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신총재‘어물쩍리더십’야구판아수라장

입력 2008-11-21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KBO

리더의 생명은 권위다. 권위는 자발적 인정과 존경에서 나온다. 복종을 강요하는 권위주의와 다르다. “염증”, “착잡”을 거론하는 걸 보니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상우 총재는 그 자리에 걸맞은 대접을 못 받아 서운한 모양이다. ‘무능한 지도자는 적보다 못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리더의 권위는 철학과 실천력에서 나온다. 비근한 예가 버드 셀릭 MLB 커미셔너와 데이비드 스턴 NBA 커미셔너다. 리그 평준화를 위해 셀릭은 사치세를, 스턴은 샐러리캡을 도입했다. 반발도 있었지만 확고한 원칙과 실행력은 리더십을 낳았고, 이들의 장기집권 기간 리그는 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반면 신 총재는 ‘장(場)의 논리’가 원칙을 대체했다. 현대 사태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감독 선임 표류에서 봤듯 주요 사안이 터지면 대충 덮고 넘어가기 급급했다. ‘장원삼 사태’도 여론 떠보기를 해보고 안 되겠던지 21일에야 ‘트레이드 불가’로 선회했다. 굳이 따지면 그 나름의 일관성이 없진 않다. 그러나 전문성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쳐도 누구도 납득할 수 있는 원칙과 철학마저 없었다. 무원칙, 편향적이라 낙인찍힌 총재가 임기를 거의 다 채운 시점에서 탄핵받듯 쫓겨나는 현실은 한국프로야구의 비극이다. 여기엔 삼성, 히어로즈 외에 총재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었던 6개 구단의 방조가 똬리를 틀고 있다. 2007년 현대 운영비 130억원의 어물쩍 집행, 센테니얼의 이상한 출현과 히어로즈의 분납금 미납사태 등, ‘신상우 책임론’이 불거졌을 때에도 구단들은 자기 팀 이해관계와 결부되지 않으면 보신주의로 일관했다. 그러다 ‘장원삼 사태’가 터지자 사회정의의 사도인 듯 뭉쳤다. 구단은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부자구단의 팽창정책은 본능이다. 그러나 이러다간 프로야구의 양극화와 재정적자는 심화되고 공멸한다. 그러나 총재는 문제의식도, 조정능력도, 대안제시도 낙제였다. 그러자 구단들은 FA계약, 메리트, 마무리훈련 등에 걸쳐 비용절감을 골자로 삼는 신사협정을 약속했다. 소위 ‘죄수의 딜레마’ 조건으로 8개 구단 전부가 지키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신 총재의 무능과 구단의 이기주의로 뒤범벅된 프로야구판은 아수라장이 돼 버렸다. “조만간 사퇴하겠다”는 지금 총재는 ‘식물총재’나 다름없다. ‘신상우 총재 이후’가 정말 중요해졌다. 또 다시 ‘실세 정치인 아무개’의 라인을 타고 내려오는 낙하산이라면 제2의 신상우 총재와 다를 바 없다. 고통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야구 발전의 실천 로드맵을 제시하고, 그 실현을 위한 시스템과 리더십에 관한 검증이 된, 한마디로 ‘아래로부터 권위를 공인받은’ 인물이어야 한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