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joy EPL]“K리그사는법?‘박지성’을꺼라!”

입력 2008-04-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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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서포터연맹말콤클라크회장
‘축구 서포터연맹’은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모든 서포터 클럽들을 아우르는 최대 조직이다. 현재 14만2000명의 개인 서포터들과 각 지역 서포터 조직들이 가입되어 있다. 이 연맹의 회장 말콤 클라크는 45년간 축구 서포터로 활동해왔고,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바라보는 스토크 시티의 시즌 티켓 소지자이기도 하다. 영국 응원 문화에 대한 공식적인 견해를 듣고자 클라크 회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한국 언론과는 첫 인터뷰를 가진 가운데 인터뷰는 요크시티와 옥스퍼드와의 경기 직전에 1시간 가량 진행됐다. - 축구 서포터 연맹에 대해 소개해 달라. “축구 서포터 연맹은 2002년에 창설됐다. 그러니까 5년 반 정도 됐다. 현재의 연맹체제는 축구 서포터연합과 전국 축구 서포터 클럽연맹이라는 기존의 두 조직을 결합한 것이다. 축구 서포터연합은 1980년대 중반에 마가렛 대처의 축구 팬들에 대한 ID 카드 도입에 반대해 창설되었고, 전국 축구 서포터 클럽연맹은 그 보다는 오래 된 1920년대 창립된 서포터 클럽의 결사체였다. 이 점이 순수 개인 서포터들의 조직인 서포터 연합과 구별되는 점이다. -축구 서포터 연맹은 잉글랜드 내 모든 서포터 클럽을 망라하는 조직인가. “축구 서포터 연맹은 위로는 프리미어리그인 맨유로부터 5부 리그에 해당하는 컨퍼런스 레벨인 요크 시티까지 모두 가입되어 있다.” -영국 국민 특히 축구 팬들에게 있어 축구는 어느 정도 중요한 의미가 있나. “많은 영국인에게 축구는 굉장히 중요하다. 영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감독인 전 리버풀 매니저 빌 생클리는 축구는 삶과 죽음의 문제라고 했지만, 그 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믿는 이들도 많다. 한 해 2000만원에서 4000만원 정도를 축구만을 위해 소비하고 자기 클럽 응원을 위해 해외에 나가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는 축구라는 최고의 선물을 전 인류에 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영국 축구 응원 문화에 있어 가장 큰 특징이 무엇이라 보는가. “가장 큰 특징은 클럽과 서포터와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서포터 전 일생에 걸친 팀에 대한 절대적 헌신이다. 집, 자동차 심지어 마누라를 바꿀 수는 있지만 자기 서포터 클럽만은 절대 바꾸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일사불란한 응원문화가 있다. 영국에서는 그런 조직적 응원문화는 없는 것 같다. “그렇다. 영국에서는 미리 조직적 응원계획을 세우지는 않는다 경기장에서 부르는 노래도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모른다.” -영국 응원 문화를 논할 때 펍(pub)문화를 빼놓을 수 없는 것 같다. 왜 영국인들은 술집에 가서 응원을 하는가. “그건 꽤 새로운 경향이고 우리도 걱정하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프리미어를 위시한 톱 클럽 경기를 직접 보는 것이 점점 비싸지고 있다. 평균적인 인플레이션을 초과하여 가격이 오르고 있다. 그리고 경기장에 많은 규제를 가하고 있다. 예를 들면 경기장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펍에 가서 응원하는 것이 오직 경제적 문제 때문만은 아니지 않는가. “경제적 이유가 부분적 이유는 된다. 펍에 가서 응원을 하게 되면 일단 미리 티켓을 예약해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언제든지 경기가 있는 날이면 바로 볼 수가 있다. 특히 젊은 서포터들은 그 아버지 세대가 했던 방식과는 다른 방식의 응원문화를 만들고 있다. 바로 이점이 우리 연맹이 염려하는 것이다. 많은 젊은이와 저소득층이 펍보다는 경기장에 직접 가서 응원하도록 하는 것이 연맹이 추구하는 지향점이다. 경기장에 중산층 이상만 갈 수 있다는 것은 축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연맹은 가격인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펍에 가지 않더라도 집에서 스카이 TV를 통해 프리미어 경기를 볼 수 있는데 굳이 술집에 가는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그건 분위기다. 펍에 가면 여럿이 함께 좋아하는 클럽을 응원할 수 있다. 이런 응원문화는 젊은 세대의 새로운 문화현상이다. 그러나 이런 응원문화는 서포터들을 경기장으로부터 멀리하게 만드는 것으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서포터 연맹은 정부 등과 정례적인 미팅을 가지고 있다. 어느 정도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그렇다. 연맹은 정부, 축구협회 등과 정기적인 회의를 가지고 로비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축구협회 평의회에 참가해 중요한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것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다. ” -서포터 조직은 자발적 조직인가, 아니면 어떤 형태로든 클럽의 지원을 받는가. “대부분의 서포터 조직은 클럽으로부터 독립된 자발적 조직이다. 만일 클럽이 서포터 클럽을 조직하려 한다면 서포터들은 분노하게 될 것이다. ” -그렇다면 서포터의 잘못된 언행에 대한 책임을 클럽에 묻는 것은 불가능한가. 예를 들면 인종 차별적인 언행을 보인 서포터 때문에 그 해당 클럽이 제재를 받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는 잉글랜드에서 많지는 않다. 다만 UEFA에서 그런 노력을 많이 시도하려 한다. 인종 차별적인 언행에 대해 서포터는 처벌을 받을 것이다. 그건 불법이니까. 하지만 개개의 서포터와 클럽간에 연관이 없기 때문에 클럽이 서포터를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느 서포터 클럽이 규모나 열정에 있어 연맹 내 최고의 클럽이라 보는가. “(웃으며) 어느 서포터 클럽도 이 인터뷰를 읽지 않기를 바란다. 역사와 전통으로 본다면 단연 리버풀이다. 그리고 맨유나 뉴캐슬도 그에 못지 않다.” -영국 팬들 중에는 국가대표팀보다는 지역 클럽을 더 응원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은데. “그렇다. 많은 팬들은 잉글랜드 대표팀에 별 관심이 없는 경우도 많다. 거의 모든 영국인들은 대표팀 서포터보다 지역 클럽 서포터가 먼저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금 주제를 바꾸자.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보인 거리 응원문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다수 영국인들은 굉장히 멋진 광경으로 기억할 것이다. 그 열정, 함성 그리고 붉은 색깔 모두가 정말 흥분되게 만들었다. 잉글리시 서포터들에게 그 만큼의 열광적인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축구협회가 경기장에서는 서서 관전하지 마라, 술 마시지 마라 등 규제를 하고 있기에 축구 경기를 영화 관람 정도로 격하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점은 우리가 한국에게 배워야 할 부분이다.” -영국 하면 많은 한국인들은 영국 신사를 떠 올린다. 그런데 영국 축구 하면 훌리건으로 상징되는 경기장 폭력을 떠올린다. 어느 정도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는가. “훌리건 문제는 이제 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그 동안 여러 정책이 도입되었다. 예를 들면 경기장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경기장에 가는 것이 제 집 근처를 밤에 돌아다니는 것보다 더 안전하게 느낀다.” -서포터 클럽을 운영하는 경비는 어떻게 조달하는가. “대부분의 수입원은 개개 서포터들의 1만원에서 2만원 정도 하는 연회비로 이루어진다.” -한국의 K리그는 대표팀 경기와 비교할 때 관중이 적다. 그 이유 중 하나는 K리그가 수준이 떨어지고 재미가 없다는 것인데,그래도 경기장에 가서 응원하며 경기력 향상을 서포터가 이끌어야 할까. 영국의 경험에 비추어 말해 달라. “후자가 먼저다. 만일 경기가 재미없다고 경기장을 찾지 않는다면 클럽 재정은 더 악화 될 것이고, 그것은 클럽의 질적 하락을 부추길 뿐이다. -마지막으로 어떻게 하면 한국에서도 영국처럼 지역 서포터 클럽을 활성화 시킬 수 있을까. “먼저 클럽과 서포터들 사이에 강한 동질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마치 자기 지역 클럽이 자기 가족의 구성원처럼 느껴지는 소속감 같은 것이다. 그리고 경기가 흥미로워야 한다. 다시 말해 강한 한,두 클럽이 리그를 독점한다면 흥미를 반감시킬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프리미어리그 빅 4는 꼭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지는 않는다. 한국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맨유의 프리미어 경기를 보기 전에 자기 지역 클럽 경기를 꼭 보라는 당부를 하고 싶다. (웃으며) 내 생각에는 한국에서 프리미어 경기를 보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 같다. 요크(영국)= 전홍석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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