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신시내티 한나한 “추신수에 빈볼? 절대 못 참아”

입력 2013-04-04 0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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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한나한(33·신시내티). 동아닷컴DB

[동아닷컴]

추신수(31·신시내티)가 클리블랜드 소속이던 지난해 4월 15일(한국시간).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경기에 출전한 추신수가 3회 상대 투수의 투구에 무릎을 맞았다.

추신수는 1루로 걸어가며 상대 투수를 향해 불만을 표시했다. 상대 포수와도 말싸움을 벌였다. 추신수가 이렇게 화를 낸 것은 바로 몸에 맞는 공을 던진 상대 투수 조나단 산체스(31·피츠버그)의 ‘악연’ 때문이었다.

산체스는 2011년 6월 추신수에게 왼쪽 엄지손가락 골절상을 안긴 장본인. 추신수로서는 ‘구원’이 떠오를 만 했다.

추신수는 상대 포수와도 말싸움을 벌였다. 결국 이 마찰은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몰려나오며 벤치클리어링으로 이어졌다.

이 벤치클리어링 때 마치 자기 일처럼 몹시 흥분한 선수가 있었다. 바로 잭 한나한(33·신시내티). 한나한은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나자 추신수를 맞춘 산체스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팀 동료들이 그를 말리지 않았다면 이내 주먹다짐이 일어날 수도 있었던 급박한 상황이었다.

한나한은 평소 다정하고 온화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어 당시 그가 보여준 격앙된 표정과 행동은 많은 야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1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 공교롭게도 추신수와 한나한 두 선수 모두 클리블랜드를 떠나 신시내티로 이적했다. 묘한 인연이다.

한나한은 2006년 디트로이트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이후 오클랜드와 시애틀을 거쳐 2011년 클리블랜드로 이적해 추신수와 처음 팀 동료가 됐다.

작년 12월 추신수가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신시내티로 이적한지 단 이틀 만에 한나한 또한 신시내티와 2년 총액 400만 달러에 계약하며 또 다시 추신수와 한솥밥을 먹게 됐다.

올해로 메이저리그 8년차인 한나한은 화려했던 아마추어 경력에 비해 프로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포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 가능해 현재까지도 빅리그 무대를 밟고 있다.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타율 0.234 28홈런 159타점.

한나한이 뛰어나지 않은 성적과 적잖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신시내티와 계약할 수 있었던 것도 유틸리티 플레이어라는 자신만의 특기가 있어 가능했다.

동아닷컴은 최근 국내 언론 최초로 한나한을 미국 현지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추신수(왼쪽)와 잭 한나한(이상 신시내티). 동아닷컴DB


다음은 한나한과의 일문일답.

-시즌 개막이 며칠 안 남았다. 준비는 잘하고 있나? (인터뷰는 시즌 개막 전 이뤄졌다.)

“물론이다. 몸 상태도 좋고 컨디션도 매우 좋다. 야구팬들처럼 나 또한 시즌 개막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준비도 잘했고 특히 올해는 새로 이적한 팀에서 맞는 첫 번째 시즌이라 그런지 기대도 크고 더 설렌다.”

-지난 겨울 신시내티로 이적했다. 새 팀에 적응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전혀 없었다. 이적하자마자 바로 적응했을 정도다. 비록 다른 팀이지만 선수들 만큼은 오랜 시간 야구를 하면서 팀 동료나 상대팀 선수로 자주 만났던 터라 바로 적응할 수 있었다.”

-경쟁이 심한 빅리그에서 오랜 시간 뛰고 있다. 자신만의 성공 비결이 있다면?

“남보다 더 열심히 노력했고 어떤 역경에서도 내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마이너리그에서만 무려 8년이란 긴 시간을 보냈다. 당시에 포기할 수 있는 상황도 여러 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더 열심히 운동했고 그 꿈은 결국 현실이 됐다.”

-메이저리거로 지내기에 가장 힘든 점을 꼽자면?

“원정경기 때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시간도 많고, 메이저리그는 워낙 경쟁이 심한 곳이다 보니 생존에 대한 스트레스도 심하다. 또한 성적이 부진하면 그 것에 대한 부담도 크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내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동경했던 내 오랜 꿈이었기에 이 정도의 어려움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성적에 대한 부담도 크다고 했는데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이면?

“(웃으며) 전보다 더 열심히 연습하는 수 밖에 없다. 타자가 늘 잘 칠 수는 없지만 하루 4타수 무안타를 쳤다고 의기소침하기 보다는 그럴수록 더 열심히 운동하면 다음날 또 멀티히트도 치고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는 게 야구이기 때문이다.”

잭 한나한(33·신시내티). 동아닷컴DB


-야구는 맨 처음 언제 시작했나?

“아주 어렸을 적 그러니까(잠시 생각하더니) 2~3세 때부터 했던 것 같다. 물론 리틀리그처럼 규격화된 야구는 아니고 집에서 캐치볼이나 스윙 등을 하면서 말이다.”

-어렸을 적 가장 좋아했던 팀과 롤모델은 누구였나?

“고향이 미네소타여서 자연스럽게 미네소타 트윈스를 좋아했다. 롤 모델로는 명예의 전당에 오른 폴 와너(Paul Waner)와 커비 퍼켓(Kirby Puckett) 등이다.”

-연습이나 경기가 없는 날은 주로 무엇을 하며 지내나?

“주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평소에 도와주지 못한 집안일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기혼이라고 들었다. 아이는?

“아들만 둘이다. 큰 애는 19개월, 그리고 막내는 최근에 태어났다.”

-그러면 기저귀 갈 일이 많겠다.

“(웃으며) 그렇다. 아이들이 어려서 부모의 손이 많이 가는 시기라 집안은 늘 정신이 없고 소란스럽다. 하하.”

-메이저리그 투수 중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투수는?

“로이 할러데이(필라델피아)와 저스틴 벌랜더(디트로이트)다. (웃으며) 이 두 투수가 내 타율을 많이 깎아 먹었다. 하하.”

-올 시즌 목표는?

“많이 이기고 싶다. 시즌이 시작되면 내가 어떤 보직을 맡게 될지 모르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팀 승리에 기여해 많이 이기고 싶다.”

잭 한나한(33·신시내티). 동아닷컴DB


-타율이나 홈런 등 개인적인 목표는 없나?

“개인적인 목표보다 팀 승리가 우선이다. 야구장에 갈 때 항상 마음을 비우고 최선을 다해 팀 승리에 기여하고 싶다.

-지난해 추신수로 인해 발생한 벤치클리어링 때 몹시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추신수는 팀 동료이자 개인적으로 나와 친한 친구이다. 물론 경기에서 벤치클리어링이 자주 일어나서는 안되겠지만 지난해 유독 추신수가 몸에 맞는 볼이 많았다. 그래서 심기가 불편했는데 캔자스시티전에서 또 다시 산체스가 추신수를 맞추자 화가 폭발했다.”

-앞으로 이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면 또 다시 추신수를 위해 제일 먼저 뛰어나갈 건가?

“(주저 없이) 물론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이루고 싶은 장기목표가 있다면?

“(웃으며) 나도 가을(10월)에 야구하고 싶다. 언제까지 야구를 계속할지 모르겠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꼭 한 번 누리고 싶다.”

-당신도 징크스가 있나?

“(웃으며) 많다. 안타를 치거나 팀이 연승을 하면 늘 같은 장소에 차를 주차하거나 샤워도 꼭 동일한 장소에서만 한다. 집에서 야구장으로 오는 길도 늘 같은 곳으로만 다닌다. 그러다 슬럼프에 빠지거나 팀 성적이 안 좋아지면 전부 다 바꾼다. 하하.”

-다시 태어나도 야구를 할 생각인가?

“물론이다. 나는 야구가 정말 좋다.”

-당신 삶에서 없어서는 안될 3가지만 꼽자면?

“가족과 신(神) 그리고 (생각하더니) 음식? 하하.”

잭 한나한(33·신시내티). 동아닷컴DB


-메이저리거가 꿈인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물론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야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즐겁게 즐기면서 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무슨 일이든지 그 일로 인해 스트레스가 쌓이고 중압감을 받게 되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나한 당신에게 ‘야구’란?

“야구는 내 삶의 모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울러 잘 알겠지만 사회인 야구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돈을 쓰면서까지 야구를 한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좋아하는 야구를 돈을 받으며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난 참 축복받은 삶을 살고 있다.”

-끝으로 한국에 있는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한국에도 팬들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들을 위해 가능하다면 한국에서도 선수 생활을 해보고 싶다. 아울러 3년째 추신수와 함께 뛰게 된 것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추신수는 애국심도 강하고 야구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것을 늘 자랑스러워 한다. 다시 한번 더 한국 팬들에게 고맙고 그들에게 꼭 내 인사를 전해달라.”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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