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아진 김병현 “3년간 못 본 길이 보인다”

입력 2011-02-23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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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쿠텐 김병현, 오랜 공백 접고 日서 재기 구슬땀
《전혀 예상치 못한 광경이었다. 삼성과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의 연습 경기가 열린 22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의 아카마 구장. 재기를 노리는 라쿠텐 김병현(32)이 불펜 피칭 연습장에 들어섰다. 그의 바로 옆에서 피칭을 한 선수는 지난해 LG 마무리 투수로 뛰었던 오카모토 신야였다. 오카모토 옆에선 지난해 두산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켈빈 히메네스가 공을 던졌다. ‘한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세 선수가 라쿠텐에 입단해 함께 공을 던진 것이다. 호시노 센이치 감독 역시 대표적인 지한파다. 주니치 감독 시절 선동열(전 삼성 감독)과 이종범(KIA), 이상훈(전 LG) 등 한국인 3인방을 이끌고 1999년 센트럴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김병현은 “호시노 감독님이 가끔 ‘괜찮아요’라고 한국말로 물어보신다. 오카모토나 히메네스도 짧은 한국말로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고 말했다.》

라쿠텐의 김병현이 22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의 아카마 구장에서 피칭 연습을 하고 있다.온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완벽한 투구를 찾아서

두 선수의 불펜 피칭은 약 15분 만에 끝났다. 하지만 김병현은 거의 1시간가량 100개의 공을 던졌다.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린 것은 투구 도중 끊임없이 사토 투수코치와 이야기를 나누며 자세를 교정했기 때문이다. 때로는 신중하게, 때로는 밝게 웃으며 김병현은 긴 불펜피칭을 마쳤다.

지난 3년간 실전 공백이 있는 김병현은 “오늘 100개를 던졌지만 제대로 던진 건 5∼10개다. 3년간 정답을 구했지만 정작 야구는 못하고 산으로 갔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캠프에서는 3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렇게 하면 좋아지겠구나 하는 걸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에서 야구를 했지만 처음 1, 2년을 빼면 내 마음에 드는 공을 던진 적이 없다. 다시 제대로 한 번 던져보고 싶었다. 그런데 미국엔 조언을 해줄 사람이 없다 보니 힘들었다. 여기는 투수코치도 있고 좋은 폼을 가진 선수도 많다. 그만두더라도 여기서 제대로 한 번 던지고 그만두자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했다.


○ 호시노, 김병현 살리기 대작전

김병현(왼쪽)이 사토 요시노리 투수코치(오른쪽)의 투구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김병현은 불펜 피칭 내내 사토 코치와 투구폼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온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날 호시노 감독은 구장을 찾은 선 전 감독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김병현을 마무리 후보로 점찍어 놓은 호시노 감독은 “김병현이 생각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냥 미국에서 좋았을 때의 이미지를 갖고 편하게 던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폭력도 불사하는 ‘열혈남아’로 유명한 그는 선 전 감독에게 “김병현에게 내 스타일을 잘 알려주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선 전 감독은 “보통 일본에서는 단점을 지적하고 이를 고치는 게 일반적인 분위기다. 그런데 호시노 감독은 김병현에게는 반대로 자신이 가진 장점을 되찾으라고 격려하고 있다. 무서운 분이지만 야구만 잘하면 더없이 잘해주시는 분”이라고 말했다.

선 전 감독 역시 인사차 찾아온 김병현에게 비슷한 조언을 했다. 선 전 감독은 “3년의 공백을 뛰어넘는 게 보통 일은 아니지만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 ‘나는 할 수 있다’ ‘한 번 칠 테면 쳐 봐라’는 식의 무모함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인기남 김병현

훈련 내내 김병현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인터뷰를 회피했던 과거와는 달리 카메라 앞에서도 연방 웃음을 잃지 않았다. 김병현은 “함께 밥 먹고 함께 잠자는 식의 단체훈련은 정말 오랜만이다. 혼자 오랫동안 훈련을 해서인지 이런 생활 자체가 무척 즐겁다”고 했다.

김병현은 “무엇보다 내 공에 자부심을 갖고 던지고 싶다. 혹시 홈런을 맞더라도 내 공이 좋았다면 인정할 수 있다. 바로 그런 공을 던질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이승엽, 하라 감독 앞에서 보란듯 3점포▼

한편 오릭스 이승엽(35)은 지난해까지 5년간 뛰었던 요미우리를 상대로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승엽은 오키나와 나하의 셀룰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미우리와의 평가전에서 5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3회 우측 스탠드에 꽂히는 대형 3점포를 터뜨리는 등 4타수 2안타를 때렸다. 이승엽은 경기 전 배팅 훈련 때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감독과 인사를 나눴다.

온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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