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통신원의 네버엔딩스토리] ‘22홈런’ 1번타자 코코 크리스프와 ‘머니볼’ 빈 단장…의리의 재계약

입력 2014-02-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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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간 1100만달러씩 또 계약 연장 코코 크리스프

부상에 묻히고 신예에 밀렸던 비운의 중견수
최저 타율 악몽의 2009시즌후 어슬레틱스행
‘마지막 시즌’ 각오로 75경기 32도루 눈도장
2년 연장 계약 후 첫 ‘20홈런-20도루’로 보답
빈 단장, 1년 남았지만 다시 연장 극진 대우


오 클랜드 어슬레틱스가 오프시즌에서 공격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머니볼’로 유명한 빌리 빈 단장이 이끄는 어슬레틱스는 10일(한국시간) 중견수 코코 크리스프(35)와 2년 계약 연장에 합의했다. 올 시즌 750만달러의 연봉이 보장된 크리스프는 2015년부터 2년간 1100만달러씩 받는다. 또 2017년에는 75만달러의 바이아웃을 구단이 행사하지 않을 경우 1300만달러의 연봉이 보장된다. 2013시즌 개막 당시 어슬레틱스의 연봉 총액이 6100만달러에 불과했던 사실을 고려하면 30대 중반의 노장 중견수에게 파격적 대우를 한 것이다. 이에 앞서 어슬레틱스는 좌완 선발투수 스콧 카즈미어를 2년 2200만달러에 영입했고, 지난 시즌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50세이브를 따낸 짐 존슨에게 1000만달러의 연봉을 안기며 뒷문을 보강했다. 스몰마켓팀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난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어슬레틱스가 올 시즌에는 통산 10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 20홈런-20도루 클럽

2013시즌 어슬레틱스에선 무려 7명의 선수가 12개 이상의 홈런을 때리는 고른 활약을 보였다. 30홈런을 친 브랜든 모스를 비롯해 요에니스 세스페데스(26개), 조시 도널드슨(24개)이 파워히터로 명성을 떨쳤다. 팀 내 홈런 4위를 기록한 선수는 놀랍게도 1번타자인 크리스프였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이던 2005년 작성한 개인 한 시즌 최다홈런(16개)보다 6개 많은 22개의 아치를 그렸다. 더욱이 2006년부터 6년 연속 한 자릿수 홈런에 그쳤던 터라, 그의 변신은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2011년 49도루로 아메리칸리그 1위를 차지한 크리스프는 2013시즌 26차례 도루를 시도해 21번 성공시키며 생애 처음으로 20홈런-20도루 기록을 작성했다. 오리올스에서 둥지를 옮겨 팀 동료가 된 마무리투수 존슨은 “타석에서 늘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크리스프를 상대하는 것은 매우 괴로운 일이었다. 최소한 올 시즌에는 그를 상대하지 않아도 돼 다행이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 비운의 스타

1979년 11월 1일 LA에서 태어난 크리스프는 야구선수로는 다소 왜소한 183cm, 84kg의 체격을 지녔다. 2년제 대학을 나와 1999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7라운드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지명된 무명 선수였다. 마이너리그에서 기량을 연마하던 그는 2002년 8월 좌완투수 척 핀리의 트레이드 상대로 지목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이적한 뒤 바로 주전 중견수 자리를 꿰차며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비록 어깨는 약했지만, 빠른 발을 활용한 폭 넓은 수비가 일품이었다. 2004년 타율 0.297을 기록하며 공격에서도 재능을 보였지만, 이듬해 그래디 사이즈모어에게 밀려 좌익수로 포지션을 변경하는 시련을 겪었다. 이에 굴하지 않고 2005년 생애 최고인 타율 0.300에 16홈런 69타점을 기록하며 정상급 외야수로 자리매김했다.

조니 데이먼을 라이벌 뉴욕 양키스에 빼앗긴 보스턴 레드삭스는 2006년 1월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크리스프를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3년 1550만달러의 장기계약을 맺은 기쁨도 잠시. 크리스프는 도루를 시도하다 왼쪽 검지 골절을 당해 부상자 명단에 올라 42경기나 결장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뒤 1번타자는 케빈 유킬리스의 차지였고, 7번이나 8번으로 경기에 나서야 했다.

2007년에는 공수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쳐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 진출에 기여했다. 2004년에 이어 3년 만에 레드삭스가 다시 정상에 올라 드디어 생애 첫 우승 반지를 끼었지만, 크리스프는 미소를 지을 수 없었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중반부터 신예 제이코비 엘스버리에게 밀려나 벤치워머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도 주로 대수비 요원으로 3경기에 출전해 2타수 1안타에 그쳤다.


● 벼랑 끝 도전

2008년 생존을 위해 애를 썼지만 엘스버리의 그늘에 가린 크리스프는 그 해 11월 캔자스시티 로열스로 트레이드됐다. 그에게는 악몽과 같은 2009시즌이었다. 생애 최저인 타율 0.228에 머물렀고, 6월 어깨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라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슬레틱스가 손을 내밀었다. 초라한 1년짜리 계약이었지만, 구단에서 옵션을 행사할 경우 2년 500만달러까지 받을 수 있는 조건이었다.

벼랑 끝에 몰린 크리스프는 생존을 위해 이를 악 물었다. 2010시즌 부상으로 75경기 출전에 불과했지만, 타율 0.279에 32도루를 기록하자 구단에서 옵션을 행사해 선수생활을 연장할 수 있었다. 2011년 아메리칸리그 도루왕에 오른 그에게 어슬레틱스는 2년 1400만달러의 계약 연장을 제안했다. 오리올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도 그를 영입하기 위해 좋은 조건을 내걸었지만, 크리스프는 모두 거절하고 벼랑 끝에 몰린 자신에게 기회를 준 어슬레틱스와 계약하며 의리를 과시했다.

어슬레틱스로 둥지를 옮기면서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한 지 어느덧 4년이 흘렀다. 어슬레틱스가 최근 백업 내야수로 유틸리티맨 닉 푼토를 영입했지만, 크리스프는 주전 가운데 최고참이 됐다.

빌 단장은 아직 1년 계약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2016년까지 계약을 연장해주는 극진한 대우로 그간의 노고를 인정했다. 크리스프의 리더십이라면 팀의 숙원인 통산 10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달성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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