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환의 춘하추동] 떠돌이 클럽야구인들이여 뭉쳐라!

입력 2009-12-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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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민국 야구계 최대의 난제는 야구장 부족이다. 시설 미비의 어려움을 겪는 프로야구는 그렇다 치더라도 유소년야구를 포함한 학원 엘리트야구, 그리고 생활체육 야구인과 여자야구팀들이 야구장 부족으로 겪는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축구처럼 학원스포츠가 주말에만 경기를 함으로써 공부하는 운동선수로 키우고 싶어도 야구에선 불가능하다. 결국 야구장 부족이 최대 원인이다. 또 학생들이 동계 전지훈련을 해외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물론 축구장에 비해 야구장이 턱없이 모자라는 현실은 건설비용이 축구장에 비해 2∼3배 많은데다 관리상의 어려움도 적지 않아 지방자치단체에서 야구장 건설에 많은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지자체장이 야구를 좋아하더라도 선뜻 야구장 건립에 못나서는 이유가 이뿐만이 아니다.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 이익이 따라주지 않으면 애걸과 호소만으로 힘들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대회를 유치해 지역경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거나 차기 선거에 도움이 되는 정치적 이익이 결부되지 않고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축구 동호인만 하더라도 지역민으로 팀이 구성돼 정치적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축구장이 산골 구석까지 있는 반면 야구 동호인팀은 야구장이 없어 클럽형식으로 조직돼 여기저기 구장을 찾아다니며 구걸하는 떠돌이 신세라 지역연고가 없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구장이 부족해 수도권에선 수천만 원대의 연간 임대료를 지불하는 등(학교운동장의 주말사용권을 얻기 위해 경쟁입찰에 참가) 매년 구장확보에 전쟁을 치르는 일을 반복만 하고 있다.

반면 전국에 적자 속에 허덕이는 많은 월드컵축구경기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천안, 창원, 목포 등 축구센터를 만드는데 지자체마다 1000억원 이상 재정투입 하는 것을 보라! 그렇다면 이제는 전국 수만 개(미등록 포함) 팀의 생활야구 동호인들이 뭉쳐야한다. 그동안 참을 만큼 참았다. 점잖게 기다려선 어느 천 년에 될지 알 수 없다. 그들을 움직이려면 타 종목처럼 정치 세력화하여 싸워야 한다. 국민건강과 건전한 여가선용을 위해 해야 할 것을 외면하는 공복들을 향해.

한편 정치력이 없는 유소년 야구는 전국의 수백 개 팀이 매년 여름방학 때 한자리에 모여 야구축제 분위기로 유소년대회를 치름으로써 야구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역경제에 큰 도움을 주고 대신 야구장 설립을 전제조건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회에는 선수와 학부모를 합해 1만 명 이상 2주 가까운 대회기간에 여름휴가와 함께 개최지역을 방문한다. 따라서 지역의 경제적 효과는 말할 것도 없고 어린이들에게 그 도시에 대한 평생 추억을 심어주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2007년과 2008년 포항시 대회를 시작으로 3년째 맞이하는 올해는 속초시에서도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2011년엔 군산시가 유치했고 그 외 많은 도시가 차기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맏형격인 프로야구를 필두로 중·고교야구, 성인야구, 여자야구, 동호인야구 할 것 없이 모두가 야구장을 건설하는 도시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각종대회나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새해부터 관심을 갖고 집중 배려해야 할 때다. 세상만사 그렇듯 서로가 주고받으며 ‘윈-윈’이 이루어지지 않고는 말로만 부탁해서는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야구인
프로야구의 기본철학은 마라톤과 같다.
하루에도 죽었다 살았다를 외치며 산넘고 물건너 구비구비 돌아가는
인생의 축소판에서 팬들과 함께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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