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G-1년] 이정수 “내 생애 마지막 올림픽, 더 절실하다”

입력 2017-02-0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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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쇼트트랙대표 이정수.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제 마지막 올림픽일 수 있으니까 더 절실하네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1년여 앞둔 한국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에이스 이정수(28·고양시청)의 솔직한 속내다. 물론 모든 스포츠 선수들에게 올림픽은 ‘꿈의 무대’다. 게다가 이번 올림픽은 동계스포츠의 변방국이었던 한국에서 열린다. 그 역시 8일 서울 태릉선수촌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린 2017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겸 평창올림픽 G-1년 미디어데이에서 “아직 선발전이 남아있지만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출전한다면 자국 선수로서 큰 힘이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비단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정수는 “아마도 평창올림픽이 내 마지막 올림픽이 될 것 같다. 그래서인지 더 잘 하고 싶고 더 절실하다”며 눈을 반짝였다.

남자쇼트트랙대표 이정수.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이정수는 한국쇼트트랙의 보배였다. 2008~2009시즌 쇼트트랙 대표선발전에서 첫 시니어무대에 데뷔한 이후 무섭게 성장했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는 남자 1000m와 1500m를 휩쓸며 개인 2관왕을 차지했다. 계주 5000m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팀 에이스로 우뚝 섰다. 그러나 그해 5월 이른바 ‘짬짜미 논란’에 휩쓸리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곽윤기와 공모해 대표선발전에서 서로를 도왔다는 의혹을 받았다. 결국 그는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6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처음에는 링크를 떠날 생각을 했다. 그러나 최고의 자리에 서기 위해 노력했던 지난날과 불명예를 씻기 위해 끝까지 스케이트화를 벗지 않았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이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변경하기도 했지만 다시 쇼트트랙으로 돌아왔다.

이정수의 재능은 역시 남달랐다. 그는 시련을 딛고 2014~2015시즌부터 대표팀으로 복귀했고 2016~2017시즌 3차 월드컵 대회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부활을 알렸다. 4차 대회에서도 1500m에서 또 다시 우승을 차지하며 다시 한 번 이름 석 자를 세계에 널리 알렸다. 이제는 열흘 앞으로 다가온 2017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더 나아가 2017 쇼트트랙세계선수권대회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그의 선전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도전을 앞둔 이정수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루에 8시간이나 진행되는 훈련이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앳된 얼굴이지만 그도 어느덧 한국나이로 29세가 됐다. 지구력과 파워를 요하는 종목 특성상 젊은 선수들에 비해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다. 그는 “훈련을 굉장히 밀도 있게 해서 솔직히 힘들다”며 털어놨지만 “평창올림픽에서 내 나이는 서른이다. 아마도 평창올림픽이 내 생애 마지막 올림픽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각하니까 더 절실해진다. 힘들어도 훈련을 하게 된다”고 귀띔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이정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밴쿠버올림픽 때와는 또 다른 마음가짐이다. 이정수는 “밴쿠버 때는 형들도 많았고 맥도널드(햄버거 등을 파는 패스트푸드점)도 공짜로 먹을 수 있고, 아무 생각 없이 올림픽이라는 무대를 즐기기만 했던 것 같다”며 “평창올림픽을 기다리는 지금은 다르다. 더 긴장되고, 잘 하고 싶고, 이제는 형이니까 내가 무너지면 애들도 안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를 다잡게 된다”고 남다른 책임감을 드러냈다.

자신감은 있다. 이정수는 “소치올림픽을 나가지 못했고, 그 사이 실수도 해봤고, 실패도 했고, 부상도 있었다. 그 실패가 바탕이 돼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실패를 해봤기 때문에 그걸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 첫 걸음이 복귀 후 첫 메이저대회인 아시안게임이다. 그는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첫 번째 목표다. 그 뒤에는 국제대회보다 더 어려운 선발전도 기다리고 있다”며 “선수로서 최고의 꿈인 올림픽에 서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1년 남은 시간동안 잘 준비해서 꿈의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태릉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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