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트랙] 1999년 서정원·2018년 데얀, 더 화끈해질 슈퍼매치

입력 2018-01-0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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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데얀. 사진제공|수원삼성

1999년 3월 20일 수원종합운동장. 전년도 정규리그 우승팀 수원 삼성과 FA컵 우승팀 안양 LG의 슈퍼컵이 단판 승부로 진행됐다. 경기장 분위기는 킥오프 전부터 과열됐는데, 서정원의 수원 입단 때문이었다.

안양에서 뛰다 1998년 1월 프랑스리그에 진출한 서정원은 기대와는 달리 출전기회를 잡지 못한 채 국내로 복귀하게 됐다. 문제는 그 둥지가 안양이 아니라 수원이었다는 점이다. 당시 김호의 수원과 조광래의 안양은 감독끼리 서로 불편했고, 삼성과 LG의 전자 라이벌이라는 점까지 더해져 앙숙처럼 지냈다. 그런 상황에서 이적문제까지 터졌다.

이날 경기에서 수원이 5-1 대승을 거뒀다. 특히 서정원이 도움 2개로 맹활약하자 안양 팬들은 폭발했다.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유니폼 화형식이 거행됐다. 수원과 안양(2004년 이후 서울)의 본격적인 라이벌전이 점화된 경기라고 할 수 있다.

수원 선수 시절 안양LG를 상대로 골을 넣고 환호하는 서정원. 사진제공|수원삼성


서정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슈퍼매치 발단의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런 스토리가 있어야 K리그의 흥행과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 유럽리그처럼 K리그에도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고 회상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구단간의 선수 이적은 피하는 게 불문율이다.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한 피구가 2000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자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건 좋은 예다.

아무튼 라이벌 의식이 고조된 가운데 2003년 브라질 출신의 특급 공격수 뚜따의 이적으로 또 한번 논란이 됐다. 안양에서 수원으로 이적한 뚜따는 그 해 14골(6도움)을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라이벌 특성상 이적 선수가 잘하면 배 아픈 건 당연했다.

전 수원 뚜따. 사진제공|수원삼성


2006년 백지훈이 서울에서 수원으로 이적하면서 이슈가 됐지만 그는 기대만큼 큰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2013년엔 서울 소속의 이종민이 상무에서 제대하면서 수원으로 이적했고, 2017년엔 이상호가 수원에서 서울로 이동하며 팬들을 술렁이게 했다. 이상호의 이적은 수원에서 곧바로 서울로 옮겨간 첫 사례다.

4일 수원과 계약한 데얀의 이적은 서정원에 비견될 정도의 빅뉴스다.

데얀은 서울에서만 8시즌을 보낸 실력이 검증된 공격수다. 2007년 인천에 입단하며 K리그에 발을 디딘 그는 이듬해 서울로 이적했고,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사상 처음으로 3년 연속 득점왕을 차지했다. 중국 진출로 공백기가 있었지만 2016년 서울로 복귀해서는 13골, 지난해 19골을 기록하며 여전히 날카로운 공격력을 자랑했다.

지난해 리그 5위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놓친 서울의 판단은 리빌딩이었다. 올 시즌 대대적인 물갈이를 통해 장기적인 발전을 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변화의 한 축이 외국인 선수의 교체였다. 구단은 데얀의 은퇴를 바랐다. 하지만 데얀은 현역생활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컸다.

이 지점에서 수원과 데얀이 통했다. 수원은 지난해 클래식 득점왕 조나탄이 중국으로 떠나면서 최전방 공격수가 절실했다. 서정원 감독 입장에서는 라이벌 구단의 에이스인데다 팀에 꼭 필요한 공격수라는 점에서 데얀 영입을 마다할 리가 없었다.

중국으로 떠난 조나탄(오른쪽)의 공백을 메워줄 데얀(왼쪽). 스포츠동아DB


서울 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수원을 선택한 데얀보다는 레전드를 떠나보낸 구단을 향해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난처한 입장의 구단은 올 시즌 성적으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

슈퍼매치의 역대 전적은 수원이 32승21무30패로 약간 앞서있지만 최근 성적은 서울이 우위다. 2018년 슈퍼매치는 ‘데얀 매치’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데얀은 슈퍼매치 7골로 역대 최다득점자다. 승부욕 강한 데얀이 슈퍼매치를 통해 친정팀에 비수를 꽂을지 벌써부터 흥미롭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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