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온두라스전이 남긴 딜레마는 점유율 축구

한국 축구대표팀 . 스포츠동아DB

진정한 2018러시아월드컵 체제, 첫 평가전의 결과는 훌륭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지표는 훌륭했지만, 본선 무대에서 만날 더욱 강력한 상대와도 같은 방식으로 경기를 할 수 있느냐에 물음표가 달렸다.

신태용(48)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온두라스전에서 시종일관 주도권을 쥔 끝에 2-0 승리를 거뒀다. 스코어 차이는 2점뿐이었지만, 경기 내용은 더욱 압도적이었다. 한국은 중원을 시작으로 최전방에 이르기까지 상대 수비라인을 거세게 몰아친 반면, 온두라스 공격진은 이렇다할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사실상 한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하고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한 90분이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가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없는 이유 역시 점유율에 있다. 월드컵 본선 2차전 상대인 멕시코를 겨냥한 온두라스가 부족함이 많았기 때문이다. 당초 기대와 달리 온두라스는 북중미 특유의 저돌적인 공격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피로 누적을 호소하며 태극전사들과의 볼 경합에서 밀리는 모습이었다. 무리하고 거친 플레이도 자주 연출하며 가뜩이나 주력들의 줄 부상에 신음하는 대표팀 벤치를 잔뜩 긴장시키기도 했다.

2018년 5월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과 온두라스의 평가전 경기가 열렸다. 한국축구국가대표 이청용. 대구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결국 신태용호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안고도 개운한 느낌을 얻지 못하게 됐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온두라스(세계랭킹 59위)보다 더욱 전력이 탄탄한 스웨덴(23위)~멕시코(15위)~독일(1위)을 차례로 상대해야 하는데 온두라스전 경기력이 재현되기를 바라는 건 무리다. 과거 연령별 대표팀을 이끈 시절부터 신 감독은 공격에 무게를 실어왔지만 우리가 최약체로 꼽힌 월드컵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축구 전문가들은 “우리가 잘하는 걸 잘하기보다는 상대의 장점을 무력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1차 모의고사를 마친 대표팀은 3차례 평가전을 남겨놓았다. 다음달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41위)를 불러들인 뒤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7일 볼리비아(57위)와 11일 세네갈(28위)을 차례로 만난다. 온두라스보다 전력이 좋은 팀들이다. 신태용호는 남은 평가전에서 ‘선 수비-후 역습’ 전략을 더 가다듬는 데 주력해야 한다.

대구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