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서 핀 김민아…그것은 기적”

입력 2010-10-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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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수 코치(가운데 오른쪽)가 U-17여자월드컵 우승을 확정지은 뒤 부상 투혼을 발휘한 골키퍼 김민아(가운데 왼쪽)를 꼭 안아주고 있다.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축구협회 박영수 GK코치가 말하는 한국여자축구 골키퍼의 현실
“U-17·U-20 GK도 전담코치 없이 훈련

못막는게 아니라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문소리·김민아 세계 5위권 놀라운 수준

GK 순회교육 프로그램 등 지금 팔 걷어야”축구협회 전임지도자 박영수 GK 코치는 제자들을 ‘천재’라고 했다. 전문교육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도 안정된 기량으로 대표팀 골문을 지켰기 때문이다.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 우승과 U-20 여자월드컵 3위의 위업을 달성한 뒤 한국 여자축구의 발전 방안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부분이 ‘골키퍼’다.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U-20과 U-17 여자대표팀에서 모두 골키퍼 코치를 맡았던 박영수(51) 대한축구협회 전임자도자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자신이 직접 가르친 제자들을 ‘천재’라고 불렀다.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 못하고 성장한 그들이 지금과 같은 기량을 보이는 것이 기적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박 코치를 4일 만났다.


○천재성을 가진 U-17, U-20 골키퍼들

박 코치는 골키퍼 포지션이 취약하다는 말에 강하게 반대했다. 그는 골키퍼 문소리(울산과학대)와 김민아(포항여전자고)를 세계대회에서 5명 안에 드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물론 이들이 중요한 경기에서 자신의 기량을 다하지 못해 지적을 당하긴 했지만 직접 가르친 입장에서 칭찬을 앞세웠다.

“U-17과 U-20에 있는 골키퍼 총 6명 모두 골키퍼 코치가 없는 학교에서 운동을 했다.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그 정도 기량을 보이는 것은 그들이 ‘천재’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현재 골키퍼 코치가 있는 학교 중 전문 코치가 있는 팀은 2곳에 불과하다.

골키퍼 출신 감독이 있는 팀이 6팀이 있긴 하지만 여자축구 전체적으로 보면 골키퍼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그들 가운데 문소리, 김민아 같은 선수들이 나왔다는 건 기적에 가깝다고 했다.


○대표팀에서도 기초부터 시작

박 코치는 선수들이 대표팀에 소집되면 기초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골키퍼의 가장 기초 3가지는 볼 잡기를 비롯해 위치 선정, 볼 처리 자세 등이다. 소속팀에서 훈련을 했지만 기본기가 다져지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를 교정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 한다.

“골대 모서리 위쪽으로 볼이 갈 경우 처리 못하는 경우가 여자축구에서는 자주 나온다. 근데 훈련을 시켜보면 방법을 몰라서 못 처리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때문에 기본적인 자세 등 기초를 중점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박 코치는 제2의 문소리, 김민아의 출현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여자축구 저변이 취약해 골키퍼를 하겠다는 선수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게 초등학교에 골키퍼를 하고 싶다는 애들이 더러 있다고 한다. 그들을 잘 키워야 제2의 문소리, 김민아가 나올 수 있다.”




○비난보다는 칭찬과 애정을

박 코치는 선수들에게 비난보다는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U-17의 김민아는 뇌진탕 증세로 힘든 상황에서도 결승전까지 출전했다. 훈련뿐 아니라 제대로 음식 섭취도 못했지만 우승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골문을 지켰다. “솔직히 출전을 말릴 생각도 했다. 그러나 평생에 한 번 뿐일지도 모르는 기회를 뺐을 수는 없었다. 근력이 다 떨어진 상태에서도 볼을 쳐내는 민아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포지션인 골키퍼들에게 더 많은 응원과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

대표 선수들은 박 코치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상담한다. 골키퍼 코치가 없다보니 박 코치에게 의지하고 있다. 플레이에 대한 조언부터 다양한 고민을 쏟아낸다고 했다.

“애들이 전화를 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데 정말 기특하다. 애들이 ‘선생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골키퍼 순회교육이 최선책

박 코치는 2년 전까지 직접 전국을 돌며 골키퍼 교육을 실시한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엔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다시 권역별 순회 골키퍼 교육을 실시할 생각이다.

“골키퍼 코치가 없는 곳은 감독이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지고 훈련시키지만 기본기가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협회 전임지도자들이 나서지 않고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권역별로 선수들을 모아 순회 지도하는 수밖에 없다. 현장 지도자들에게도 골키퍼 훈련 방법을 교육해주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U-20 월드컵과 U-17 월드컵까지 석 달간 단 4일만 쉬고 일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는 박 코치는 이번에는 피스퀸컵과 아시안게임을 준비해야 한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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