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팔색조 김대명 “‘해빙’에 민폐 될까봐 걱정했다”

입력 2017-03-12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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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대명의 필모그래피만큼 이렇게 극과 극의 행보도 없을 것 같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에서 서늘한 목소리로 테러범을 연기해 존재를 알린 김대명. 드라마 ‘미생’에서 세상 둘도 없이 따뜻한 인간미를 보였다. 드라마 스페셜 ‘붉은달’에서는 광기 어린 세자선이 됐다가 영화 ‘특종: 량첸살인기’에서는 반전을 지닌 의뭉스러운 시민으로 변신했다.

최근에는 더 극적이다. 지난해 말 개봉해 458만명을 동원한 영화 ‘판도라’에서 김대명은 의리 있는 인물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시트콤 ‘마음의 소리’에서는 완전히 망가졌다. 치명적인 카사노바를 꿈꾸지만 어딘가 많이 부족한 캐릭터로 웃음을 안겼다. 1일 개봉한 심리 스릴러 영화 ‘해빙’에서는 다시 싸늘해졌다. 섬뜩하고 기묘한 분위기의 성근을 열연한 것. 이런 팔색조가 또 있을까.

“극과 극의 캐릭터를 연기할 때 쾌감이 있어요. ‘무섭다’ ‘웃기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면 기뻐요. ‘미생’을 찍고 나서는 친구들이 편하게 대했는데 ‘특종’ 때는 조금 힘들어하더라고요. ‘마음의 소리’가 방송될 때는 맞지나 않으면 다행일 정도였고요. 배역을 극단적으로 하다 보니 사람들도 제 이미지를 단정내리지 않고 계속 봐주는 것 같아요. 다행이죠.”

‘해빙’의 경우 이수연 감독의 러브콜을 통해 캐스팅됐다. 이 감독은 ‘더 테러 라이브’ 속 김대명의 독특한 목소리를 듣고 ‘요물’같은 배우임을 직감했다.

“정말 감사하죠. 스스로는 제 목소리가 독특하거나 좋은지 잘 모르겠어요. 다들 가지고 있는 목소리 중 하나인데요 뭐. 예전에는 중후한 목소리를 가지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무리 연습해도 안 되더라고요.”


‘해빙’의 성근은 미스터리하다. 칼만 들고 있을 뿐인데 섬뜩함을 자아낸다. 평범해 보이지만 선인인지 악인인지도 확신할 수 없는 인물. 김대명은 복잡한 성근을 어떻게 연구하고 표현했을까.

“성근이 악인은 아니잖아요(웃음). 성근의 호의를 어떤 시선으로 보냐에 따라 다르죠. 타인의 시각을 생각하면서 중심을 잡았어요. 성근은 계속 승훈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이잖아요. 저에게는 커다란 숙제였고 도전이었죠. 처음에는 그림이 잘 그려지지도 않았어요. 시나리오를 재차 읽고 나서 그림을 그리고 디테일을 잡아갔죠.”

김대명은 ‘해빙’의 촬영장을 돌아보다 연신 미소 지으며 “행복한 현장”으로 추억했다. 극 중 아버지 신구와의 연기도, 날 선 관계인 조진웅과의 호흡도 배움의 연속이었다.

“민폐가 될까봐 걱정했는데 현장에서는 다 내려놨어요. 배우 대 배우로 연기하려고 했죠. 신구 선생님은 어마어마한 큰 산 같았어요. 말하지 않아도 에너지가 만들어져서 신기했어요. 선생님의 내공을 받아들이면서 커다란 카타르시스를 느꼈죠. ‘해빙’에는 2인극에 가까운 장면이 많아요. CG나 액션보다 두 배우의 몸뚱아리만 가지고 호흡과 대사로 가져가는 장면이 많죠. 상대와 짜여지지 않은 연기를 주고받으면서 화력이 생기더라고요. 정말 행복했어요.”


김대명의 다음 작품은 ‘골든 슬럼버’다. 일본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암살범으로 지목된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김대명은 강동원의 친구이자 이혼 전문 변호사 장동규에 캐스팅됐다. 그가 또 어떤 색채의 캐릭터를 선보일지 기대를 높인다.

“작품이 쌓이고 쌓이면 모두 저를 끌고 나가는 재산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연기에 대한 만족은 아마 죽을 때까지도 못하겠죠. 작품 안에서 ‘보통의 사람’이고 싶어요. 배우가 아니라 주변에 흔히 있는 누군가요. 그런 사람이 나오면 문득 궁금해지잖아요. 관객에게 항상 물음표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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