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은퇴…“박수칠 때 떠난다”

입력 2024-02-28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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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황’ 나훈아가 사실상 가요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팬들에게 남긴 편지에서 올해 마지막 콘서트를 끝으로 “마이크를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예어라

“한발 한발 걸어온 가수 58년…여러분, 고마웠습니다”

마지막 콘서트 예고하며 편지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는 것이
이렇게 용기 필요한줄 몰랐다”
4월부터 순회 라스트 콘서트
“박수칠 때 떠난다.”

‘가황’(歌皇) 나훈아(77)가 반백 년 동안 잡은 “마이크를 내려놓겠다”며 사실상 가요계 은퇴를 시사했다. 그간 왕성한 활동은 하지 않아도 공연으로나마 모습을 드러냈던 그가 갑작스럽게 “떠난다”고 해 가요계 안팎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나훈아는 27일 소속사를 통해 ‘고마웠습니다!’라는 제목의 편지(사진)에서 “한발 또 한발 걸어온 길이 반백 년을 훌쩍 넘어 오늘까지 왔다.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는 것이 이렇게 용기가 필요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며 “박수칠 때 떠나라는 쉽고 간단한 말의 깊은 진리의 뜻을 저는 따르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세월의 숫자만큼이나 가슴에 쌓인 많은 이야기를 다 할 수 없기에 ‘고마웠습니다!’라는 마지막 인사말에 저의 진심과 사랑 그리고 감사함을 모두 담았다”고 썼다.

나훈아는 편지에서 더 이상 공연을 하지 않겠다거나 가수 활동을 중단한다는 등 은퇴를 못 박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콘서트를 준비하면서”라는 말로 사실상 올해 열리는 콘서트가 그의 마지막 무대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나훈아의 ‘2024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는 4∼7월 인천, 청주, 울산, 창원, 천안, 원주, 전주 등에서 열린다.

나훈아는 이번 공연의 제목도 ‘고마웠습니다’로 정하고 오랜 기간 그를 지지해 준 팬들에 대한 마음을 담았다. 그는 “긴 세월 저를 아끼고 응원해주셨던 분들의 박수와 갈채는 저에게 자신감을 더하게 해주셨고, 이유가 있고 없고 저를 미워하고 나무라고 꾸짖어 주셨던 분들은 오히려 오만과 자만에 빠질 뻔한 저에게 회초리가 되어 다시금 겸손과 분발을 일깨줬다”며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크고 높은 소리로 외쳐드리고 싶다. 여러분, 고마웠습니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나훈아는 1960년대 중반 혜성같이 등장해 가요계 60년사에서 싱터송라이터로 가장 많은 히트곡을 낸 유일한 뮤지션”이라며 “촘촘하게 이어온 음악적 성취와 독보적인 무대 매너를 자랑했다. 특히 자타가 공인하는 철저한 공연 철학은 후배 뮤지션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예아라



이어 “당대 최고 뮤지션으로 여전히 군립하고 있는 현역 가황의 마지막 공연 선포는 안타깝지만, 이별의 미학을 선보인 가황의 철학은 인기에 연연하는 오늘의 가요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1966년 ‘천리길’로 데뷔한 나훈아는 ‘무시로’, ‘잡초’, ‘갈무리’, ‘울긴 왜 울어’, ‘임 그리워’, ‘강촌에 살고 싶네’, ‘물레방아 도는데’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사랑받았다.

이정연 스포츠동아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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