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쇼가 마냥 즐겁지 않았던 골키퍼 신화용

입력 2017-05-0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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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신화용. 스포츠동아DB

13시즌 몸담았던 포항 상대 무실점 활약
경기 후 포항 서포터스 향해 정중히 인사


수원삼성 골키퍼 신화용(35)은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K리그 클래식(1부리그) 9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로 출전했다. 포항은 신화용이 프로에 데뷔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13시즌을 몸담았던 친정팀이다. 경기장에 들어서며 우연히 신화용과 마주쳤다는 포항 최순호(55) 감독은 “최근 팀이 2연승을 기록해서인지 표정이 많이 좋아졌더라. 보기 좋았다”며 웃었다. 그러나 최 감독의 표정에선 씁쓸함도 엿보였다. 최 감독은 신화용과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하고 싶었지만, 이적을 원하는 제자의 의지를 막을 순 없었다. 최 감독은 “오늘 경기는 포항 골키퍼의 과거와 미래를 보는 것 같다. 우리 팀 골키퍼 강현무의 기세도 좋다”며 강현무(22)가 신화용 못지않은 선방쇼를 펼쳐주기를 기대했다.

신화용은 전반에는 크게 할 일이 없었다. 수원이 경기를 압도하기도 했지만, 수비수들이 포항의 공격을 사전 봉쇄한 덕분이었다. 전반 포항의 슈팅 2개는 모두 골대를 벗어났다. 오히려 강현무가 수원의 공격을 잘 막아내며 전반까지 0-0 의 스코어를 유지했다.

그러나 후반 들어 페이스가 달라졌다. 포항이 좀더 공세적으로 나왔다. 신화용은 침착하게 대응하며 2개의 유효슈팅을 모두 차단했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후반 12분 포항의 코너킥 때 신화용은 볼을 잡았다가 놓쳤다. 재빠르게 다시 잡아 실점 위기를 넘기긴 했지만,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후반 33분 수원 산토스가 선제골을 터트리자, 신화용은 등 뒤의 포항 서포터스를 의식해서인지 별다른 제스처를 취하지 않은 채 골대 옆으로 가 물통을 들고 목을 축이기만 했다.

1-0 승리로 수원의 3연승이 확정된 순간, 신화용은 3연패에 빠져 진한 아쉬움을 드러내던 포항의 옛 동료들과 후배들을 일일이 찾아가 위로했다. 무실점 승리에도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는 듯했다. 신화용은 그라운드를 떠나기에 앞서 포항 서포터스에게 고개 숙여 정중히 인사했다.

수원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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