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게임 체인저’ 황성빈의 절실함, 암흑 속 롯데 구했다 [베이스볼 피플]

입력 2024-04-22 21: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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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황성빈(오른쪽)이 역대급 초반 부진에 시달리는 팀을 180도 바꿔놓았다.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 역대급 초반 부진에 시달리고 있었다. 17일 잠실 LG 트윈스전까지가 8연패였는데, 이 8연패부터가 무려 4년 6개월 20일(1660일) 만이었다. 그리고 이날 2003년(2승2무16패) 이후 21년 만에 개막 20경기에서 16패를 당하는 불명예까지 뒤따랐다. 2003년은 정규시즌 최하위에 그친 해이자, 롯데가 구단 역사상 최장 기간 포스트시즌(PS) 진출 실패를 겪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순위 ‘8-8-8-8-5-7-7’에 든 해였다. 또 다시 구단 역대 최대 암흑기를 떠올리게 만드는 형국이었다.

이 흐름을 뒤바꿔놓은 주인공이 황성빈(27)이다. 이에 앞서 롯데에서 초반 흐름을 바꿔놓는 인물은 없었다. 프리에이전트(FA) 선수를 비롯해 팀 내 고액연봉자는 부진에 따라 2군에 가거나 제 몫을 하지 못했다. 마침 김태형 롯데 감독이 기대를 밑돈 기존 외야수 김민석을 2군에 보내고 황성빈에게 선발출장 기회를 주면서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황성빈은 이날 멀티히트(5타수 2안타 1도루)는 물론, 1회초부터 무려 두 베이스나 더 뛰는 폭발적 주루를 앞세워 8연패를 끊는 데 앞장섰다.

활약은 한 경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후 김 감독이 미소 짓는 날이 더 늘었다. 19일 사직 KT 위즈전에서는 1-3으로 뒤진 7회말 1사 1루서 우익수 키를 넘기는 1타점 적시 3루타를 치고, 다음 타석 때 상대 폭투가 나오자 잽싸게 동점을 만드는 득점을 올렸다. 게다가 이미 이전 타석까지 1안타, 1볼넷으로 멀티출루를 기록 중이었다. 이날 김 감독이 퇴장을 불사하고 비디오판독에 항의해 선수단 분위기를 바꾸려고 했는데, 이에 앞서 이미 황성빈이 경기 주도권을 되찾아놓았기에 더 큰 시너지가 났다. 이에 김광수 롯데 벤치코치는 “(황)성빈이는 타석과 누상에서 결정적 순간마다 집중력을 발휘하는 선수”라며 “황성빈이 (롯데에) 흐름을 가지고 왔다”고 고마워했다.

여기에 21일 사직 KT와 더블헤더에서는 하루에 홈런 3개를 날리는 기염을 토했다. 멀티홈런과 연속경기홈런 모두 데뷔 후 처음이었다. 이 덕분에 KT와 시즌 첫 만남에서 2승1무를 챙겼는데, 이날 거둔 KT 상대 위닝시리즈는 무려 343일 만이었다. 여기에 최하위까지 벗어났다. 황성빈이 깊은 동굴 속 암흑에 갇혀 있는 롯데를 구했다. 전역 후 센세이션을 일으킨 2022년처럼, 자신을 ‘점화 플러그’라고 부른 래리 서튼 전 감독 말처럼 늘 절실하게 뛰고, 늘 준비하고 있었기에 어렵게 다시 얻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황성빈은 “지금까지 내 노력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은 날”이라며 “가끔 내 노력을 스스로 의심할 때가 있었다. ‘과연 노력한다고 전부 결과로 나오는 걸까?’라는 의구심을 가져본 적도 있지만, 내가 틀린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나를 응원해주시고 도와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내 기억에 사직구장에서 수훈선수 인터뷰를 한 것은 처음 같다”며 “인터뷰하는 동안 많은 팬이 내 응원가를 불러주시는데, 눈물이 고이는 것을 참느라 정말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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