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김재박 경기감독관에 ‘6경기 출장정지’ 징계

입력 2016-04-0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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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잠실 우천취소 신중치 못했다”

수백억원대의 예산이 필요한 고가의 장비도 단 몇 시간 뒤 날씨를 정확히 예보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필요한 것은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과 철저한 준비다.

3일 잠실구장. 오후 2시 시작하는 한화-LG전을 앞두고 오전 내내 봄비가 내렸다. 홈팀 LG는 오전 9시 비가 흩날리기 시작하자 마운드와 타석에 원형 방수포를 깔았다. 10시30분 김재박 경기감독관(KBO 경기운영위원장)이 추가로 각 베이스에 방수포를 깔도록 지시했다. 오후 1시 전까지 관중의 경기장 입장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관중 입장이 시작되면 안전요원 배치, 청소인력 투입, 식음료매장의 가동 등이 이어져야 한다. 김 감독관은 관중 입장 개시 여부를 묻는 LG에 “경기 취소 여부는 더 지켜보자. 일단 손님을 받자”고 답했다. 관중이 입장했지만, 그라운드 상태와 더 많은 비가 내릴 수 있다는 예보를 참고해 오후 1시30분 우천취소를 결정했다. 그러나 오후 2시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 항의가 잇따랐다. 오후 3시 무렵 잠실구장에는 다시 많은 비가 쏟아졌지만, 초점은 오후 2시 강수량에만 모아졌다.

하루가 지난 4일 김 감독관에 대해 KBO는 ‘신중치 못한 우천취소로 물의를 일으켰다’며 6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다. 또 ‘각 구단에도 우천시 방수대책을 강구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BO 문정균 홍보팀장은 “우천 방수조치가 미흡할 경우 구단에 1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지만, 이날 홈팀 LG는 비가 내리자마자 방수포를 까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1만9000장의 입장권이 팔린 상황이었기에 잠실구장을 찾은 관중의 항의는 거셌다. 김 감독관은 일단 경기가 시작되면 우천중단 또는 강우 콜드게임 선언 권한을 갖는 심판진에게 책임을 넘길 수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스스로 결정을 내렸다. 개막 3연전으로 팬들의 기대가 높았던 만큼 예정대로 경기에 돌입한 뒤 상황을 좀더 지켜보는 ‘운영의 묘’를 발휘했더라면 설사 심판진의 노게임 선언으로 같은 결과가 나왔더라도 팬들의 이해를 구할 수는 있었을지도 모른다.

KBO는 올 시즌을 앞두고 각 구단에 공문을 보내 방수포와 인력 확보 등의 노력을 촉구했지만 아직까지 좀더 정교한 규정은 마련되지 않았다. 오직 경기감독관의 판단에만 모든 것을 의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장비와 인력 확보에 대한 확고한 규정, 그리고 개인의 판단이 아닌 강수량 등 매뉴얼에 따른 우천취소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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