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돔’ 이승엽, 한·일 돔구장과 이별을 고하다

입력 2017-08-2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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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삼성)이 23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선수로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짧은 2년여 시간, 이승엽은 한국의 첫 번째 돔 구장에서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그는 일본에서 뛸 때 홈 구장이었던 도쿄돔과 교세라돔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국민타자’ 이승엽(삼성·41)이 고척 스카이돔에 현역 마지막 발자취를 남긴다. 23일 고척돔에서 열리는 삼성과 넥센의 시즌 15차전은 이승엽의 세 번째 은퇴투어로 진행된다. 이승엽은 국내 최초의 돔구장인 고척돔에서 NC 이호준(41)에 이어 두 번째로 은퇴행사를 맞이하는 영광을 안게 됐다.

이승엽은 KBO리그 선수들 중에서도 유독 돔구장과 인연이 깊다. 그는 1995년에 삼성에 입단한 뒤 현역 마지막 해인 올해 2017년까지 무려 23년간 프로무대에 몸담고 있다. 2003년 아시아 한 시즌 최다홈런 신기록(당시 56개)을 세운 뒤 2004년부터는 일본리그에 진출, 8년간 지바 롯데, 요미우리 자이언츠, 오릭스 버팔로스를 거쳤다.

흥미롭게도 이 과정에서 야구 인프라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돔구장 출전기회가 많았다. 이승엽은 2004년 퍼시픽리그 지바 롯데에 입단했는데, 퍼시픽리그 6개 구단 중 무려 4개 구단이 돔구장을 사용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소속팀인 지바 롯데와 라쿠텐 골든이글스 만이 일반야구장을 사용했다. 2006년부터는 ‘거인’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하면서 본격적으로 돔구장과 인연을 맺었다. 도쿄돔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면서 2010년까지 무려 5년간 뛰었다. 이승엽이 일본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한 구장 역시 단연 도쿄돔이다.

요미우리 시절 이승엽. 스포츠동아DB


이승엽은 ‘거인’ 1년차인 2006년에 4번타자 역할을 맡아 무려 41홈런을 기록했다. 그 해 일본리그 홈런 전체 2위에 오르며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냈다. 도쿄돔에서의 활약은 이승엽을 일약 대스타로 발돋움하게 했다. 41홈런 중 무려 22홈런을 도쿄돔에서 때려 일본 열도를 연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일본 팬들은 한수 아래로 생각했던 한국의 외국인타자가 연일 홈런포를 터트리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도쿄돔에서 열렸던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쏘아 올린 ‘약속의 8회’ 홈런은 국민타자 이승엽의 위용을 더욱 더 높게 했다.

이승엽은 2011년 오릭스에 새둥지를 튼 뒤에도 돔구장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갔다. 오릭스의 홈구장이 오사카에 위치한 교세라돔이었기 때문에 또다시 지붕 있는 야구장에서 선수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다.

이후 그는 2012년에 삼성과 다시 계약을 맺으면서 국내무대에 복귀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국내 모든 구단이 일반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어 이승엽의 돔구장 인연은 이제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고척돔이 2016년에 새로이 문을 열면서 이승엽은 국내무대에서도 돔구장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성적도 좋았다. 이승엽은 지난해부터 21일까지 2년간 고척돔 14경기에서 타율 0.415, 3홈런, 10타점을 기록했다.

29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삼성 5번타자 이승엽이 6회초 2사 후 좌익수 왼쪽으로 2루타를 날렸다. 이승엽은 이 2루타로 통산 4,000루타의 위업을 달성했다. 전광판에 기록달성을 축하하는 화면이 뜨는 가운데 이승엽(우측아래)는 헬멧을 벗어 답례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현역 이승엽은 23일 이후로 더 이상 돔구장에서 정규시즌 경기를 치르지 못한다. 2004년 일본리그에서 처음으로 올려봤던 야구장의 천장은 그저 낯설기만 한 존재였다. 그러나 어느새 여러 돔구장을 경험하며 1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이제 그가 쳐다보는 야구장의 천장은 13년 전과는 분명 다른 모습일 것이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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