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 내곁에’ 하지원의 사랑이란… “한때 이서진 얼굴만 봐도 눈물이 흘렀다” 

입력 2009-09-26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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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크린을 대표하는 여배우가 된 하지원. 그녀가 1000만 신화를 이룬 영화 ‘해운대’에 이어 멜로의 계절, 가을을 맞아 새롭게 ‘내 사랑 내 곁에’를 내놨다. 상대역은 김명민. 영화 속 하지원은 탁월한 연기력에 생각의 깊이를 더해 한층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준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작품이든 아니든 사랑은 목숨 건 운명…양다리?체질상 못해요
‘내사랑’ 애끓는 이별…죽음 맞는 사람과의 사랑법을 알았다.
“오히려 대범한 것 같아요.”

11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으니 그 다음 작품에서는 당연히 부담이 클텐데 하지원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영화 ‘해운대’의 대흥행은 그녀를 더 많은 기도로 이끈 모양이다.

“마음 속으로 좋은 생각만 해요. 흥행의 성패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편이거든요. 대신 기도를 더 많이 하게 됐어요.”

‘해운대’ 이후 24일 개봉한 영화 ‘내 사랑 내 곁에’(감독 박진표·제작 영화사 집)로 다시 관객을 만나게 된 하지원. 그녀는 이렇게 겸손해 했다.

“내가 최고도 아니고 잘하지 못한다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거죠. 원 없이 아파하고 또 그렇게 즐겁게 일했다면 후회하지 않는 편입니다”고 말하는 그녀는 “그래서 흥행 스트레스는 없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그 웃음은 ‘내 사랑 내 곁에’에서 그토록 뜨겁게 흘린 눈물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극중 루게릭의 고통 속에서 죽음 앞에 놓인 남자(김명민)를 사랑하며 애끊는 이별을 준비해야 했던 그녀는 ‘하지원의 재발견’이라 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그녀의 열연에 관객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고 ‘내 사랑 내 곁에’는 그녀와 김명민으로 인해 더욱 순수한 사랑의 참맛을 전하게 됐다.


- ‘해운대’의 흥행을 뒤늦게나마 축하한다. ‘1000만 배우’라는 별칭 아닌 별칭이 붙게 됐다.

“관객과 만나는 느낌이 달라졌다. 만나는 사람마다 알아보고 인사하고. 1000만명이 봐야 이런 게 가능하구나 생각했다. 관객과의 만남이 더 친숙해졌다고 할까. 가까워진 느낌이다.”


-‘내 사랑 내 곁에’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게 됐다. 멜로영화인데, 사랑이 대체 뭘까.

“음…. 설렘? 사랑이 뭐라고 딱히 말할 수 없지만…. 마치 내가 작품을 기다릴 때 설레는 것처럼 기다리고 만나서 설레고 내가 좋아서 하는 것? 사랑은 운명이다. 미팅처럼 만들어지는 관계는 싫다. 자연스레 만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나 역시 운명적인 사랑을 기다리고 있다. 가식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작품 속에서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마음을 많이 여는 편이다. 배우 누구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작품 속 그 사람이 연기하는 캐릭터를 사랑하는 거다. 드라마 ‘다모’ 때는 카메라 앞에 서면 상대역인 이서진을 좋아했다.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났다. 하지만 카메라 밖으로 나와 옷을 갈아입으면 그런 생각이 없어졌다. 의상을 입고 바라보는 것과 평상복을 입은 그 사람을 보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


- 철저히 작품에 빠진다는 얘긴데.

“그렇다. 일단 연기를 시작하면 모든 귀를 닫는다. 배우 그 자체가 아니라 작품 속 그 사람만 보게 된다.”


-‘양다리’ 연애는 못 하겠다.

“(웃음)그렇죠.”


- ‘내 사랑 내 곁에’처럼 죽음을 예비하는 사람을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

“영화를 시나리오 순서대로 찍었다. 촬영 전에는 그게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촬영을 하며 시나리오를 읽을 때 미처 느끼지 못한 감정이 살아났다. 연민이나 동정이라면 그럴 수 없다. 김명민과 싸우는 장면에서 배우와 감독을 믿고 부딪쳤다. 연기하면서 실제로 화가 났다. 촬영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와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때 알았다. 정말 사랑할 수 있겠다는 걸. 루게릭병 환자들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슬프지만 그래서 더 밝은 모습이었다. 마음이 짠했다. 진짜 사랑이란 그런 게 아닐까.”


-살아가는 데 욕심이 별로 없어 보인다.

“난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다. 어머니께서 늘 ‘돈이 많으면 많이 쓰게 되고 적으면 적게 쓴다’고 하셨다. 남 아프게 하지 말라시면서. 그 때문인지 4남매 중 둘째인데 내 걸 먼저 챙기는 성격은 아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건 뭔가.

“음…. 아! 나다. 나! 내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나, 나 하지원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10년이 넘도록. ‘내 사랑 내 곁에’에서 난 술을 많이 마시는 캐릭터인데 그래서 촬영 전 편한 사람들과 술로 대화를 나눴다. 그러면서 몸이 어떻게 풀어지는지 알게 됐다. 또 대화를 하면서 날 돌아보게 됐다. 김명민이 몸무게를 감량해야 해서 함께 식사도 하지 못했다. 숙소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조금씩 나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그럼 뭔가 성숙해지겠다는 생각으로.”

SBS ‘패밀리가 떴다’의 우도 촬영을 마치고 전날 밤 서울로 올라온 하지원은 오전 인터뷰를 준비하며 바빴을 아침을 보낸 듯 다소 피곤해보였다. 하지만 그 피곤함을 애써 지우려 더욱 환한 웃음을 짓는 모습은 진솔했다. 영화 속 “슬프지만 그래서 더욱 밝은” 캐릭터를 여전히 안고 있는 것처럼 하지원의 그 환하게 웃는 얼굴은 보기에 좋았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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