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베이스볼] 신소정 “경기때 10km 왔다갔다…중노동이죠”

입력 2012-06-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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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배트걸 신소정 씨는 요즘 인기를 실감한다고 했다.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사직|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롯데 신소정 씨가 말하는 배트걸의 세계


연예기획사처럼 외모 몸매 보고 뽑아

경쟁률 15:1…직업수명 길어야 2년
경기 90분 전 출근…옷 소품 등 챙겨
일당 6만원 선…요즘 인기 실감해요


야구가 인기이다 보니 배트걸까지 ‘대세’로 눈길을 끌고 있다. 그 중심에는 롯데 배트걸 신소정 씨가 있다. 롯데 양승호 감독의 ‘권유’로 무심코 했던 강민호와의 홈런 하이파이브 덕분에 신 씨는 포털 검색어 1위로 떠오르는 유명인사가 됐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밝은 면모가 전부는 아니다. 알고 보면 힘든 직업인 배트걸의 애환을 알아봤다.

신소정. 스포츠동아DB




○배트걸이 되려면?

야구장의 보조요원은 크게 3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다. 경호·경비 담당, 청소담당, 그리고 응원·치어리더·배트걸 같은 엔터테인먼트 담당이다. 이 중 롯데의 엔터테인먼트 파트를 책임지는 엔터트루의 김홍석 실장은 신소정 씨를 캐스팅한 인물이다. 20세 때부터 이 일을 시작해 롯데에서만 7년째 일하고 있는 김 실장은 배트걸, 치어리더, 고수 등 직원 20여 명을 거느리고 있다.

배트걸이 흔한 직종이 아닌 데다, 회사 홈페이지에 공고를 내는 것 외에는 별다르게 홍보를 하지 않음에도 해마다 희망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 김 실장의 얘기다. 이와 별도로 인맥을 통한 캐스팅 작업도 병행한다. 연예기획사가 연습생을 뽑는 것과 흡사하다. 시즌을 앞두고 30명 이상 지원하는데 이 중 딱 2명만 뽑는다. “소정이는 자기가 먼저 연락해왔어요. 처음 본 순간 워낙 아이가 밝고, 특히 롯데를 좋아해서 뽑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외국에서 오래 살아선지 활발했고요. 외모도 반영이 됐고요.” 아무래도 보이는 직종이다 보니 외모와 몸매를 본다. 그 다음에 야구를 좋아하느냐와 이 일을 얼마나 즐겁게 할 수 있느냐다. 아무래도 특성상 어린 나이를 선호하고, 직업수명은 길어야 2년으로 본다.

신소정. 스포츠동아DB




○배트걸의 일상

원래 야구장은 볼보이를 뒀는데 배트걸이 늘어나는 추세다. LG가 가장 먼저 시작했고, 처음에 심드렁했던 구단들도 워낙 반응이 좋다 보니 따라왔다. SK와 넥센도 배트걸을 두고 있다. 롯데도 2009년 후반기부터 시작했다.

배트걸은 홈경기에만 일한다. 경기개시시간 1시간30분전까지는 야구장에 출근해야 한다. 오자마자 식사부터 한다. 안 그러면 따로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메이크업을 하고, 의상을 갈아입고, 소품을 챙긴다. 구단의 지시사항도 들어야 한다.

배트와 공만 날라다주면 되니 단순해보이지만 알고 보면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다. “좋아하지 않고는 못해요. 뛰는 거리가 상당해요. 못해도 경기당 60번 이상은 뛰어갔다 왔다 하잖아요? 또 야구가 룰에 따라 움직이니까 늘 긴장해야 되고요.” 신 씨의 경험담이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하루 이동거리가 10km는 될 법하다. 무용 전공의 신 씨지만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아도 하체관리가 된다. 경기가 끝나면 소품을 정리하고 30분 후쯤 퇴근한다. 집에 가서야 샤워를 할 수 있다.

유명세를 타면서 퇴근할 때 알아보는 사람이 늘어났다. 팬들 성화에 사진도 찍어준다. 원래 사인은 없어서 사인 부탁을 받으면 난처하기도 하지만 즐겁다. 술 한잔 하고 가라는 아저씨 팬도 있었다. 배트걸의 일당은 일반 아르바이트보다 높고 치어리더보다 낮은 수준이다. 6만∼7만원이 업계의 통례다.

“배트걸이 되어서 제일 좋은 점이요? 야구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 아빠가 삼성 팬인데 롯데 배트걸을 해서 서운해 하세요(웃음).” 신 씨는 올해까지만 배트걸을 하고 학업에 전념할 계획이다. 외국생활 경험을 살려 어학 관련 공부를 더 해보고 싶어 한다. 하고 싶은 것은 하고 살아야 직성이 풀리는 신세대의 티 없는 웃음이 신 씨의 얼굴에 번졌다.

신소정. 스포츠동아DB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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