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아직 정식 데뷔도 하지 않았는데 팬클럽이 만들어졌다. 방송에 모습을 보이자, 100명이던 팬클럽 회원은 1000명 가까이 늘어났다.
소속사 근처에는 그를 보기 위해 ‘누나’ 팬들이 진을 치고 있다. ‘포스트 비’로 불리는 신인가수 에이제이(AJ·19)의 이야기다.
그동안 ‘제2의 비’를 표방했던 가수는 꽤 많았다. 하지만 에이제이만큼 가요 관계자들로부터 가능성을 인정받는 신인은 드물다. 유승호를 닮은 귀여운 얼굴, 반대로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탄탄한 몸매, 시선을 사로잡는 감각적인 춤, 에이제이가 가수에 도전하게 된 것도 사실 비 때문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우연히 TV에서 비 선배가 ‘잇츠 레이닝’을 부르는 걸 봤다. 그걸 보면서 따라 해봤는데 얼추 비슷한 것 같았다.(웃음) 그때부터 비 선배와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을 목표로 지금까지 달려왔다.”
에이제이는 당시 비의 소속사였던 JYP엔터테인먼트에서 오디션을 봤다. 어느 정도 자신도 있었지만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셨다. 체계적인 훈련 한 번 받지 못한 평범한 학생이 열정만으로 덤비기에는 벽이 높았다.
“두 번째 도전한 오디션도 떨어졌어요. 포기하고 싶었다. 그때 신문에 실린 비 선배의 인터뷰에서 오디션에 스무 번이나 떨어졌다는 내용을 봤다. 나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다.”
세 번째 도전에서 마침내 오디션을 통과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고된 연습생 생활이 시작됐다. 음반기획사에 들어가면 금방 데뷔할 것 같았지만 그가 무대에 서기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포기하고 싶었던 때도 한두 번이 아니다.
“JYP시절 월말 평가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내 모습을 영상으로 봤는데. 제가 봐도 한심했다. 그 후 2-3개월 동안 슬럼프였다. 내 길이 아닌 것 같아 모든 걸 포기하려 했다.”
하지만 에이제이는 데뷔도 하기 전에 고민하는 건 어리석다고 판단했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대신 매일 레슨시간이 아닐 때도 8시간 정도 춤연습에 매달렸다.
그는 “나중에 발바닥을 보니까 살이 움푹 패여 있는데 발바닥이 그렇게 흉한지 몰랐다”고 웃으며 당시를 소개했다.
영광의 상처는 행운을 불러다 주는 법. 에이제이의 우상이던 비는 그의 열정을 높이 평가해 신곡 도입부의 안무를 만들어줬다.
“SBS ‘인기가요’ 연습실에 비 선배가 와서 ‘춤은 정말 잘 추는데 춤추는 것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충고를 했다. 그때 내가 부족한 점이 뭔지 깨달았다.”
비의 든든한 지원 덕분에 에이제이는 한층 멋있는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그를 몰랐던 소녀 팬들은 현장에서 화려한 무대에 탄성을 지르고 있다.
“누구에게도 실력으로는 지고 싶지 않다. 졌다고 생각하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 나중에 더 근사하게 놀기 위해서 쉼 없이 달리겠다. 지켜봐달라.”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