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베이스볼] “야구를 읽다 인생에 눈을 떴다”

입력 2011-05-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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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흔히 인생의 축소판이라고들 한다. 9회말 2아웃 이후에도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구소설도 인기다. 야구 이야기를 통해 인생과 사회생활에서 참고할 수 있는 많은 부분을 느끼고 배울 수 있다. 사진은 최근 출간된 야구 소설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드러커를 읽는다면’.

야구소설에 빠진 야구마니아들…그들은 왜?
인간관계·사회생활의 축소판 같은 야구
승부세계 넘은 색다른 감동 활자로 선물
“야구소설 읽고나니 야구가 달리 보인다”
여성 야구팬인 직장인 이서진(27) 씨는 요즘 새로운 재미에 빠졌다.

오래전부터 야구를 좋아했고, 몇 해 전부터 직접 경기장을 찾는 이 씨는 최근 서점에서 야구를 소재로 한 소설을 처음 만났다. 그리고 그 책들을 통해 그동안 프로야구경기를 보면서 항상 느꼈던 갈등, 경기의 흐름과 다양한 작전을 알게 됐고, 선수들의 진짜 속마음, 감독의 인간적인 고뇌까지 간접적으로 느끼고 있다.

이 씨가 최근 두 달 동안 읽은 책만 ‘야구감독’(에비사와 야스히사), ‘이원식씨의 타격폼’(박상) 두 권이고, 최근에는 신작소설 ‘만약 고교야구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이와사키 나쓰미)을 구입했다. 이 씨는 소설 뿐 아니라 비소설 야구서적 ‘야구란 무엇인가’(레너드 코페트), ‘타격의 과학’(테드 윌리엄스) 등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야구와 프로야구를 소재로 삼은 소설과 비소설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책을 읽고 난 후에 그들의 반응은 이렇다. “야구가 다르게 보인다.” 혹은 “다른 마음으로 야구를 하게 된다.”


○프로야구 ‘마니아 9단’ 야구 소설에 빠지다

야구팬도 급수가 있다. 경기 관람을 즐기는 팬들, 그리고 게임을 통해 직접 선수와 감독의 역할을 경험하는 팬들, 한 발 더 나아가 직접 사회인 야구팀에서 경기를 즐기는 팬까지. 그러나 직접 야구를 하고 싶어도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특히 여성팬들은 직접 야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적다.

그 첫 번째 대안으로 꼽히는 것이 야구게임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많은 팬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그리고 진정한 야구 마니아 9단들은 게임을 뛰어넘어 새로운 세계를 선물하는 야구 책에 빠져들고 있다.


○왜 야구 소설인가?

야구는 선택과 결정, 그리고 수행에 이은 산출이 명확한 스포츠다.

공격과 수비가 완벽하게 구분되어 있고 팀에서 가장 비중이 큰 핵심 전력(투수)을 많은 경기에서 중간에 교체해야 한다는 불확실성도 갖고 있다. 야구만큼 판단과 결정에 따른 성공과 실패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단체 스포츠도 드물다.

그래서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으로 불린다. 또한 인간관계, 회사경영 등 사회 모든 분야의 축소판이 될 수 있다. 이같은 야구의 매력을 가장 생생하게 전달하는 장르가 바로 소설이다.

야구소설을 통해 자신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 야구를 통해 인생과 사회생활에서 참고할 수 있는 많은 부분을 느끼고 배울 수 있어 단순한 취미 이상이 되고 있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야구소설을 추천하고 정보를 나누는 글을 자주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야구만화가 주였다면 최근에는 현실적이고 더 깊이 있는 소설이 30∼40대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특히 최근까지 일본소설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원식씨의 타격폼’,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등 완성도 높은 국내 소설도 계속 출판되고 있다.


○야구도 배우고 수준 높은 인생 지침까지

완성도 높은 야구소설이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 ‘야구감독’, ‘이원식씨의 타격폼’, 그리고 신작소설인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은 스포츠소설 특유의 짜릿함에 인생의 지침서가 될 수 있는 깊이까지 갖춘 작품이다.

‘야구감독’은 1970년대 만년 하위팀 야쿠르트의 우승을 이끌었고, 세이부를 최강의 팀으로 만든 히로오카 다쓰로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외부전력보강에 한계가 커 육성과 효율적인 선수기용이 중요하다. 그만큼 감독의 역할이 크다. 그래서 한국에서 야구 감독만큼 화제의 중심이 되고 욕을 많이 먹는 직업도 드물다.

‘야구감독’의 배경도 한국프로야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팀 성적보다는 개인기록에 관심이 큰 선수들, 홈런을 수십 개 때려내지만 수비와 작전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거포 외국인 타자, 그리고 호시탐탐 감독의 자리를 노리는 코치까지.

‘야구감독’은 일본에서 스포츠소설의 금자탑으로 불릴 만큼 프로야구구단 내부의 권력암투를 실감나게 그렸다. 그리고 감독의 리더십으로 꼴찌 팀이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특히 선발출장과 개인기록으로는 모든 선수를 만족시킬 수 없는 감독이 오직 승리로 팀을 하나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박상의 ‘이원식씨의 탁격폼’은 개성 넘치는 독특한 야구소설이다. 상대 투수는 물론 야수까지 웃음을 참을 수 없는 독특한 타격폼으로 실수를 유발, 1루까지 살아나가는 타자를 통해 온갖 사회부조리에 통렬한 한 방을 날린다. 같은 작가가 쓴 ‘말이 되냐’는 제목처럼 평범한 직장인이 정체모를 한의사에게 침을 맞고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과정을 그린 판타지 소설이다. 황당무계하지만 많은 사회인 야구인들의 진정한 로망을 담고 있다.

이경호 기자(트위터 @rushlkh)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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