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설 감독 “김연경 배구 포기 못하게 한 일 뿌듯”

입력 2014-08-19 06:40:00
프린트

“월드스타 김연경을 발굴한 족집게 감독님” 경기 안산 서초등학교 배구부 이병설 감독이 17일 2014 KOVO 총재배 전국초등학교배구대회가 열린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유소년 배구 활성화를 기원하며 활짝 웃고 있다. 김천|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2014 KOVO총재배 전국초등학교 배구대회 화제의 감독|김연경 발굴한 안산 서초등 배구부 이병설 감독

초등때 성장 멈춰 고민하는 부모님 설득
세계스타 된 후 고맙다는 말 정말 기뻤죠

열악한 환경 8년간 ‘나홀로 지도’할 때도…
서초등∼원곡중∼원곡고 배구라인 결실

지도자 노력따라 제2 김연경 탄생 가능
고교서 머문 유소년 지원시스템 개발도


누구에게나 출발은 있다. 그 출발에는 항상 선생님이 있다. ‘배구여제’ 김연경도, 국가대표 배유나 김수지에게도 배구의 길로 인도해준 선생님이 있다. 경기 안산 서초등학교 배구부를 20년째 지도하는 이병설 감독이 바로 그 ‘선생님’이다. 이 감독은 김천에서 벌어지고 있는 2014 KOVO총재배 전국초등학교 배구대회에 안산 서초등학교 배구부를 이끌고 참가하고 있다. 안산 서초등학교는 1989년 배구부를 만든 이후 많은 스타를 배출해냈다. 모두 이 감독의 애정과 관심으로 키운 선수들이다.


● 체육장려 정책으로 시작한 배구부 탄생

이 감독은 “신설학교에 부임을 했는데 학교에서 운동부를 만들라고 했다. 88서울올림픽 때라 모든 학교에서 운동부를 만들고 장려했다. 배구부 선수를 뽑았다. 가능성 있는 선수를 찾아낸 뒤 학부모를 설득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모들이 운동을 시키지 않으려고 했다. ‘재능이 있다’며 간신히 설득해 운동계에 발을 들어놓기가 학생들 운동시키기 보다 더 힘들었다”고 기억했다.

이 감독은 ‘월드스타’ 김연경의 배구입문 일화를 소개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김연경을 봤다. 키가 140cm도 되지 않았다. 세 자매 중에 큰 언니가 배구를 했는데 키가 컸다. 신체구조나 언니를 봤을 때 키가 클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회고했다. 꼬마선수 김연경의 운동감각은 남달랐다. 빠르고 유연했다. 키를 빼고는 모든 것이 완벽했지만 김연경의 부모는 고민했다. 6학년 때 배구를 포기하려고 했다. 일반학생과 체육특기생 사이에서 선택을 내려야 할 때였다. 키가 크지 않는 배구선수의 미래를 부모는 걱정했다.

결단을 내렸다. “무조건 큰다. 속는 셈치고 나를 믿고 원곡중학교 선수로 보내라”고 했다. 성공했다. 중학교까지 자라지 않던 키가 고교 때부터 쑥쑥 자라서 김연경은 세계적인 선수가 됐다. “김수지는 초등학교 때부터 키가 컸다. 배유나는 1학년 때 배구를 하겠다고 제 발로 찾아왔다. 너무 어려서 3학년 때 내가 데리고 온다고 약속했다. 운동을 아주 잘해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다. 6학년 때 전관왕을 했다”고 기억했다.


● 화려한 성공 뒤에는 선생님 이병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다.

이 감독은 먼 지역에 사는 선수들을 위해 등하교를 책임졌다. 오전 7시부터 봉고차로 안산 시내를 돌며 선수들을 태워 등교했다. 훈련이 끝나면 일일이 집으로 데려다줬다, 1995년부터 8년간 코치도 없이 혼자서 선수들을 태우고 다녔고 훈련을 지도했고 수업도 했다. 그사이 이 감독의 봉고차는 25만 km를 뛰고 2대나 폐차됐다. 정왕초등학교로 옮겼을 때에는 남자배구팀을 만들었다.

이번이 안산 서초등학교에서만 3번째 임기다. 그의 노력과 열성으로 안산은 서초등학고∼원곡중학교∼원곡고등학교로 이어지는 배구선수 수급라인이 만들어졌다. 이감독이 25년간 노력한 결실이다. 그 인연으로 초등배구연맹 이사도 오래 했다.

이 감독은 초등학교 선수들에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기와 인성이라고 믿는다. “선수가 올바른 인성을 가져야 성공한다. 기본기에 충실하고 운동을 즐겁게 해서 스스로 운동을 찾도록 만드는 것이 옳다”고 했다.


● “제2의 김연경 5년 안에 나올 수 있다”

우리 배구는 앞으로 또 다른 김연경을 발굴해야 한다. 오랜 꿈나무 지도 노하우를 물었다. “좋은 재목을 찾으려고 지도자들이 얼마만큼 노력했느냐가 중요하다. 선수들 지도관리를 잘 해서 부상을 방지하고 무리시키지 않으면 또 다른 김연경은 5년 안에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의 유소년 지원시스템에 대해서 아쉬운 점도 많다. 힘들게 꿈나무를 발굴해 키웠지만 정작 프로에서 내려오는 혜택은 고등학교가 대부분 차지하는 것이 현실이다. “뿌리가 튼튼해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정작 결정을 내릴 때는 그것을 잊어버린다”고 지적했다.

그동안의 지도자 생활 가운데 가장 잘한 선택으로 김연경에게 배구를 포기시키지 않은 것을 들었던 이 감독은 몇 달 전 고마운 식사대접도 받았다고 귀띔했다.

“선수는 마음으로 품어야 한다. 애정이 없으면 못하는 일이다. 교사로서 인생지도를 하겠다고 약속을 했기에 지킬 뿐”이라고 이 감독은 말했다.


■ 전국초등배구대회 경기결과


▲여자부 예선리그
●A조 경기 파장 2-0 울산 덕신
●C조 서울 수유 2-0 부산 사하, 전북 증산 0-2 천안 쌍용
●D조 강릉 옥천 2-0 아산 충무, 대전 신탄진 2-1 서울 추계
●F조 울산 옥현 2-0 포항 항도


▲남자부 예선리그
●D조 전남 녹동 1-2 충남 둔포
●E조 이리 부송 0-2 충북 의림
●F조 경남 통영 0-2 순천 대석
●H조 안양 중앙 2-0 예산 오가
●I조 광주 문정 2-0 경남 대원
●J조 김해 화정 1-2 대전 석교


▲여자부 12강전
서울 수유 0-2 충북 남천, 제주 동흥 2-0 대구 삼덕, 목포 하당 0-2 경남 유영, 대구 신당 2-1 서울 추계


▲남자부 20강전

순천 대석 2-0 김해 화정, 강원 율곡 2-0 대전 유성, 전남 녹동 2-0 대전 석교, 충북 삼양 2-1 안양 중앙


▲남자부 16강전
광 주 문정 2-0 이리 부송, 경기 금상 2-0 순천 대석, 강원 율곡 2-0 충남 둔포, 인천 주안 1-2 충북 각리, 고창 흥덕 2-0 전남 담양동, 경남 하동 0-2 전남 녹동, 충북 삼양 0-2 서울 신강, 충남 청양 2-0 충북 의림

김천|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기자스페셜

이전 다음

뉴스스탠드

최신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