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지동원 동점·역전포…金보다 짜릿했다

한국 남자축구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결승 진출에 실패한 뒤 이란과의 3∼4위전에서 힘없이 패했다. 한국은 25일(한국시간) 광저우 톈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또 동메달을 놓고 이란을 만났다.

한국으로선 역대 3번째 동메달 획득의 기회였지만 2006년의 아쉬움이 재현되는 듯 했다. 전반 5분 이란의 레자에이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선수들은 집중력을 잃었다. 체력도 급격히 떨어지며 후반 중반까지 1-3까지 몰렸다.

위기의 순간에서 팀을 살린 것은 팀의 막내 지동원(19·전남)이었다.

그는 대 역전극의 주인공이었다. 전반 33분 교체로 그라운드에 나선 지동원은 박주영(AS모나코)의 골로 2-3으로 따라붙은 뒤 혼자 2골을 책임지며 극적인 한국의 4-3 역전승을 일궈냈다.

후반 43분 서정진(전북)이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 한 볼을 헤딩슛으로 연결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 1분 뒤에는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윤석영(전남)의 크로스를 또 다시 머리로 연결, 역전골을 상대 골문에 꽂았다.

이번 시즌 K리그에 데뷔한 새내기 골잡이 지동원. K리그 26경기에 나선 8골4도움을 올리면서 특급 신인이라는 수식어를 받았다.

올해 10월 U-19 아시아선수권에서도 2골을 넣으며 이름값을 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은 쉽지 않은 무대였다.

주 포지션인 최전방 공격수가 아닌 섀도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은 지동원은 아시안게임에서 8강전까지 5경기에 나섰지만 골을 기록하진 못했다. 4강전 UAE와의 경기에서 팀의 결승 진출 실패를 벤치에 앉아 지켜봐야 했지만 3∼4위전에서 아쉬움을 털어내듯 2골로 팀에 귀중한 메달을 안겼다.

지동원은 극적인 동메달 획득의 주인공이 되면서 K리그 신인왕 레이스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아시안게임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윤빛가람(경남)과 신인왕을 다투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에게 최선을 다해달라는 말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선수들이 잘 이겨냈다.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이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한국은 이날 승리로 2002년 부산 대회 준결승(PK 3-5패)과 2006년 도하 대회 3-4위전(0-1패)에서 이란에 당한 패배를 깨끗하게 설욕했다.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