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감독’에서 ‘사마정석’까지…장정석의 돌풍

입력 2019-10-1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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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장정석 감독은 불펜 보직 파괴라는 혁신적인 전술로 2019시즌 가을야구를 치르고 있다. 새로운 시도에 상대 사령탑은 놀라고 팬들은 찬사를 보내고 있다. 감독 3년차에 맞는 두 번째 가을무대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바지감독’, ‘이장석 대표의 아바타’, ‘꼭두각시’.

키움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46)이 2016년 10월 27일 사령탑에 올랐을 때 쏟아졌던 혹평이다. 이장석 전 대표가 더 적극적으로 현장에 개입하기 위해 코치경험이 없는 당시 장정석 운영팀장에게 감독을 맡겼다는 해석이 곁들여졌다.

3년 만에 평가는 완전히 바뀌고 있다. 야구팬들은 최근 장 감독을 ‘사마정석’으로 부르고 있다. 제갈량에서 따온 염경엽 SK 와이번스 감독의 별명 ‘염갈량’을 능가한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삼국지’의 마지막 승자 사마의가 야구감독 닉네임에 등장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장 감독은 현역시절 전문 왼손대타, 외야 대수비 요원이었다. 야구에는 ‘외야수 출신은 감독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투수기용, 수비전술, 디테일한 작전에 약하다는 이유다. 특히 장 감독은 현역 은퇴 후 감독이 되기 전까지 유니폼을 입지 않고 프런트로 활동했다. 처음부터 기대보다는 의문부호가 많았다.

그러나 2019년 가을 장 감독은 누구도 하지 못했던 혁신적인 야구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당장 팀 성적뿐 아니라 KBO리그의 감독 선임 트렌드 변화까지 영향을 줄 정도다.

키움은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준PO) 승리에 이어 SK와 PO 1·2차전을 모두 승리했다. 단 1승만 더하면 한국시리즈(KS)에 진출한다.

포스트시즌(PS)에서 장 감독의 전술은 혁신적이다. 그리고 이 같은 새로운 시도를 위해 시즌 때부터 세밀하게 준비한 전략이 응축돼 있다.

키움은 총 30명의 엔트리 중 절반에 가까운 14명을 투수로 선택했다. 그리고 불펜 핵심 전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불펜 전원 필승조’라는 새로운 야구로 KS에 도전하고 있다.

전략가라는 평가가 따르는 염경엽 감독조차 “놀랍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부분 팀들은 시즌 때보다 PS에서 불펜 필승조에 대한 의존도가 훨씬 더 높아진다. 그에 따른 체력문제, 구위 감소가 승부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장 감독은 1차전 8명, 2차전 9명을 투입하며 이 문제를 해결했다.

불펜 최고의 강속구 투수 조상우를 마지막 이닝이 아닌 승부처에 투입하는 과감한 운용도 시즌 때부터 가을야구를 위해 준비해 왔다. 장 감독은 “엔트리에 투수 14명이 많다고 하지만 수립한 전략을 위해서는 필요한 투수가 더 많았다”고 밝혔다. 키움 투수들 상당수는 타 팀이었다면 지고 있는 상황에서 던져야 했겠지만 역할이 분명하고 모두 중용되는 상황에서 더 자신감있는 모습으로 투구하고 있다.

장 감독은 과감하고 혁신적이지만 2차전에서 삼진 4개로 침묵한 제리 샌즈를 끝까지 기용하는 등 믿음의 야구도 보여주고 있다. 코치는 아니었지만 프런트시절 선수들에게 ‘따뜻한 형님’으로 불렸던 성품도 감독으로 큰 장점이 되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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