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쏜 4-4-2의 발견…공·수 밸런스 보완 필연의 숙제

입력 2017-11-1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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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호는 11월 치른 2차례 A매치에서 그간 잃었던 자신감과 2018러시아월드컵 본선 밑그림이라는 선물을 함께 얻었다. 물론 숙제도 있다. 수비와 세트피스에서 보인 미숙한 장면은 향후 과제다. 14일 세르비아전 무승부 이후 서로를 격려하는 선수들. 울산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신태용호 두차례 평가전서 얻은 것

살아난 투혼·손흥민의 파트너 실험 긍정적
이재성·권창훈 좌우 배치 공수 밸런스 회복
윙백 요원 최철순·김진수·김민우도 합격점
세트피스 실점 극복·득점 해법찾기는 숙제


11월 평가전에 나설 국가대표팀 명단 발표가 있던 날(10월 30일), 신태용 감독은 잔뜩 풀이 죽어 있었다. “지금까지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것을 인정 한다”며 웃음기 없는 얼굴로 기자회견을 했다. 출사표는 비장했다.

“이제는 좀 더 강해져야 한다. 몸을 아끼지 않고 정신적으로 투혼을 발휘해야 한다. 실력이 안 되면 한 발 더 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당시 한국축구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월드컵 본선 티켓은 땄지만 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4경기에서 승리가 없는 등 실망스러운 경기에 팬들은 등을 돌렸다. 히딩크 재영입 목소리와 대한축구협회의 미숙한 행정력이 맞물리면서 팬들의 감정은 폭발 직전이었다.

신이 날 리가 없는 상황에서 마주한 신 감독의 기자회견은 전술이고 뭐고 간에 그저 “열심히 하겠다”는 말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보름이 흘렀다. 2명의 스페인 출신 코치진이 합류한 게 변화라면 변화다. 그런데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를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물리쳤고(2-1 승), 유럽의 강호 세르비아와 팽팽한 접전 끝에 1-1로 비겼다. 결과도 내용도 원하는 만큼은 챙겼다.

11월 평가전의 성과와 과제를 점검해본다.

10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과 콜롬비아의 축구대표팀 평가전 경기가 열렸다. 한국이 콜롬비아에 2-1로 승리한 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되찾은 자신감

가장 큰 소득은 누가 뭐래도 자신감 회복이다.

세르비아전이 끝난 뒤 신 감독은 “11월 두 경기는 선수들이 많은 자신감을 얻은 경기가 됐다. 선수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게 가장 큰 성과”라고 밝혔다.

사실 그동안 기죽은 태극전사들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승부에서 선수들의 사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그라운드에 들어가야 비로소 가능한 게 승리다. 자꾸 지거나 비기는 바람에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전체 분위기가 가라앉다보니 좋은 경기력이 나올 리 만무했다.

이번 평가전은 이런 우울한 분위기를 없애버렸다. 선수들은 한발 더 뛰었고, 몸을 사리지 않았다. 그런 모습에 팬들은 박수로 응원했다. 한국 특유의 투지 넘친 경기, 투혼이 살아있는 경기를 펼쳤다는 건 이제야 제자리를 잡아간다는 신호다.

축구대표팀 손흥민.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본선 밑그림 완성

신 감독은 자신의 색깔을 보여줄 시간이 부족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는 사이 선수파악도, 전술실험도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 선수 구성은 들쑥날쑥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평가전은 신 감독이 자신의 색깔을 소개한 무대라고 본다. 4-4-2 포메이션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들고 나와 성공을 거뒀다.

특히 손흥민을 투 톱에 기용하며 재미를 톡톡히 봤다.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에서 스트라이커로 뛰는 그의 움직임을 대표팀에 적용시킨 게 제대로 먹힌 것이다. 손흥민의 파트너로 이근호와 이정협, 구자철을 번갈아 기용해본 것 또한 성과다.

허리진영도 주장 기성용이 들어오면서 안정감을 찾았다. 기성용과 함께 중원을 지킬 파트너로 고요한과 정우영을 투입했는데, 신 감독은 상대에 따른 맞춤형 전술을 구상 중이다. 이재성, 권창훈을 좌우 측면에 배치해 공수의 밸런스를 맞춘 점도 긍정적이다. 이재성은 개인기가 뛰어난 것은 물론 압박과 가로채기에 능해 공수에서 큰 힘을 보냈다. 권창훈은 스피드와 드리블, 슈팅이 좋아 공격력을 배가하는 자원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큰 고민거리였던 윙 백의 완성도 큰 성과다. 오른쪽에 최철순이 2경기 연속 선발로 나섰고, 왼쪽에는 김진수와 김민우가 번갈아 뛰며 합격점을 받았다. 센터백에는 장현수가 2경기 연속 출전한 가운데 권경원과 김영권을 한 경기씩 기용했는데, 세트피스 수비나 뒷공간의 허점을 드러내긴 했지만 안정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부상으로 빠졌던 김민재가 합류할 경우 변화 가능성이 높다.

14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과 세르비아의 축구대표팀 평가전 경기가 열렸다. 한국 구자철이 동점 패널티킥을 성공시킨 뒤 팬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울산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남겨진 숙제

월드컵 본선 무대는 평가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실력차이도 확연히 드러난다. 그래서 이번 평가전 성과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미흡한 점을 찾고, 보완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강팀의 요소 중 하나는 밸런스다. 공격과 수비, 공격수간 또는 수비수간의 호흡, 그리고 2선 3선의 조합 등 11명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때 탄탄한 전력은 완성된다.

대표팀에서 자주 지적 받는 부분은 수비조직력이다.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우가 잦다. 세르비아전 실점도 순간적으로 수비 뒷공간이 무너진 경우다. 물론 수비조직력은 하루아침에 완성되기 쉽지 않지만, 어떻게든 틈을 줄여나가야 한다. 고무적인 건 내달 열리는 동아시안컵에서 조직력을 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수비진에는 유럽파가 없다. K리그 전북 현대 선수들이 주축이고, 일본과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이 합류한다. 동아시안컵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세트피스에 의한 실점 및 득점의 고민도 깊어간다. 축구에서 가장 효과적인 게 세트피스 득점이고 허망한 게 세트피스 실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철저하게 대비책을 마련해야한다. 체력강화, 플랜 B 구축, 백업요원 활용 등 신 감독이 고민할 부분은 적지 않다. 그 고민의 해결 정도가 바로 본선 성적표와 직결된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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