그 마음 그대로 극중 캐릭터들을 연기해 왔을 뿐”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 엄마를 보고 배웠죠”

그의 ‘엄마 인생’은 41세 무렵이던 2004년, SBS ‘햇빛 쏟아지다’에서 당시 27세였던 류승범의 엄마 역을 제안 받으면서 시작됐다. 김미경은 “장성한 아들을 두기엔 너무 젊어 보이진 않나 걱정했는데 그래도 해보자 싶어서 덥석 받아들었다”고 돌이켰다.

“걱정이 무색하게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엄마 역할만 물밀듯이 들어왔어요. 그때부터 쭉 엄마로 살았죠. 다양한 캐릭터에 욕심은 있었지만, 딱히 거절 안 했어요. 이야기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역할이라면 얼마든지 ‘오케이’거든요. 그래도 지난해 JTBC ‘닥터 차정숙’에서 6살 어린 엄정화 씨의 엄마 역할을 제안 받았을 땐 좀 기가 차더이다. 하하!”

그 이후 수많은 엄마를 연기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산후우울증에 시달리는 딸(정유미)을 안타까워하는 엄마부터 tvN ‘또 오해영’에서 고달픈 연애로 상처받은 딸(서현진)을 보듬고, ‘이재 곧 죽습니다’에서 삶을 등진 아들(서인국)의 시신 앞에서 “집에 가자”며 오열하는 엄마까지 다양했다. 그는 모든 캐릭터에 “내 엄마를 투영했다”고 돌이켰다.

“올해 96세인 어머니는 10살 무렵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네 자매를 홀로 키우셨어요. 그런데도 자매들이 단 한 순간도 아버지의 부재 때문에 외롭거나 힘들지 않도록 해주셨죠. 참 강하면서도 누구 하나 소홀함 없이 따뜻하게 품어주셨어요. 보고 배운 대로 내 자식을 키웠고, 엄마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지만 내 엄마만큼은 못하는 것 같아요.”


●“국민 엄마? 영 쑥스럽네요!”


20대인 딸 앞에서는 “개그맨 엄마”가 된단다. 딸을 “베스트프렌드”로 소개한 김미경은 “딸은 비밀 하나 없고, 세상에서 내가 제일 웃긴다고 그런다”고 말했다.

“무서운 엄마가 되긴 싫어요. 딸도 제가 엄마 역할로 주목을 받는 걸 뿌듯해하는 거 같아요. 얼마 전에 ‘이재 곧 죽습니다’ 마지막 회를 보면서 밥을 먹다 대성통곡했대요. 그래도 드라마 보고 나면 ‘내 엄마야!’라며 매번 질투한답니다.”

드라마에서 엄마와 딸 인연을 맺은 장나라, 김태희, 박신혜 등과는 아직도 절친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김태희와는 불과 며칠 전에 연극을 함께 봤고, 이제는 ‘친구’가 돼 버렸다는 장나라를 두고는 “90살 노인이 몸속에 들어있는 애”라며 껄껄 웃었다.

“드라마를 본 해외 시청자들도 제 SNS에 ‘Umma(엄마)’라고 불러요. 우루과이같이 머나먼 나라 시청자도 댓글을 다는 걸 보면 참 신기해요. 무엇보다 39년 전, 연극 무대로 데뷔할 당시에 연기로 먹고살고 싶다는 꿈을 이뤄서 행복해요. 죽기 직전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마지막까지 ‘이게 내 진심인가?’ ‘이게 최선인가?’하는 나만의 싸움은 계속할 거예요. 그래도 아직 ‘국민 엄마’는 쑥스럽네요. ‘국민 언니’ 먼저 해보면 안 될까요?”

유지혜 스포츠동아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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