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철의 눈] LG의 과감함에 WC 승리의 여신이 웃었다

시간을 거슬러 2016시즌이 시작되기 전, LG와 KIA의 순위를 예상해보라. 이런 팀들이 와일드카드(WC) 결정전까지 올라와 이렇게 재미있는 경기들을 보여줬다. 두 팀의 미래를 생각하면 아주 긍정적이다. 그리고 이번 WC는 수비시리즈였다. 오지환은 WC 1차전 수비 실수를 2차전에서 만회하는 극적인 반전을 보여줬다.



● LG의 과감한 도루와 대타 작전이 끝내기 불러왔다

승부처는 9회말 LG의 공격이었다. 정상호의 안타 뒤 LG는 대주자 황목치승을 썼다. 황목치승은 LG 손주인의 위장 번트 때 2루 도루를 성공했다. KIA의 태그를 피한 황목치승의 슬라이딩은 이날 경기의 압권이었다. LG 벤치의 작전이 좋았다. 이어진 1사 1·2루에서 LG 양상문 감독은 대타로 서상우를 기용했다. 쉽지 않은 타석에서 서상우가 우전안타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1사 만루에서 김용의가 WC 승리를 가져오는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쳐냈다. LG는 8회말 박용택을 빼고 대주자로 김용의를 넣었다. 김용의가 이 상황에서 못 쳤으면 박용택을 뺀 것이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었는데 해냈다.



● WC 명승부 빚어낸 LG 류제국-KIA 양현종의 선발 역투

KIA 좌완 양현종은 1회부터 시속 150㎞ 직구를 뿌렸다. 시즌 때 볼 수 없었던 전력투구였다. LG 우완 류제국은 KIA 우타자 바깥쪽에서 움직이는 내추럴 커터와 커브의 믹싱이 돋보였다. 류제국은 8회까지 무실점으로 던졌는데 LG가 2차전 선발 포수로 정상호를 기용한 것이 투수 리드에서 적중했다. 류제국은 항상 1회가 안 좋았는데 깔끔한 출발로 탄력을 받았다. 에이스 대결인지라 양 팀 벤치는 선취점을 중요시했다. 그래서 번트가 많았는데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 특히 LG는 포스트시즌 첫 경험인 선수들이 많아 부담을 느꼈던 듯하다. 번트가 보기보다 쉽지 않다.(웃음) 양 팀 선발은 수비진이 흔들렸을 때 동요하지 않고, 버텨낸 것도 인상적이었다. 내 경험에 비춰볼 때, 큰 경기일수록 외부 상황이 뜻대로 돌아가지 않아도 투수는 냉정하게 페이스를 지켜야 된다. 마운드의 투수가 흔들리면 팀 전체가 흔들린다. 그런 점에서 두 투수는 빛났다.



● KIA의 투수교체 이해할 수 있었다

KIA 김기태 감독은 LG에 비해 투수교체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갔다. 이것이 원정팀의 불리함이다. 홈팀이 후공을 하니까 원정팀은 무조건 실점을 막고 봐야 한다. 특히 이닝이 흘러갈수록 그 다음 생각을 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윤석민~임창용 그리고 지크의 투입을 해석할 수 있다.

9회말을 넘지 못했지만 KIA는 8회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때 LG 히메네스의 번트의 배경이 무엇이었는지 의문스럽다. 결과적으로 진루타가 나왔지만 초구부터 강공이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KIA는 8회말 우익수 노수광의 안이한 수비 탓에 무사 2루로 몰렸는데 2사 1·3루에서 LG 양석환의 안타성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했다. 1차전 수비 실수를 만회하는 LG 오지환의 호수비 등, 2016년 WC는 수비시리즈였다.

LG는 이제 12일 하루를 쉬고 바로 13일부터 넥센과 준플레이오프에 돌입한다. 총력전 여파로 전력소모가 크겠지만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투수로 소사가 나설 수 있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