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무비] ‘아카데미 최초’ 외국어영화로 작품상 탄 ‘기생충‘ 역사 다시 썼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로컬 시상식”이라고 말했던 봉준호 감독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역사 뿐 아니라 아카데미 역사마저 다시 쓰고 말았다.

9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엔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거머쥐며 4관왕이라는 기염을 통해냈다.

특히 작품상에 ‘기생충’이 발표되는 순간, 전 세계 영화인들은 기립박수를 치며 수상을 축하했다. 외국어 영화로는 역대 11번째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기생충’은 9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초로 작품상을 받은 외국어 영화로도 등극했다.

바른손이앤에이의 곽신애 대표는 “할 말을 잃었다. 상상도 해 본적이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니 너무 기쁘다. 지금 이 순간이 굉장히 의미 있고 상징적이고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여진 기분이다. 이러한 결정을 해주신 아카데미 회원 분들에게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밝혔다.

곽 대표는 백스테이지 인터뷰에서도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이 선택은 영화의 진정한 가치와 힘을 믿는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그렇기에 선택해주신 분들을 존경하며 또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믿기지 않는 듯 “깨어나면 꿈일 것 같다. 초현실적인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라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이날 마틴 스콜세지와 쿠엔틴 타란티노 등 거장 감독들과의 경합에서도 이겨 감독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은 어쩔 줄을 몰라하면서도 인상적인 수상소감을 남겼다.

봉준호 감독은 “좀 전에 국제영화상을 수상하고 오늘 할 일은 다 끝났다고 생각해 마음을 놓고 있었다”라며 “감사하다”라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이어 “어렸을 적 영화 공부를 할 때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이었다. 이 말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한 말이었다”라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이에 화면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게 비췄고 모든 영화인들은 그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냈으며 마틴 스콜세지 감독 역시 감사의 박수를 전했다.

봉준호 감독은 “학교에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로 공부했다. 같이 후보에 오른 것도 영광인데 상을 받을 줄은 전혀 몰랐다”며 “쿠엔틴 타란티노 형님도 정말 사랑한다, 아이 러브 유”라고 전했다.

이미 예견됐던 국제영화상을 받기도 했던 봉준호 감독은 배우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며 감사를 전했다.

봉준호 감독은 “오스카의 외국어 영화상이 국제 장편 영화상으로 바뀐 뒤 처음 받는 상이라 의미가 더 있다. 오스카가 지지하는 방향에 박수를 보낸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자리에 영화를 만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다 모여있다”라고 관중석을 바라봤다.

봉준호 감독은 “홍경표, 이하진, 양진모를 비롯한 모든 예술가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저희 비전을 실행할 수 있게 한 바른손과 CJ, 네온 등 모든 관계자 분들 감사하다. 오늘 밤은 술을 거하게 마셔야겠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 외에도 봉준호 감독은 한진원 작가와 함께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초의 수상이기도 하다. 봉준호 감독은 “시나리오를 쓴다는 것은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다. 국가를 대표해서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 상이 한국이 받은 최초의 오스카 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언제나 많은 영감을 주는 아내에게 감사하고 대사를 멋지게 표현해주는 ‘기생충’ 배우들에게도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진원 작가는 “미국의 할리우드가 있듯, 한국에는 충무로가 있다”라며 “제 심장인 충무로의 모든 필름메이커와 스토리텔러와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