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대호. 스포츠동아DB
롯데는 11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5-4로 승리해 후반기 쾌조의 흐름을 이어갔다. 선발투수 앤더슨 프랑코가 5이닝 3실점으로 이닝 소화에서 다소 아쉬움을 보였지만, 뒤이어 등판한 불펜진이 4이닝 1실점을 합작하며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타선에서는 지시완이 0-0으로 맞선 2회초 데뷔 첫 만루홈런을 쏘아 올렸다. 여기에 NC의 추격이 시작되며 4-3으로 쫓긴 6회초, 이대호의 홈런이 결정적이었다.
6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한 이대호는 6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좌월 솔로포를 뽑아냈다. 볼카운트 1S에서 최금강의 슬라이더(120㎞)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겼다. 시즌 15호 홈런. 이 홈런으로 이대호는 통산 3300루타를 달성하게 됐다. KBO리그 역대 7번째 기록. 개인에게도 의미 있는 하루인데, 팀이 승리했으니 기쁨은 두 배 이상이었다.
이대호는 올 시즌 52경기에 선발출장했는데, 4번타순으로 나선 건 29경기(55.8%)로 절반을 약간 넘는다. ‘조선의 4번타자’라는 별명이 어울렸던 그에게 4번타순 이외는 언뜻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3번타자로 13경기, 5번타자로 2경기에 이어 최근에는 주로 6번타순을 맡고 있다. 래리 서튼 감독의 철학 때문이다.
서튼 감독은 이날 경기 전 “감독마다 라인업을 짜는 기준이 다를 것이다. 내 철학상 운동 신경이 좋은 선수들이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타순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대호는 커리어 내내 4번타순을 맡은 선수다. 대단한 타자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4번타자가 2회 선두타자로 나설 가능성이 50% 이상이다. 4번타순이 아닌 다른 데 배치하면서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이대호에게 중요한 건 타순이 아니라 팀 성적이다. 롯데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우승을 할 수만 있다면 대타로만 나가도 행복하다는 것이 그의 진심이다. 지금 롯데가 가을 희망을 노래하는 데 ‘간절한 이대호’의 지분은 상당하다. 이닝 교대 때마다 언제나 덕아웃 맨 앞에 서서 후배들을 반기고 격려하는 것도 같은 의도다.
한국나이로 40세, 불혹임에도 후배들과 경쟁에서 전혀 밀리지 않으며 준수한 타격 생산력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의 4번타자’라는 별명이 찰떡처럼 어울렸던 그가 이제는 6번타순을 주로 맡고 있지만, 그 위압감은 숫자에 담기지 않는다.
“50홈런보다 한국시리즈가, 영구결번보다 우승반지가 더 절실하다. 말해 뭐하나. 솔직히 우승 말고 다른 것들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올해 스프링캠프 때 털어놓은 진심이다. 언제나 자신이 뱉은 말을 실현했던 이대호에겐 아직 지키지 못한 약속 하나가 남아있다. 그 각오 앞에 6번이라는 타순, 40세라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창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