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씽스페셜] 한대화 감독 “아픈것 아는데…뛰어주면 안되겠니?”

입력 2011-06-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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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마다 특정부위 통증 재발 ‘시한폭탄’
“사실은 아파서…” 변명 선수에게 안좋아
“팀 어려울때 하겠다는 의지가 가장 중요
부상선수 나간다면 내가 나서서 말릴것”
한대화 감독, 선수들의 고질적 통증을 보는 자세

“선수들이 대부분 비장의 무기를 하나씩은 갖고 있거든.”

한화 한대화 감독은 16일 대전 KIA전을 앞두고 이렇게 말하면서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한 감독이 말한 ‘비장의 무기’란 바로 고질적인 통증. 늘 선수들의 몸 안에 잠재돼 있다가 컨디션이 떨어지거나 몸의 밸런스가 깨졌을 때 통증이 재발하는 특정 부위를 의미했다.

수술 경력이 있는 선수들은 늘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셈이고, 경기 중에 발생하는 소소한 부상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한 감독은 “최진행은 허리 수술을 받은 적이 있고 잊을만 하면 통증이 재발하기 때문에 가끔씩 지명타자로 내보내면서 조절해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 감독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따로 있었다. “사실 ‘비장의 무기’는 정신력에 달렸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최진행처럼 허리 통증 때문에 도저히 타격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대부분 팀 상황이나 자신의 컨디션에 따라 고통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한 감독은 “상승세일 때는 정말 많이 아파도 고통이 참을 만한 것으로 느껴지는데, 분위기가 처져 있거나 성적이 안 좋으면 약간만 아파도 불안해서 참을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가장 나쁜 건 결과가 안 좋았을 때 ‘사실은 통증 때문’이라고 변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감독은 이와 함께 5월 초 한상훈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한상훈이 사구에 맞은 다음 날 조대현 트레이닝 코치를 통해 “오늘 경기는 쉬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한 적이 있는데 “데드볼 하나 가지고 무슨 소리냐. 무조건 나가라”고 일축했다는 얘기였다. 수비가 안정된 한상훈이 꼭 뛰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상훈은 다음 날 3점홈런을 포함해 5타점을 쓸어 담으며 팀 승리에 공헌했다. 한 감독은 “그 이후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았느냐”고 농담하면서 “선수들이 정신력의 가치를 알았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렇다고 선수들이 꾀병을 부린다는 뜻은 아니다.

한 감독은 “자기가 친 타구에 발등을 맞아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처음에는 말도 못할 정도로 아프다가 나중에는 꼬집어도 아무 느낌이 없을 정도로 마비가 된다”면서 “안 아플 것이라는 게 아니다. 왜 안 아프겠나. 다만 좀 더 의지를 보여주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아픈 거 뻔히 아는데 참고 뛰어 주면 감독이나 코치들이 얼마나 고마워하겠어. 그 마음 다 알지. 뼈가 부러지거나 인대가 나간 거라면, 본인이 한다 해도 안 시켜.”

대전|배영은 기자 (트위터 @goodgoer)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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