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응원가역사④]“부산갈매기∼팬이살렸죠”

입력 2008-10-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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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갈매기’는 부산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 부산 남자의 여성을 향한 사랑을 묘사한 가사는 담백했고 강력한 기타 인트로와 “부산 갈매기∼”를 외치는 후렴구는 입과 귀에 짝짝 달라붙었다. 1982년 만들어진 이 노래는 고 김중순 작사,작곡이다. 그는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앨범에 ‘잊혀진 사랑’이라는 곡을 만든 사람이다. 제목은 잘 몰라도 “가지 말라고 가지 말라고 애원하며 잡았었는데∼”로 시작 하는 노래 가사를 떠올리면 쉽게 멜로디를 흥얼거릴 것이다. ‘부산 갈매기’는 ‘사랑과 평화’의 키보드연주자로 유명했던 편곡자 김명곤의 손을 거치면서 새로운 생명을 갖게 됐다.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이 하나 둘 그 노래를 따라서 부르자 롯데 구단도 장내 방송을 통해 자주 틀어줬다. 정작 노래를 부른 가수 문성재는 83년 ‘부산 갈매기’가 들어 있는 앨범을 내고 교통사고를 당해 가요계에 사라진 뒤였다. 92년 롯데와 삼성의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기자가 문성재에게 ‘부산갈매기’가 야구장에서 불려지고 있는 사실을 알려주자 그는 놀라워했다. 당시 제주도에서 식당을 하고 있던 그는 “죽은 줄 알았던 노래를 살려준 부산 야구팬이 고맙다”며 감사해 했다. 이 인연으로 그는 몇 년 뒤 사직 야구장에서 수 만명의 관중을 모아놓고 노래를 부르는 기회를 가졌다. 현역 가수시설에는 절대로 누려보지 못한 영예를 뒤늦게 누린 것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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