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완, 라커룸에 입영통지서 붙인 이유

입력 2014-04-17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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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나지완(29)의 라커에는 입영 통지서가 붙어있다. 올 시즌 유종의 미를 얻고 군 입대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야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팀 위해 날짜 조정…올 시즌 마치고 입대
“대표팀 생각 안해…후회없이 뛰고 가겠다”


입영통지서. 일명 입대영장이다. 대한민국 대다수 남성들은 입영통지서를 받았던 그 순간을 오래도록 잊지 못한다. 영장을 받으면 많은 이들이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곤 한다. 앞으로 있을 큰 변화를 준비하는 기간이다.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KIA 클럽하우스. 나지완의 라커에는 15일 오전까지 입영통지서가 붙어 있었다. 통지된 입영 날짜는 5월 중순이었다.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 그동안 나지완은 구단과 감독의 부탁, 조언으로 몇 차례 입대를 미뤘다. 부상과 부진이 겹쳤을 때는 ‘빨리 군대 다녀오겠다’는 마음도 컸지만 좀 더 자신의 야구를 완성하고 군복무를 하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입대를 미룰 수 없을 만큼 꽉 찬 나이. 막상 시즌 중 입대 날짜를 받자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도 라커에 ‘영장’을 붙이고 매일 보며 ‘끝가지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는 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 슬럼프를 겪었다. 팀의 4번타자로 제 몫을 다하지 못한다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괴로워했다. 그때도 입대 날짜는 하루하루 다가왔다.

15일 오후 나지완은 입대날짜를 조금 뒤로 미룰 수 있다는 통지서를 받았다. 병무청은 학업이나 직업상의 이유가 타당하면 입대날짜를 조정해주고 있다. 나지완도 그 대상자였다. 나지완은 올 시즌을 마친 뒤 입대하기로 결정했다. 시즌을 끝까지 뛸 수 있게 돼 마음이 한결 가벼웠을까. 이날 나지완은 결정적 동점 2점홈런을 포함해 3안타 3타점으로 활약했다.

16일 나지완은 “팀이 2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선수들 모두 올 시즌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올리자는 다짐이 크다. 시즌 끝까지 함께 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잘 마무리하고 군에 입대하겠다”며 웃었다.

올해는 프로야구선수들이 유일하게 병역특례 해택을 받을 수 있는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해다. 아직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선수들 모두가 대표팀에 선발돼 금메달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러나 나지완은 “부족한 것도 많아 대표팀은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 그동안 올 시즌만 마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분명한 목표, 그리고 후회 없는 시간을 남기고 싶은 마음. 나지완의 2014년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이다.

광주|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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