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는 행복합니다’ 이보영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주눅 들어 살았다!’

입력 2009-11-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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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영은 주연을 맡은 ‘나는 행복합니다’를 두고 “멜로라기보다는 두 남녀의 소통을 그린 영화”라고 소개했다. 임진환기자| photolim@donga.com

감독님 어찌나 속 긁으시는지…덕분에 가장 리얼한 연기 나와‘연인’ 지성씨요? 내 부족함을 채워주는 사람
도회적이면서 세련된 분위기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얼굴. 헝클어진 머리칼, 삶의 무게와 고통이 안겨준 입가의 상처 그리고 창백하고 처연한 눈빛.

26일 개봉한 영화 ‘나는 행복합니다’(제작 블루스톰) 스틸과 포스터에서 드러나는 모습은 배우 이보영이 대단한 결심을 했음을 읽게 한다. 여배우로서 지닌 혹은 드러내고 싶은 외형의 욕망을 그녀는 처절할 만큼 감춰야 했다. 그러기까지 촬영현장에서 그녀는 주눅들어 살았다. 연출자인 윤종찬 감독의 호된 질책을 견뎌내며 비로서 온전한 캐릭터로서 매력을 가질 수 있기는 했지만 스태프 앞에서 혼나며 눈치를 봐야 했다. 마치 자신 때문에 배량이 늘어나는 것 같은 느낌에 몸둘 바를 찾지 못하기도 했다.

“감정적으로 자극을 주고 많이 (속을)긁어내더라. 신인도 아닌데…. 하지만 감정을 많이 드러내야 해 어쩔 수 없었다.”

긴 한숨을 내쉬며 촬영의 추억을 돌아다보는 이보영의 표정에서 얼핏 그리고 살짝 ‘나는 행복합니다’ 속 캐릭터의 모습이 묻어났다. ‘나는 행복합니다’는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채 과대망상증을 앓는 환자(현빈)와 그를 바라보는 정신병동 간호사의 이야기. 이보영은 직장암을 앓은 아버지를 돌보며 힘겨운 일상을 살아가는 간호사로 결코 벗어나지 못할 현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삶”에 절망할 수밖에 없다. 영화는 그 두 남녀가 서로의 상처를 조금씩 어루만지며 어렴풋한 혹은 세상에 없을지도 모르는 희망을 찾아나서려는 찰나에 막을 내린다.

캐릭터를 연기하며 이보영은 “정말 잘하고 싶었다” “이번엔 연기 좀 했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며 웃는 그녀는 감독의 질책 앞에서 “스스로 창피했”지만 “그 까닭을 알고 있었고 늘 날선 느낌으로 연기해낼 수 있었다”고 돌아본다.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폭발할 것 같은”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행복합니다’는 그녀가 “가장 리얼하고 캐릭터 속으로 깊게 들어간” 첫 영화가 됐다. 그리고 연기자로서 변화가 어떤 것인지를 실감케한다. 그런 힘겨움 덕분일까. 이보영에게선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듯했다. 이 때다 싶어 그동안 묵혀뒀던 질문을 던졌다. ‘왜 연인(지성)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느냐’고.

“창피하고 부끄러울 뿐이다. 뭐라고 얘기하겠는가. 또 처음 경험하는 것이라 뭐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사랑에 관한 물음에 내놓은 답변에서 그녀가 현재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감정의 한 단면이 드러나고 있었다.

“사랑? 내가 동경하는 그 무엇을 지닌 사람을 만나는 것. 부족함을 채워주는 사람.”

수줍은 듯 ‘나는 행복합니다’가 “멜로영화라기보다는 두 남녀의 소통을 그린 영화다”면서 “서로에 대한 공감과 연민, 이해를 담아냈다”고 말하는 이보영. 그녀는 이번에야말로 “확 변했다”면서 인터뷰 기사도 그렇게 써달라며 환하게 웃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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