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뒤숭숭한 전북 “어차피 맞을 회초리, 빨리 맞았으면…”

입력 2016-06-3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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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징계가) 내려졌으면 좋겠어요.”

폭풍전야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북현대의 분위기를 한마디로 정리한 표현이다. 사무국은 평상시처럼 근무하고, 선수단도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말처럼 쉽진 않다.

2002년부터 함께 한 스카우트가 프로축구 전직 심판 2명에게 총 500만원의 돈을 건넨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사실이 공개된 지난달 23일 이후 전북은 계속 뒤숭숭하다. 사건 보도를 꾸준히 접하고 챙기지만, 직원들과 선수들 사이에선 이와 관련한 이야기들이 입에 오르내린 적이 없다. 모기업(현대자동차)에서도 별도의 지침은 내려오지 않았다.

‘유리한 판정’ 등 청탁 명목이 있었는지는 이미 논외다. 구단 관계자와 심판들 사이에 돈이 오간 사실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29일 오전 부산지방법원에서 진행된 1차 공판은 이를 양측이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이제 처벌은 불가피해졌다. 전북으로서도 징계 결정이 늦어지는 것이 오히려 아쉬운 형편이다. 당초 첫 공판은 8일 예정됐다가 1차례 미뤄졌고, 다시 연기됐다.

사건 연루자들에 대한 처벌은 이번 주를 넘길 것 같진 않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공언한 대로 7월 1일 전북 사태와 관련한 상벌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연맹은 1차 공판이 끝났다는 소식을 접한 뒤 조남돈 위원장 등 위원 6명에게 출석을 공지했다.

공교롭게도 첫 공판이 열린 것은 전북이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남 드래곤즈와 클래식 17라운드 홈경기를 앞둔 시점이었다. 검찰이 스카우트의 기소를 발표한 시기도 전북이 멜버른 빅토리(호주)와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현재로선 승점 삭감 징계가 유력한데, 지난 주말 프로축구 역사에 새 이정표를 세운 전북이다. 16경기 연속무패(8승8무)의 기록을 썼다. 만약 올 시즌 승점 10 이상의 감점이 이뤄지면 애써 쌓은 기록조차 인정받을 수 없게 된다. 한 구단 관계자는 “잘못하면 벌을 받는 것이 옳다. 훌훌 털고 다시 일어서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관계자도 “어차피 맞을 회초리다. 앞으로는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한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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