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베이스볼] ‘15승 신인’ 신재영이 말하는 PS와 신인왕, 그리고 WBC

입력 2016-10-1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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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신재영이 생애 첫 1군 시즌에 선발로 15승을 올릴 거라고 예상한 사람이 있을까. 지난 겨울 ‘기량이 발전한 투수’ 정도로 평가받던 신재영은 “정말 재미있게 던졌다”고 2016년을 돌아봤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올해 스프링캠프를 마친 뒤 넥센 신재영(27)에 대한 염경엽 감독의 평가는 ‘기량이 발전한 투수 중 하나’였다. 시범경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신재영의 보직은 롱릴리프가 유력했다. 1군 경험이 전혀 없는 투수에게 마운드의 요직을 맡기는 것은 큰 모험이었다. 그러나 시범경기 5게임에서 안정된 투구를 폈다(방어율 3.75). 그러자 염 감독은 과감하게 4월6일 대전 한화전 선발투수로 신재영을 내보냈다. 데뷔 첫 1군 등판의 결과는 7이닝 3실점 승리투수. 첫 단추를 잘 끼우니 모든 것이 뜻대로 술술 풀렸다. 올 시즌 30경기에 등판해 15승7패, 방어율 3.90(168.2이닝 73자책점)의 성적을 거뒀다. 1군 데뷔 첫해 10승을 넘어 ‘에이스의 상징’이라 불리는 15승에 도달했다. 넥센이 3위로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한 데는 신재영의 공이 매우 컸다. 6일 KBO가 발표한 2017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차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신인왕도 사실상 떼 놓은 당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넥센 신재영. 스포츠동아DB



● 두려움 없이, 재미있게 던진 2016시즌

-1군 데뷔 첫해에 많은 것을 이뤘다. 올 시즌을 돌아본다면.

“잊지 못할 한해였다. 나조차도 예상치 못했던 시즌인데, 지금은 마냥 좋다. 사실 2군에서 열심히 운동하면서도 기회가 오면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막상 1군에서 던지다 보니 자신감이 붙더라. 비시즌에 많이 준비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운도 참 많이 따랐다. 무엇보다 내 뒤에서 던진 선배들과 야수들이 많이 도와주고 격려해주신 결과다. 마운드 위에서 정말 재미있게 던졌던 것 같다.”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롱릴리프 또는 4~5선발 후보였는데, 선발의 중심축이 되더니 15승을 따낸 토종 에이스가 됐다. 올 시즌 활약의 비결을 꼽는다면.

“손혁, 박승민 코치님께서 많이 도와주셨기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손 코치님은 정신적으로 도움을 많이 주셨다. 힘든 시기에 옆에서 격려해주셔서 자신감을 얻기도 했다. ‘괜찮다’는 말 한 마디가 큰 힘이 됐다. 특별히 기술적인 주문보다는 투구 시 어깨가 빠지는 등 좋지 않은 폼을 많이 잡아주셨다. 한창 안 좋을 때 내 것을 찾은 계기다. 이강철, 박승민 코치님은 리그를 대표하는 사이드암 투수였다. 코치님들의 옛날 투구영상도 많이 찾아봤다. 두 코치님과 함께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내 나름대로 1군에선 신인이다 보니 주눅 들지 않고 과감하게, 두려움 없이 던졌다.”


-1군 첫 등판을 기억하는가.

“사실 그날 일찍 교체됐다면, 지금 여기에(1군) 없을 것이다. 초반에 워낙 많이 맞아서 일찍 내려갈 줄 알았다. 만약 내가 감독이었다고 해도 힘들다 싶어 교체했을 것 같다. 그런데 교체 사인이 안 나오더라.(웃음) 이후에 운이 많이 따르면서 내 공을 던질 수 있었다. 내 입장에선 그때 교체되지 않고 던졌던 것이 정말 큰 도움이 됐다.”


-전반기(방어율 3.33)와 후반기(4.66) 투구에 다소 차이가 있었다. 후반기엔 어떤 부분에 가장 어려움을 겪었나.

“슬라이더의 각이다. 더 휘어야 하는데 덜 휘면서 원하는 코스에 들어가지 않았고, 가운데 몰리기도 했다. 사실 몸관리를 잘한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힘이 떨어졌던 것 같다. 그러면서 몸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등판하면 할수록 어떻게 몸을 관리해야 하는지도 알게 됐다. 시즌을 치르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지금은 힘든 점은 하나도 없다. 나만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넥센 신재영. 스포츠동아DB



● 신재영표 슬라이더, 어떻게 만들어졌나

-직구와 슬라이더의 2가지 구종으로 승부하는 ‘투 피치’ 투수다. 단조로운 투구패턴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투 피치’로 살아남는 비결은.


“그 2가지 구종을 정말 과감하게, 자신 있게 던졌다. ‘이 공을 던지면 치겠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상대 타자가 슬라이더에 노림수를 갖고 있어도 내가 슬라이더를 자신 있게 던지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승부한다. 맞는다고 다 안타가 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신재영의 슬라이더는 올 시즌 KBO리그의 ‘명품 구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횡으로 휘는 각이 일품이다. ‘신재영표 슬라이더’가 만들어진 것은 언제인가.

“처음부터 던지긴 했지만, 그리 좋은 공은 아니었다. 지난해 말 전역하고 마무리캠프에 가서 박승민 코치님을 만난 것이 슬라이더를 가다듬은 계기였다. 운이 좋았다. 박 코치님도 현역 시절 주무기로 슬라이더를 던졌다. 내가 (슬라이더를) 가르쳐달라고 했고, 코치님이 잘 알려주셨다. 다행히 슬라이더가 내 손에 잘 맞는 구종이더라.(웃음) 그 전에는 직구와 체인지업을 주로 던졌다.”


-체인지업도 꾸준히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안다.

“맞다. 체인지업은 반드시 던져야 할 구종이다. 체인지업과 포크볼은 실전에서 1~2개씩 던져보고 있다. 포크볼도 더 많이 던지면서 감을 잡으려고 한다. 잘 연마하면 좋은 무기가 될 것이다.”

넥센 신재영. 스포츠동아DB



● 신인왕과 WBC, 그리고 첫 PS


-신인왕은 떼놓은 당상이라고 여기는 분위기다.

“내가 신인왕을 받는다면 역대 최고령(종전 2008년 삼성 최형우)이라고 하더라. 후배들에게 좀 창피하기도 하지만, 1군 데뷔 첫해 나름 열심히 했으니 신인왕을 받아도 좋지 않겠나.(웃음)”


-KBO리그에 토종 우완 선발자원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WBC 대표팀 승선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WBC…. 만약 갈 수 있다면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지금은 포스트시즌이 우선이라 (WBC에 대해) 생각해보진 않았다. 그래도 태극마크를 달게 된다면 그 자체로 영광스러운 일이다. 일단 지금은 PS만 생각하고 있다.”


-첫 PS를 앞두고 있다. 정규시즌과 느낌이 다를 텐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PS를 경험해본 선수들이 ‘많이 다르다’고 하더라. 그렇다고 다른 방법을 준비하거나 많은 생각을 하기보다는 지금까지 해온 대로 원하는 코스에 정확하게, 또 과감하게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마운드에 오른다면 정규시즌에 하던 대로 던지겠다.”


-야구선수 신재영의 궁극적인 목표가 궁금하다.

“올 시즌 결과가 좋았지만, 만족하지 않고 30대 후반~40대까지 부상 없이 꾸준히 마운드에 오르는 선수가 되고 싶다.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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