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객 맞는 부친 임윤빈씨 “수혁아… 넌 언제나 멋진 아들이었다”

입력 2010-02-09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불러도 대답없는 수혁아! 박정태 롯데 2군감독(왼쪽)이 8일 10년에 걸친 투병 끝에 결국 세상과 작별한 후배 임수혁의 빈소를 침통한 얼굴로 찾았다.

“살아 있었다면 좋은 지도자가 됐을텐데…”
유인촌 장관·유영구 총재 등 조문 줄이어
오늘 발인…하남 가족납골당에 안치키로
아들은 비록 먼저 떠났지만 아버지에게 그는 언제나 늠름하고 멋진 아들, ‘임·수·혁’이었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전 롯데 포수 임수혁의 빈소가 마련된 8일 오후 서울 강동구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장례식장.

애써 슬픔을 억누르며 문상객을 맞던 부친 임윤빈 씨가 조문을 마친 유영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와 마주 앉았다. 이 자리에는 고인의 1년 선배로 대표팀과 롯데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었던 박정태 롯데 2군 감독도 함께 했다.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는 유 총재에게 임 씨는 “총재님도 찾아주시고, 곳곳에서 이렇게 많은 조화도 보내주셔 감사하다. 수혁이는 그래도 야구인으로서 많은 사랑과 혜택을 받고 살았다는 느낌이 든다”며 10년간 무의식 속 사투 끝에 하늘 나라로 떠나간 아들을 떠올렸다.

임 씨는 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이후, 경기가 있는 날이면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야구장을 찾곤 했다. 사고가 난 2000년 4월 18일, 잠실구장에서 아들이 쓰러지는 모습을 스탠드에서 멍하니 쳐다봐야만 했다. “(사고가 날 때) 여섯살이던 손주 놈이 이제 어느 덧 열여섯살이 됐다”던 그는 박 감독이 “수혁이가 살아있었다면 지금쯤 좋은 지도자가 돼 있을 것”이라며 “선배들의 사랑은 물론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훌륭한 선수였다”고 어렵게 말을 꺼내자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잠시 숨을 고르며 마음을 다잡은 임 씨는 “언젠가 롯데 이상구 단장하고 통화를 했더니, 살아 있었다면 지금쯤 코치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하더라”며 “비록 짧게 살다갔지만 주변에서 그렇게 봐주시니 수혁이가 헛되이 살지는 않은 모양이다. 내 아들이라 말하기 그렇지만 항상 긍정적이고 주변에 사람이 많았다. 지금도 그라운드를 지킬 수 있었으면 더 좋았으련만…”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무거운 표정으로 임 씨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유 총재는 ‘아직도 2군 경기장에는 제대로 된 응급차조차 갖춰 있지 않은 곳이 있다’는 말에 “2000년 사고 이후 야구장 응급체계가 그나마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부족한 게 있을 것”이라면서 “영국 프리미어리그처럼 응급수술을 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각 구단을 통해 더 안전한 야구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 주변에서 조언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한편 고인에 대한 추모 열기는 8일에도 계속 이어졌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KBO 김인식 기술위원장과 이광환 전 히어로즈 감독 등이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롯데 2군 선수들은 구단 버스를 이용, 단체로 귀경해 조문했다. 하일성 전 KBO 사무총장과 KBO 조종규 심판위원장도 빈소를 찾았다. 프로야구선수협회 권시형 사무총장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장례식장을 지켰다.

고인의 발인은 9일 오전 8시 열리고 하남 가족 납골당에 안치된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