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축구몰락...사우디,바레인희망의불씨

입력 2009-06-18 08:4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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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페세이로 사우디아라비아 감독.[스포츠동아DB]

한국, 일본과 양분돼 아시아축구의 한 축을 담당하던 중동축구가 내리막길을 걸었다.

18일(한국시간) 북한과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전을 끝으로 막을 내린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사우디, 이란, 카타르,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등 중동국가가 모두 본선 자동 진출권을 획득하는데 실패했다.

우선 중동의 자존심으로 불리던 사우디는 한민족 한국과 북한의 벽에 가로 막혔다.

최종전에서 반드시 이겨야만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낼 수 있었던 사우디는 3승3무2패(승점 12)를 기록, 2위 북한과 승점에서 동률을 이뤘지만 골 득실차에서 뒤져 조3위에 그치며 결국 마지막 한 장 남은 본선 자동진출권을 북한에 내주고 말았다.

플레이오프를 통해 본선 진출을 꾀할 수 있는 불씨는 남았지만, 지난 1994년 미국 대회부터 2006 독일 대회까지 4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뤘던 사우디로서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다.

특히 탈아시아를 선언하며 세계축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했던 사우디는 이번 최종예선에서 한국과 북한을 상대로 단 1승도 챙기지 못하며 축구의 변방으로 치부하던 동아시아축구를 결코 얕잡아 볼 수 없게 됐다.

사우디와 함께 중동축구의 강호로 군림하던 이란 역시 탈락의 아픔을 피할 수 없었다. 한국과의 최종전에서 꼭 승리해야 남아공행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이란은 ‘해결사’ 박지성에게 두 번이나 덜미를 잡혀 땅을 쳤다.

게다가 이란은 바히드 하셰미안(하노버96)을 비롯해 자바드 네쿠남, 마수드 쇼자에이(이상 오사수나), 메디 마다비키아(프랑크푸르트), 안드라니크 테이무리안(풀럼) 등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해외파들을 총 출동시켰음에도 동아시아축구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하며 몰락하는 중동축구의 길을 함께 걸어야 했다.

A조에서도 중동축구의 하향세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바레인과 카타르가 호주와 일본을 견제조차 하지 못하고 무너진 것. 그나마 조3위를 차지한 바레인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카타르는 우즈베키스탄과 함께 승점 쌓기 희생양으로 전락해버렸다.

2위 자리를 두고 치열했던 B조와 달리 A조는 일찌감치 티켓 주인공이 결정됐다. 여기에는 호주의 영향이 컸다. 2005년 아시아지역으로 편입됐던 호주는 유럽식 축구를 구사하며 이미 탈 아시아권에 속한 나라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해외리그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자국리그 수준도 높아져 축구클럽들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더불어 일본의 강세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은 2006 독일 월드컵 이후 크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 않지만, 큰 대회에서는 언제나 상위에 입상할 전력을 보유한 팀이다. 특히 자국 J-리그 수준이 높아 중동국가들도 항상 일본만 만나면 긴장할 수밖에 없다.

몰락의 기로에 선 사우디와 바레인 중 플레이오프에서 살아남은 한 팀이 오는 10월 뉴질랜드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승리해 마지막 남은 0.5장의 월드컵 본선행 티켓 획득과 마지막 남은 중동축구의 자존심까지 지켜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동아닷컴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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