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트랙] 9회초 구원투수 등판한 박노준이 9회말 타석에?

입력 2014-03-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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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송일수 감독은 11일 롯데와의 시범경기에서 정해진 타순에 다른 타자를 내보내는 ‘부정위타자(improper batter) 해프닝’이 벌어진 데 대해 12일 공식 사과했다. 이 사건은 28년 전인 1986년 7월, 당시 OB 김성근 감독이 MBC전에서 박노준을 타석에 내보내면서 벌어졌던 또 다른 부정위타자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스포츠동아DB

■ 1986년 OB 김성근 감독의 최초 부정위타자 사건

김 감독, 끝내기 찬스 오자 주심에 문의
‘안 된다’는 답변을 ‘된다’로 듣고 기용
심판은 부정위타자 인지해도 발설 금지
상대팀 김동엽 감독 뒤늦은 항의 소동


11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열린 시범경기 두산-롯데전에선 ‘부정위타자(improper batter) 해프닝’이 벌어졌다. 공식기록을 맡은 한국야구위원회(KBO) 김태선 공식기록위원이 “20년 이상 기록원으로 일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다. 1980년대에 한 번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을 정도로 보기 드문 일이었다. 김 위원이 언급한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부정위타자 사건은 2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6년 7월 4일 잠실 MBC-OB전. 1-1 동점이던 9회말 OB는 선두타자인 5번 김형석이 MBC 에이스 김건우를 상대로 안타를 친 뒤 6번 김광림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찬스를 잡았다. MBC는 소방수 김용수를 투입해 7번 유지훤을 고의4구로 걸렀다. 1사 1·2루 8번 김경문 타석. 여기서 OB 김성근 감독(현 고양 원더스 감독)은 이규석 주심에게 다가가 “박노준이 대타를 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 주심은 “안 된다”고 답했다.

아마추어 시절 투타에서 발군의 활약을 펼친 신인 박노준은 이미 9회초 투수로 김진욱을 구원등판한 상태였다. 야구규칙상 등판 중인 투수는 지명타자 외에 다른 선수의 대타자 또는 대주자가 될 수 없다. 이날 지명타자인 윤동균 자리(4번)에나 넣을 수 있었다. 그런데 김 감독은 어찌된 영문인지 박노준을 대타로 투입했다.(뒷날 김 감독은 ‘안 된다’를 ‘된다’로 잘못 알아들었다고 해명했다)

부정위타자의 기본규칙을 요약하면, 우선 부정위타자가 타격을 끝냈을 때 다음 타자에게 투구하거나 다른 플레이를 하기 전 주심에게 어필하면 정위타자는 아웃된다. 부정위타자의 타격에 의한 진루나 득점은 모두 무효. 만약 타격을 완료하기 전이면 상대방의 어필시 정위타자가 볼카운트를 이어받아 타석에 서면 된다. 어필이 없으면 부정위타자는 정위타자로 인정받고, 그 다음 타순으로 이어진다.

야구규칙에 ‘심판원은 부정위타자가 타석 안에 있다는 사실을 어느 누구에게도 주의를 환기시켜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이 주심은 룰대로 경기를 진행했고, 박노준은 3루수 앞 땅볼로 2사 2·3루 상황을 이어줬다. 이상하게 MBC 김동엽 감독은 조용했다. 여기서 김성근 감독은 또 대타 이승희를 썼다. 3루수 앞 땅볼로 결국 연장전.

김동엽 감독은 10회말 1번 김광수가 타석에 서자 그제야 규칙서를 본 뒤 이 심판에게 따지고 들었다. 박노준이 8∼3번을 뛰어넘어 4번으로 나섰고, 이승희는 또 5∼8번이 아닌 9번으로 나서 OB가 2차례나 부정위타자를 쓴 셈이었다. 김동엽 감독이 “박노준은 ‘부정위타자’가 아니라 ‘부정선수’이기 때문에 몰수게임이 돼야 한다”고 흥분하면서 21분간 경기가 중단됐다. 그러나 어필 시기를 놓친 뒤였다. 연장 11회말 박노준이 4번타자로 나서려고 하자 김동엽 감독은 또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연장 11회말 시간제한 1-1 무승부로 끝났다.

‘룰도 모르는 프로들’이라는 혹평 속에 분을 참지 못하던 김동엽 감독은 7월 23일 롯데전에서 1-8로 뒤진 7회말 투수 김태원을 포수 박철영 타석에 투입하는 ‘고의 부정위타자 사건’을 만들어 시위를 했다. 비난 여론이 일자 MBC는 구단 차원에서 벌금 50만원의 자체징계를 내렸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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