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국의사커에세이]풋볼디렉터제도를도입하자

입력 2009-05-08 07: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유럽 축구클럽들을 다니다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들 때가 참 많다. 그 중 하나가 축구클럽에서 주요 포스트를 차지하고 있는 풋볼 디렉터(Football Director) 제도이다. 클럽에 따라선 스포츠디렉터, 테크니컬 디렉터, 제너럴 매니저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국내 언론에서는 이를 단장, 기술이사 등으로 해석을 하지만 완벽한 번역은 아닌 것 같다. 풋볼 디렉터는 클럽에서 축구선수를 총괄 관리하는 사람이다. 스카우트들을 거느리면서 인재를 발굴하고 내보낼 선수를 선별하며 선수계약을 책임진다. 감독과 대등하거나 오히려 높은 위치에서 구단 운영진과 현장을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한다. 부러운 것은 제도가 아니다. 그 직책을 맡고 있는 사람들의 면면이다. 가장 핵심 보직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자리는 보통 클럽이 배출한 스타 출신이 맡는다. 그 중에서도 주장 출신이 많다. 팀에서 가장 오래 활약한 선수인데다 책임감이 강하고 클럽에 대한 애정도 특별하기 때문이다. 이영표가 속한 독일 BVB 도르트문트의 스포츠 디렉터 미하엘 조크(Michael Zorc)나 얼마 전 성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샬케04의 제너럴 매니저 안드레아스 뮐러(Andreas Muller) 역시 소속팀에서 400경기 이상을 소화한 주장 출신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설기현이 뛰고 있는 사우디클럽 알 힐랄의 제너럴 매니저 사미 알 자베르(Sami Al Jaber)는 알 힐랄에서만 20년, 국가대표로 15년간 163경기를 뛴 사우디축구의 영웅이다. 선수 에이전트로서 비즈니스 파트너는 바로 이들이다. 물론 거래를 트기가 쉽지는 않지만 한번 친해지면 문턱은 없어지고 금방 친구가 된다. 얼마 전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 차 수원에 왔던 상하이 선화의 테크니컬 디렉터 스탄(Stan)은 네덜란드인으로 2005년 이영표를 토트넘으로 이적시킬 당시 PSV 에인트호벤의 풋볼 디렉터였는데, 당시 나와 거의 매일 싸웠던 기억이 난다. 그래선지 더 친해지고 나이가 동갑이라는 걸 안 뒤부턴 아예 친구가 됐다. 그 친구 역시 PSV에서 1988년부터 10년을 중앙수비수로 뛰었다. K리그로 눈을 돌려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풋볼 디렉터라는 역할 자체가 없다. 고작 스카우트 한 두명에, 계약담당 직원이 있는 게 전부다. 리그 역사가 짧은 데다 한 클럽에 오래 머무는 경우도 드물어 상징적인 인물을 찾기도 쉽지 않다. 선수들도 죄다 은퇴 후 지도자만 바라보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언제까지 부러워만 할 것인가. 난, 홍명보가 포항 스틸러스의 풋볼 디렉터라면 구단의 가치가 벌써 몇 배 상승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지쎈 사장 스포츠전문지에서 10여 년간 축구기자와 축구팀장을 거쳤다. 현재 이영표 설기현 등 굵직한 선수들을 데리고 있는 중견 에이전트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