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출연료 미지급 논란 tvN ‘일리 있는 사랑’

입력 2015-08-07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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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일리 있는 사랑’ 포스터. 사진제공|tvN

■ ‘CJ, 주연 계약’을 보는 두 가지 시선


“케이블 한계 넘어야” vs “외주사 설 자리는”

드라마 출연료 미지급 문제가 또 다시 불거졌다. CJ E&M(CJ) 계열 케이블채널인 tvN이 올해 2월까지 방송한 엄태웅·이시영 주연 드라마 ‘일리 있는 사랑’이 최근 출연료 미지급 논란에 휘말렸다. 거대 자본을 토대로 방송, 영화, 음악, 공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배급하는 CJ가 ‘출연료 미지급’에 휘말렸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방송가에서는 이번 논란의 핵심을 CJ가 자사 드라마 주연 연기자들과 맺는 ‘직접 출연계약 방식’에서 찾고 있다. 주연급 연기자의 출연료를 보장하는 새로운 방식인지, 돈을 앞세워 스타를 선점하려는 자본의 논리인지를 두고 의견이 나뉜다. 그 엇갈리는 두 가지 시선을 짚었다.



● 긍정적


스타캐스팅으로 케이블채널 주목도 향상
스타들도 방송사 직접 계약 드라마 신뢰


CJ가 자사 드라마에 참여하는 주연급 연기자의 출연료를 외주제작사(외주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계약, 지불하는 배경은 ‘스타지상주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드러낸다. 인지도를 갖춘 스타는 시청률의 일정 부분을 책임지고, 이후 해외 판매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방송사로서는 놓치기 어려운 카드다.

이는 물론 지상파 방송에도 해당하는 사안. 하지만 CJ가 지상파 방송사와 비교해 주연급 연기자의 출연료까지 직접 계약하는 데는 좀 더 복잡한 속내가 숨어 있다. ‘고액 출연료’, ‘영세한 외주사’ 등 드라마 제작 전반의 현실을 인정하는 한편 케이블채널의 한계에서 벗어나려는 나름의 자구책이다.

지상파 방송과 비교해 대중의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케이블채널의 드라마는 몸값이 비싼 만큼 유명세가 높은 스타 캐스팅에 주력하고, 그 이름값에 기대 단번에 화제를 모으길 원한다. 반면 한 두 명의 스타에게 많게는 회당 5000∼6000만원씩 지급하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캐스팅을 진행하려는 외주사는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 따라 CJ는 2∼3년 전부터 드라마 주인공들과 직접 출연 계약을 맺고 개런티도 따로 지불해 왔다. 외주사가 경쟁력 있는 스타만 캐스팅해오면 얼마든지 출연료를 보증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에는 드라마 방송 전 ‘전 회 분량 출연료 완납’을 요구하는 스타가 많아지면서 CJ의 이 같은 방식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톱스타들의 CJ 드라마 출연이 부쩍 늘어난 숨은 배경이기도 하다.

외주사의 한 기획PD는 “고액의 출연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외주사가 주연급 연기자에 대한 컨트롤 타워를 CJ로 넘겼다고 보면 된다”며 “스타들도 방송사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면서 드라마에 대한 신뢰를 갖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방식이 가능한 이유는 더 있다. CJ가 선호하는 이른바 ‘출연 패키지’ 제안이다. 일부 스타와는 드라마 출연을 넘어 광고나 자사 제작 예능프로그램 심지어 영화로까지 이어지는 ‘출연 협의’를 진행한다. 스타 입장에서는 ‘일거다득’ 효과가 가능한 셈이다.

한 드라마의 캐스팅 디렉터는 “출연료를 낮추는 대신 광고모델 기회 제공 같은 세부 조항을 제안하기도 한다”며 “CJ 계열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스타들이 유독 광고모델로 활동하는 횟수가 많은 이유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 부정적


스타만 출연료 보장 ‘부익부 빈익빈’ 심화
대행역할뿐인 외주사 제작환경 악화 우려

연기자들의 출연료를 보장한다는 ‘대의적 명분’은 있지만 문제는 이런 구조가 일부 스타급에만 해당한다는 점이다. ‘일리 있는 사랑’ 역시 조연급 배우들이 외주사인 케이팍스와 출연료 계약을 한 후 지금까지 정산금액을 받지 못했다. 또 다른 ‘부익부 빈익빈’이다.

CJ측은 “제작비의 100%를 지급하고 수익을 보장해 제작사가 손해 보는 구조를 만들지 않는겠다는 취지다”고 말한다. 이어 “작가의 추가 집필에 대한 부분이나 연출료, 미술 계약 또는 주요 스태프에 대한 계약을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현장의 시각과 해석은 분분하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박상주 사무국장은 “CJ의 이 같은 계약 형태는 외주사를 그저 ‘제작 대행’ 역할에만 그치게 할 우려가 크다”면서 “고착화할 경우 드라마 제작환경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외주사는 방송사로부터 부족한 제작비를 받아 나머지는 해외 판매나 간접광고로 충당을 하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최근에는 방송사가 해외 판권 및 부가판권 수익까지 자사에 유리한 조건을 요구하고 있어 돈을 벌 길이 없는 외주사들의 출연료 미지급 사태는 어쩌면 예고된 사태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CJ가 2013년에도 MBC ‘불의 여신 정의’로 미지급 사태를 일으켰던 제작사 케이팍스에게 ‘일리 있는 사랑’의 제작을 맡긴 점 역시 의아하다. 일부에서는 케이팍스가 CJ로부터 받은 제작비를 ‘불의 여신 정의’의 미지급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돌려막기’를 했다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CJ는 “김도우 작가의 작품을 꼭 함께 하고 싶었고, 김 작가가 케이팍스와 계약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제작사 측이 ‘일시적인 재정상의 문제’라고 설명해 미지급은 없으리라 판단했다”면서 이미 2월 제작비 정산을 완료했음을 재차 강조했다.

이는 미지급 사태 때마다 “우리가 해야 할 책임은 다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하는 지상파 방송사들과 같은 행태라는 비판을 받는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의 송창곤 사무차장은 “2013년 7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정한 대중문화예술인 방송출연 표준계약서에는 ‘방송사 자체 제작 및 외주제작물을 막론하고 출연료 미지급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방송사가 직접 출연자에게 지급토록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는 권고 사항일뿐이어서 법적으로 강제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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