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나는폭력,차승원“세상은정글…난시니컬한‘수컷’으로산다”

입력 2008-07-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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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cm의 훤칠한 키에 76kg의 몸무게. 그러나 말라보이지 않았다. 스타일리시함은 타고 나는 것인가 보다. 한 달여 전 하고 다니던 일명 ‘레게 스타일’(정식 명칭으론 ‘드레드 스타일’이라고 했다)의 머리 모양을 어느새 단정하게 풀고 수트를 벗은 남자의 산뜻하면서도 멋스런 자태는 또, ‘쿨’하게 보였다. 30일 개봉하는 영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감독 곽경택·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에서 배우 차승원은 그 스타일리시한 멋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검은 수트가 그에게 썩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할 만큼. 아마도 그는 ‘작심했으리라’. 그랬다. 그는 ‘작심’했던 듯 싶다. 복수를 꿈꾸며 금괴 빼돌리기에 나선 뒤 백전노장의 형사(한석규)와 두뇌싸움을 벌이는 캐릭터는 차승원의 그런 스타일리시함과 딱 맞아떨어졌다. 그러니 ‘작심’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그는 전혀 다른 이유를 말했다. 살이 찌는 것은 “내겐 어울리지 않는다”거나, “50대에도 남자가 남자로 보여지고 싶다”거나, “장르에 맞게 좋은 캐릭터를 찾는다”거나, “좀 멋있게 보이고 싶다”는 배우로서 ‘의무감’ 이외에 그에게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인 거다. 사람들과 만나지 않을 때 내 모습 같은 거다. 묵묵하고 시니컬하고 정적인 것. 그 동안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 내 최대의 것을 써왔는데 어쩌면 그건 만들어진 이미지였다. 이제는 내가 좀 편해보자.” 그런 점에서 차승원에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그래서 내 생각대로 내가 보여지는 영화”라고 말했다. 나이 마흔을 앞둔 그는 “트렌디함을 절대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맹목적으로 트렌드를 좇는 게 아니라 내 마음과 귀로 받아들이고 뿜어내겠다”고 덧붙였다. “너무 바쁘게 지내며 1년에 한 편 반씩 영화를 무수히 찍을 만큼 일만 한” 30대를 지나며 그는 “20대 때처럼 눈치 보지 않고 기회가 왔을 때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20대 땐 쓸데없이 겁이 많았다”면서. - 쓸데없이? 왜, 지난 시절이 만족스럽지 않나.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거 있잖은가. 난 착하게 살고 싶지만 착한 척하긴 싫다. 그게 눈치 보는 거다. 호불호를 가릴 줄 알아야 연기도 된다. 만족? 그런 게 어딨냐.” -그래도 20대, 지금 30대가 오늘의 당신을 만들지 않았나. “20대는 풍긴다기보다 만들어지는 것이다. 내가 갖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만 했다. 물론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부분도 거기엔 있다. 하지만 그 만큼 또 많이 보여줬다. 20대 때 하지 못했던 것, 이제는 유감없이 해보자. 용쓰지 말고 내게 어울리는 걸 해보자. 요동치는 인생을 사는 남자, 그걸 연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차승원의 나이 내년이면 마흔이다. 외모는 정말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마흔이다. 약을 올리려는 건 아니었지만, 그가 남달리 빨리 결혼한 사실을 재빨리 떠올리며 “아들이 내년이면 대학생이 아니냐”고 물었다. “난 아이가 광고 일을 하길 원했다. 내가 본 그 업계 사람들은 참 치열하게 일한다.” 그런데 정작 아들은 아버지에게 뭘 원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법대 가고 싶다고 한다. 변호사가 되고 싶어 한다.” 다음 질문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들에 관한 한. 그래서 ‘돈 많이 벌었냐”고 물었다. 극중 복수를 꿈꾸며 거액의 돈까지 손에 넣으려는 속된 말로 ‘가오(체면, 위신을 가리키는 속어) 상하지’ 않는 극중 캐릭터에 빗대 물었다. “돈이 많냐고? 괜찮다. 감사한 일이다”며 ‘쿨’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곤 “재물욕은 사실 한도 끝도 없다. 더 무서운 건 명예욕이 아닐까”라고 말한다. 그리고 “난 사실 재물욕보다 명예욕이 많다”고 말한다. - 직설적으로 물어보자. 속된 말로 ‘가오’ 상해 봤나. “진짜 상하느냐, 상해주느냐의 차이다.” - (갸우뚱)남자다움, 남성스러움에 대한 집착이라도 있나. “수컷, 책임지는 놈에게는 다분이 그런게 있다. 그럼 뭘 책임져야 하나.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가족이다. 세상에, 이런 정글이 없다. 누구도 믿을 수 없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재물도 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치이는 세상이다. 내가 원치 않는데 피해를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지 않는가.” - 가족과 관련한 뭐, 아픔이라도… “하하! 없다. 내 리스크를 줄이려면 내게 힘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차기작에 관해 묻자 그는 “우린 도장 찍고 통장에 입금돼야 출동하는 사람들 아니냐”며 웃었다. - 출동? “출동이란 말 참 좋다. 전투력이 가득한 단어다. 치열하게 사는 것, 치열한 현장이 좋다.” - 그럼 전투력이란? “물론 가족이다. 그 근본은. 그리고 늘 전쟁의 기운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 하하!” 온통 연기와 가족 등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그에게 요즘 최대 관심사는 대체 없는 걸까. “나라가 정말 잘 살았으면 좋겠다. 국가와 국민이 피해보고….” ‘뜬금없다’는 생각이 든 건 왜 일까. “…그 안에 사는 내 가족이 피해 보고, 내가 피해 보고. 나라 생각하는 게 결국 내 걱정하는 게 아닐까. 진짜 잘 살아야 돼, 진짜.” 그제서야 말뜻을 알아들었다. 그리고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집단적 패배의식에 빠져 있지 않았나. 영화판도 그렇다. ‘으쌰으쌰’했으면 좋겠다. 다들!” 모델 출신 배우 차승원은? 1970년 생. 벌써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다. 188cm의 키와 조각 같은 얼굴은 20대 어떤 ‘꽃미남 스타’ 부럽지 않다. 모델 출신으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영화배우. ‘차승원이 없었다면 강동원과 조인성도 없었다’는 평가는 과장이 아니다. 1999년 ‘세기말’로 본격 영화에 데뷔했지만 ‘신라의 달밤’, ‘라이터를 켜라’, ‘선생 김봉두’, ‘귀신이 산다’ 등 수 많은 코믹영화를 성공시키며 그냥 잘 생기고 폼만 잡을 줄 아는 게 아니다 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줬다. ‘혈의 누’를 시작으로 다시 무거운 연기를 시작하더니 ‘아들’에 이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자신의 새로운 면을 연이어 선보였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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