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열린스포츠]봄,야구의향기에취해보자

입력 2009-04-07 10: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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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시즌이 왔다. 지난 주말 2009 프로야구가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 속에 마침내 개막되었다. 28번째 시즌이 시작된 것이다. 불황과 구조조정 등 최악의 경제여건 속에서 프로야구의 개막이 고단한 우리네 시름을 잠시라도 잊게 해주길 고대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야구팬의 마음속 달력에는 ‘야구 하는 날과 하지 않는 날’로 구분될 뿐이다. 경기장에 가든, 집에서 TV로 시청하든, 인터넷으로 결과만 확인하든 결국 팬들은 야구와 함께 한해를 동거하며 울고 웃을 것이다. 특히 게임 수가 많은 야구는 지역민의 가슴속에 일상이 되어야만 생존이 가능한 종목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이곳 부산은 야구에 대한 애정이 유별난 곳이다. 개막전이 열린 지난 토요일은 아침부터 야구소식이 지역뉴스프로그램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롯데의 전날 경기결과가 다음날 아침 도시의 ‘기분’을 결정한다면 과장일까. 올 시즌도 롯데의 성적이 프로야구 흥행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또한 시즌 개막에 맞춰 새롭게 단장한 사직구장은 한결 깔끔해졌다. ‘볼 파크’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문화적 향기가 조금은 배어나는 구장으로 거듭났다는 느낌이다. 야구박물관, 대형 커피숍, 경기장 외벽과 연결된 자이언츠 쇼핑몰 등은 경기가 없는 날에도 ‘야구의 향기’를 느낄 수 있고 구단수익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프로스포츠는 구조적으로 흑자를 내기 힘든 상황이지만 ‘돈 먹는 하마’에서는 탈피해야할 시점이다. 프로야구가 홀로서기 위해서는 입장수입 외에 파생상품을 확대해야 한다. 단지 파생상품도 결국은 두터운 팬층이 존재해야 가능하다. 따라서 끊임없이 새로운 팬들을 경기장으로 유인해야 한다. 야구는 규칙이 복잡하고 오묘하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광팬’을 양산하기는 어렵다. 아는 만큼만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모르면 어떤가. 야구장을 찾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처음 온 사람도 본인이 즐거우면 그만이다. 단지 필자의 경험으로는 한 번에 모든 것을 얻을 수는 없고, 일 년에 몇 번이라도 꾸준히 경기장을 찾다 보면 어느 순간 잊을 수 없는 기억을 갖게 된다. 친구, 동료, 자식, 부모와의 소통에도 기여할 수 있다. 28년 전 프로야구가 태동할 당시 까까머리 중학교 3학년이었던 필자는 이제 세월이 흘러 중학교 3학년인 자식과 함께 야구장에서 ‘야구를 이야기’하고 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지만 그래도 야구는 한국사회에서 참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추억과 ‘영원’을 만들어 왔다. 이제 또 봄과 함께 야구가 우리들 곁으로 왔다. 2009 시즌이 어린이에게는 꿈을, 청소년에게는 일상탈출을, 대학생에게는 데이트코스로, 어른에게는 소통의 장이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각 구단도 성적은 선수단에 맡기고 오직 팬들을 위해 봉사하고 ‘추억 만들기’에 나서자.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스포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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