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SK 세든 “불 질러도 OK” 대인배 에이스

입력 2013-06-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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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크리스 세든이 4일 마산 NC전에 선발 등판해 와인드업을 하고 있다. 팀은 하위권으로 처져있고, 불펜의 난조로 호투하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하는 경기가 많지만 그는 넓은 아량으로 포용하는 ‘대인배’ 에이스다. 창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나 역시 불펜 출신…미안한 심정 이해”
넓은 포용력 덕분에 팀 동료들이 신뢰
뛰어난 제구력으로 방어율 1.56 선두


SK의 외국인투수 크리스 세든(30)의 글러브에는 믿을 신(信)자가 새겨져 있다. 딸의 이름 ‘Faith’를 딴 한자다. 이 한자야말로, 현재 세든의 위상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 세든은 11일까지 유일하게 1점대 방어율(1.56)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퀄리티스타트(10번)와 투구이닝(81)도 가장 많다. 그만큼 선발투수로서 제 몫을 다했다는 증거다. 비록 팀은 하위권으로 처져있지만, 세든은 에이스의 소임을 너끈히 수행하고 있다.


● 불펜이 날린 승리? “나 역시 불펜 출신”

세든은 9일 문학 한화전에서 7이닝 4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4-0 리드 상황이었지만, SK 불펜은 세든의 승리를 지켜주지 못했다. 8회초 한화 정범모에게 2점홈런을 허용하며 추격의 불씨를 제공한 진해수는 경기 후 세든에게 다가갔다. “미안하다”는 얘기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세든은 “괜찮다”며 오히려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마움을 느낀 진해수는 ‘다음번에는 꼭 승리를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11일 잠실 두산전을 앞둔 세든은 “나 역시 지난 시즌 클리블랜드에서 불펜으로 뛸 때 선발투수의 승리를 날린 적이 있다”며 웃었다. 그럴 때면 세든은 덕아웃으로 들어와 더 격렬하게 자책했다. 동료에 대한 미안함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자신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기에 에이스다운 넓은 가슴으로 불펜투수들까지도 배려할 수 있다. 진해수는 “내가 영어를 잘 못하지만, 세든은 친해지고 싶은 선수”라며 웃었다.


● 뛰어난 제구력과 견제능력, 한국형 용병!

세든은 SK가 오랜 전부터 눈여겨본 투수다. 직구 구속은 140km대 초반으로 빠르지 않지만, 제구력이 뛰어나고 구종이 다양해 한국무대에서 충분히 통할 것이란 판단이었다. 큰 키(193cm)와 긴 팔 덕에 타점 역시 좋다. 외국인투수들은 보통 한국무대에서 주자들을 상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세든은 견제동작이 뛰어나, 주자들이 쉽게 도루를 시도할 수 없는 유형의 투수다. 올 시즌 도루를 내준 것은 두 차례뿐. 세든은 “세트포지션에서 공을 잡고 있는 타이밍을 수시로 달리 한다. ‘하나, 둘’ 하고 던질 때도 있고, ‘하나, 둘, 셋’ 하고 던질 때도 있다”며 자신의 잠금장치에 대해 설명했다.


● 관건은 체력! 한계투구수는 110개

최근에는 팀 동료 조조 레이예스에게서 배운 투심패스트볼까지 장착해 레퍼토리도 더 다양해졌다. “몸쪽에 던진 뒤, 바깥쪽 슬라이더나 체인지업으로 타자를 요리한다”고 자신의 전략을 공개했지만, 워낙 제구력이 좋아 거의 알고도 당하는 수준이다.

관건은 체력이다. 세든은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투수는 아니었다. 빅리그에선 주로 불펜으로 뛰었고, 마이너리그(2001∼2012년)에서도 연간 150이닝을 넘긴 시즌은 세 번(2004·2006·2008년)뿐이었다. SK 코칭스태프도 이 사실을 알고, 세든을 관리하고 있다. 세든은 “110개 정도를 나의 한계투구수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잠실|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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