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유진“많이차여본경험,연기할때은근히도움”

입력 2008-10-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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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과 이동욱. 두 사람은 스물일곱 동갑내기 친구다. 이들은 영화 ‘그 남의 책 198쪽’에서 막 사랑을 시작하는 남자와 여자를 연기했다. 절친한 둘이 오히려 영화 속에서 서먹서먹했다. 사진기자가 영화처럼 애틋한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하자 그들은 쑥스러워했다. “두 분 더 가까이 다가가 주세요.”(사진기자). “저기, 이제 그만 가면 안 될까요?”(이동욱) 막역한 친구라 더 힘들었다는(?) 사진촬영이 끝나고 마주한 상대는 ‘스포츠동아’ 엔터테인먼트부의 이정연, 이경호 기자. 30대 초반의 두 기자도 나름 사랑과 이별 등 ‘산전수전’ 다 겪었다. 그래서 더욱 영화 ‘그 남자의 책 198쪽’을 보고 유진과 이동욱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네 사람은 다음 스케줄 때문에 두 배우를 데리고 빨리 이동해야 하는 영화사측 관계자의 애가 타도록 수다를 떨었다. 이경호 기자: “스물일곱 동갑내기 친구. 드라마(유진 연기 데뷔작 ‘러빙유’)에 이어 영화에서 또 호흡을 맞춰 인연이 특별해 보이네요.” 이동욱:“고등학교 때 SES 팬이었죠. 물론 핑클도 함께 좋아했죠(유진을 바라보며). 방송반 이었는데 무조건 SES, 핑클 음악만 틀었어요.” 이경호 기자: “유진씨는 저희 세대에게 특별하죠. 지금은 연기자로 활동하고 있지만 전에는 지금 원더걸스, 소녀시대 이상 대단했어요.” 유진: “그렇게 말하니 세월이 지났네요. 제 나이도 벌써 이렇게 됐네요.” 이경호 기자: “원작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어요. 사라진 연인이 남겨진 유일한 단서 책 198쪽을 찾아다니는 의문의 남자. 그리고 그 남자를 돕는 상처 깊은 여주인공.” 이동욱: “저도 소설을 읽었는데 원작의 여주인공이 좀 더 건조하죠. 생활에 찌들어있고. 특히 (유진을 자세히 보며) 여주인공이 이렇게 비정상적인 얼굴이 아니잖아요?(웃음) 유진: 뭐? 비정상적인 얼굴?“ 이동욱: “얼굴도 작고 이렇게 생긴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없잖아요. 영화보다 소설이 더 현실적인 느낌이 강한 것 같아요.” 이경호 기자:“일본 멜로영화 같은 느낌이랄까?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 진행과 여백을 많이 남긴 듯한 느낌이었어요.” 유진: “딱 제가 원했던 분위기였어요. 시나리오 받고 첫 느낌도 그랬고,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었는데 이번에 소원을 이뤘네요.” 이정연 기자:“두 사람도 실연당한 경험이 있나요?” 유진: “그럼요. 연기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이 아이가 어떤 마음인지 뭘 표현하고 싶은 건지도 알겠고. 저도 영화 속 은수와 비슷해요. 술도 마시면서 아픔을 잊었죠.” 이동욱:“저도 여자한테 잘 차여요.(모두 웃음) 술도 마시고, 친구들도 만나고. 시끌벅적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시간이 약인 것 같아요.” 이정연 기자: “이동욱씨도 옛 사랑을 오래 기다리는 스타일인가요?” 유진: “동욱이는 오래 기다리는 스타일인 것 같지는 않아요.” 이동욱: “맞아요. 그립고 생각나지만 떠난 사람 기다리며 아파하는 건 힘들 것 같아요.” 이정연 기자: “영화 보고 이해 안 된 점이 몇 가지 있어요. 대학까지 나온 사람이 198쪽 메시지를 찾겠다고 도서관에서 아무 책이나 막 찢어요?” 이동욱: “어, 저 영화에서 대학 안 나왔어요.” 이정연: “아니, 후반부에 카페에서 그러잖아요. ‘대학 다닐 때 자주 왔던 집이야’라고.” 이동욱: “정말 그러네. 나, 영화에서 대학 나왔구나.”(웃음) 유진: “그 때 준오는 정상이 아니라 그랬을 거예요. 몸도 아프지만 여러 가지로 머리가 아파서 그랬겠죠.” 이정연 기자: “옥에티 하나 더. 준오가 일식집에서 회 뜨는 장면? 손이 너무 달라서…” 이동욱: “캐스팅이 되자마자 촬영을 시작해 일식 요리를 배우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어요. 사실은 시사회 끝나고 감독께 다시 하면 안 되겠냐고 부탁드렸는데 이미 늦었다며 지방 극장에 필름이 넘어간 상태라고…” 이경호 기자: “영화 촬영 후 동욱씨는 드라마 ‘달콤한 인생’을 했고 유진씨는 필리핀에서 영화 ‘로맨틱 아일랜드’를 끝냈죠? 요즘은 촬영이 끝나고 영화가 한참 후에 개봉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아요.” 유진: “촬영 끝나고 감독님과 자주 통화를 했는데 걱정 말라고 올해 안에 개봉한다 해서 편안하게 기다렸어요. 제작비 걱정 안하고 스트레스 받지 않으며 잘 끝낸 것만 해도 감사해요.” 이경호 기자: “‘로맨틱 아일랜드’도 올해 개봉하죠? 연이어 영화가 개봉해서 좋을 것 같은데. 제작사에 갔더니 필리핀 촬영장에서 보낸 말린 망고가 쌓여 있더군요.” 유진: “필리핀 과일이 정말 맛있어요. 너무 많이 먹어 걱정될 정도에요.” 이동욱: “저는 연기할 때 잘 못 먹어요. 드라마 한 편 하면 한 6kg 빠지죠.” 유진:“은근히 예민하네?” 이동욱:“집중하기 위한. 그러니까 불꽃같은 연기라고 할까? 하하하.” 유진:“가만있으면 내가 그렇게 말해주려 했는데 어쩜 스스로. 아무튼 부러워요. 저는 촬영하면 아침, 점심, 저녁 다 챙겨줘서 오히려 살이 찌는데.” 두 친구의 수다는 결국 서로 칭찬하며 끝났다. 그리고 한 목소리로 “이 계절과 너무 잘 어울리는 영화 꼭 보러와주세요”라며 수다 떠는 동안 잊고 있던 자신들의 본분(?)도 다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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