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크 “AI가 왜곡한 아프리카”…글로벌 플랫폼에 일침

사진제공ㅣ반크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VANK)가 구글,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등 해외 주요 인공지능(AI) 플랫폼을 대상으로 아프리카와 관련된 편향적 서술 및 이미지 왜곡의 시정을 촉구하는 캠페인에 착수했다. 

반크는 지난 9월부터 국내 정부 부처, UNESCO 등 국제기구, 구글맵을 대상으로 아프리카 인식 개선 활동을 전개해 온 바 있다. 이전 캠페인에서는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메르카토르 세계지도’의 면적 왜곡이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고착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제 반크는 세계가 본격적인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한 지금 ‘생성형 AI’에서도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 왜곡과 편견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검색창에 직접 정보를 검색하며 인터넷을 통해 세상을 인식했다면, 이제는 AI 플랫폼이 제시하는 답변과 이미지가 곧 세계를 이해하는 창이자 인식의 기반이 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을 기획한 백시은 반크 청년연구원은 “아프리카에 대해 AI에게 물어보았을 때, 그들이 생성하는 답변이나 이미지에서 심각한 편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생성형 AI 플랫폼의 사용자 중 하나로서 AI가 보여주는 아프리카의 모습이 지나치게 단편적이고 부정적인 서술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반크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ChatGPT, Perplexity, Claude, Grok, Gemini 등 해외 주요 AI 모델 중 다수가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사바나 초원, 야생동물, 사하라 사막, 원시 부족 등”에 대해 제시했다. 이는 현재 모바일·디지털 기반 테크 혁신을 통해 세계적인 기술 산업의 성장을 이루고 있는 아프리카의 현대성이 완전히 배제된 답변으로 아프리카를 단일하고 편향적인 이미지로 고착화시키는 답변이었다. 

그뿐만 아니다. 동일한 AI 모델들에게 “아프리카 혹은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들을 이미지화해달라”고 요청하니 ‘원시 부족의 옷’이나 ‘사막’, ‘빈곤 지역의 풍경’을 주로 표현하였다. 이러한 결과물은 현대성 배제에서 그치지 않고 아프리카 54개국에 대한 다양성을 삭제하며, 넓은 대륙에 펼쳐져 있는 13개의 기후를 단일화한다. 심지어는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는 아프리카 대륙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표현하는 문제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AI의 편향은 단순한 기술적 오류가 아니라 훈련 데이터와 우리 세계에 내재하여 있는 편견을 반영한다. 서구 중심의 데이터셋과 관점이 대다수 AI 시스템의 기반을 이루고 있는 만큼 그 결과물 역시 해당 시각을 답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아프리카의 다양성과 현대성을 지워버리고, 과거 시대의 왜곡된 인식을 기술적 언어로 재포장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반크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현재 글로벌 AI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거대한 정보 생산자이자 인식 형성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데이터셋의 지역적 다양성 확보, ▲콘텐츠 생성 과정의 투명성 강화, ▲비서구권 문화와 정체성을 반영할 수 있는 알고리즘 개선 등 구체적인 시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품질 향상이 아니라, 인류 공동의 인식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인 책임이기 때문이다.

이번 캠페인을 기획한 백시은 반크 청년연구원은 “아프리카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젊은 대륙이자, 스타트업과 테크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곳”이라며 “그런데도 AI가 보여주는 아프리카는 여전히 ‘사막, 부족사회, 가난’이라는 오래된 프레임 속에 갇혀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AI 서술로 축소되는 아프리카 54개국의 각기 다른 언어·역사·문화·경제 구조, 인종, 기후에 대한 비판적인 정보 습득의 자세가 필요하다”며 이번 캠페인의 의의는 이러한 오류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 시대에 요구되는 공정한 세계 인식과 아프리카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개선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반크의 박기태 단장은 “AI는 이제 전 세계의 공공재로 기능하고 있으며, 그 영향력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 인간의 인식 구조 전반에까지 미치고 있다”며 “AI가 보여주는 왜곡된 이미지와 서사를 단순히 기술적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그 정보를 소비하고 무의식적으로 그 속의 편견을 내면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 단장은 이어 “한국 사회 역시 글로벌 AI가 재현하는 아프리카 인식 문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잘못된 표현을 지적하며 개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이것이야말로 디지털 시대의 글로벌 시민으로서 우리가 감당해야 할 책임이자 세계와 공정하게 소통하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이 아프리카 국가들과 손을 잡고 AI 데이터와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도록 돕고, 이를 추진할 AI 인재 양성을 추진하자“고 말하며 ”이를 통해 자국 역사, 문화, 언어, 가치관 등을 반영한 AI를 개발하도록 돕고, 아프리카 AI 생태계를 한국이 앞장서서 구축한다면 우리는 한국이 속한 아시아를 넘어 인구 15억명의 아프리카를 지렛대 삼아 전 세계 AI 수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크는 이번 캠페인을 시작으로 ▲해외 주요 출판사의 세계사 교재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상으로 CSR 활동을 전개하는 글로벌 기업의 공식 웹사이트 등을 지속해서 조사하며, 아프리카 인식 개선 활동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