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승리 없다’ 진리 놓친 전북, 실종된 ‘승리 DNA‘…이러면 울산전도 곤란해

입력 2021-05-11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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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에게 큰 위기가 찾아왔다. 올 시즌 딱 한 번 졌으나 충격은 대단하다. 9일 전주성에서 3년 6개월 간 압도한 수원에게 무기력하게 무너진 전북은 모든 면에서 재정비가 시급한데, 특히 단단한 정신무장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수원에 패한 전북 선수들이 홈 팬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철옹성 같던 ‘전주성’이 함락됐다. K리그1(1부) 최강 전북 현대가 무너졌다.

전북은 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14라운드 홈경기에서 수원 삼성에 1-3 완패를 당했다. 개막 이후 13경기 연속 무패(8승5무)를 질주하던 선두 전북의 첫 패배인데, 충격은 마치 연패를 당한 것만큼이나 크다.

사실 수원은 전북 입장에선 ‘라이벌’보다는 ‘승점자판기’의 이미지가 강했다. 전북은 2017년 11월 19일 이후 수원에 패한 적이 없었다. 3년 6개월 동안 10경기 연속 무패(8승2무)로 수원을 압도했었다.

이날 경기는 더욱 특별했다. 과거 FC바르셀로나(스페인) 유스 유학 시절, 수원의 지원(3억 원)을 받은 백승호가 다름슈타트(독일)를 떠나 전북 유니폼을 입으면서 안 그래도 껄끄러웠던 두 팀의 관계는 한층 더 악화됐다.

모두가 전북의 우위를 예상했다. 선수단 몸값과 명성, 팀의 관록까지 모든 면에서 앞섰다. 김상식 전북 감독은 백승호를 선발 투입하며 새로운 스토리를 연출하려고 했다. 그러나 정상빈, 김태환 등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 된 수원은 전·현직 국가대표들이 즐비한 전북을 가볍게 제압했다. 수년간 쌓인 지긋지긋한 ‘전북 트라우마’를 완전히 지웠다.

전북의 자존심은 구겨졌다. 앞선 3경기를 모두 비긴 데 이은 패배다. 4경기 연속 무승에 그치는 사이 고작 3득점이다. 아직 리그 최다득점(26골)을 기록 중이나, 슛이 너무 적다. 슛 횟수가 138회로, 전체 10위다. 김 감독도 “너무 완벽한 기회를 창출하려고 한다”고 인정했다. 패스와 빌드-업을 중시하던 조세 모라이스 전 감독(포르투갈)이 남긴 유산이다.

반면 전북과 맞서는 상대는 조금만 공간이 열려도 과감한 슛으로 리바운드 찬스를 노린다. 앞선 제주 유나이티드와 13라운드(1-1 무)에서도, 이날 수원전에서도 전북은 비슷한 패턴으로 먼저 실점했다.

화력이 식자 ‘승리 DNA’도 사라졌다. 전북은 패할 경기를 무승부로, 비길 경기를 뒤집는 저력을 자랑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평소의 트레이닝복 대신 수트를 차려입고 “전북 원정은 특별한 경기”라는 느낌을 풍긴 박건하 감독에 자극받은 수원의 영건들이 한 발 더 움직일 때 전북은 느리고 느슨하게 대처했다.

‘전북 르네상스’를 일군 최강희 감독(상하이 선화)은 2경기를 남기고 조기에 우승을 확정한 2017시즌을 이렇게 떠올렸다. “라커룸에 갔는데 너무 조용했다. ‘물병이라도 (샴페인처럼) 흔들며 자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누군가 그랬다. ‘늘 하던 걸 다시 했을 뿐’이라고. 우리가 강해졌다고 여길 수 있지만 기쁘지 않았다. 간절함을 잊은 게 아닌지 많이 걱정됐다.”

지금의 전북이 그래 보인다. 세상에 ‘당연한 승리’와 ‘당연한 우승’은 없다. 승리가 고팠던 수원의 승리는 당연했다. 평범한 진리를 놓친 전북은 19일 안방에서 2위 울산 현대와 ‘현대가 더비’를 앞두고 있다. 앞선 두 시즌 동안 번번이 우승 트로피를 전북에 내주고, 2005년 이후 리그 타이틀이 없는 울산은 몹시 간절하다. 뚜렷한 상황 개선이 없다면 전북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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