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리더 이승훈, 이제 진정한 레전드

입력 2018-02-2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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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스피드스케이팅대표 이승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최고의 리더십은 희생이다. 이승훈(30·대한항공)은 올림픽에서 온몸으로 리더가 무엇인지 보여줬다. 팀추월은 3200m를 함께 달리는 종목이다. 3명이 400m 링크를 8바퀴 돌아야 한다. 맨 앞에 선 선수는 팀의 기록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는다. 뒤에 2명이 사력을 다하도록 질주해야 한다. 홀로 할 수는 없다. 체력소모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특히 빠른 속도만큼 강해지는 공기저항을 온 몸으로 맞서야 한다. 두 번째, 세 번째 선수는 앞 선수에게 바짝 붙어 공기저항을 최소화한다. 자칫 맨 앞에 서서 오버페이스를 하면 뒤로 돌아갔을 때 뒤쳐질 수 있기 때문에 냉철한 페이스 조절과 희생정신이 필요한 위치다.

21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남자 팀추월 노르웨이와 결승에서 이승훈은 8바퀴 중 4바퀴를 맨 앞에서 끌었다. 체력의 한계가 절정에 달하는 마지막 두 바퀴도 이승훈이 선두를 책임졌다.

이승훈은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에 태어났다.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하나다. 함께 레이스를 펼친 김민석(성남시청)은 만 열아홉, 정재원(동북고)은 아직 고등학생인 열일곱이다. ‘형’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나이차지만 이승훈은 맨 앞에 서서 동생들을 이끌고 잠시 뒤로 빠졌을 때는 응원하고 다독이며 3분38초52 기록으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대표 이승훈(오른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승훈은 경기 후 “많은 분들께 특히 자원봉사자분들에게도 특별한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품격이 느껴지는 소감이다. “동생들에게 한 없이 고맙다”고도 했다. 같은 날 열린 뉴질랜드와 준결승에서도 이승훈은 가장 오랜 시간 맨 앞에 있었다. 마지막 대 역전에 성공한 순간에도 맨 앞자리는 이승훈의 역할이었다.

이승훈은 리더십이 빛난 값진 은메달로 여러 큰 기록을 세웠다. 살아있는 레전드라고 표현해도 부족함이 없다.

평창에서 목에 건 은메달은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남자 1만미터 금메달, 5000m 은메달 그리고 2014소치동계올림픽 남자 팀추월 은메달에 이은 4번째 올림픽 메달이다. 남녀를 통틀어 아시아 스피드스케이팅 최다 올림픽 메달 기록이다. 또한 아시아 최초의 올림픽 3회 연속 메달 수상 남자 선수가 됐다.

이승훈은 24일 남자 매스스타트 준결승에 출전한다. 평창에서 처음 올림픽정식종목이 된 매스스타트는 이승훈에게는 매우 특별하다. 쇼트트랙 선수였던 이승훈이 자신의 노하우와 모든 강점을 다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매스스타트이기 때문이다. 메달에 성공하면 자신의 기록을 뛰어넘는 또 한번의 아시아 최다 올림픽 메달 기록이다.

강릉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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