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신 약속’ 지킨 볼트…한국 땅 사상 최초 9초8대 기록

입력 2010-05-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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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운데)가 19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 남자 100m에서 경쟁자들을 제치고 여유 있게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 100m ‘9초86’ 우승

조직위 기록 부탁에 “대회신 얼마냐”
입장부터 장난 포즈…4만여명 열광


한국 땅에서는 사상 최초로 9초8대 기록이 나왔다. 주인공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4·자메이카)였다.

볼트를 초청한 2010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 관계자들의 관심은 온통 그의 기록에 쏠려 있었다.

볼트의 시즌 첫 경기인데다가 그의 입장에서는 중요도가 크다고 할 수 없는 대회. 2009베를린세계육상선권에서 세운 9초58 보다 나은 기록을 기대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최소한 9초8대 이내의 기록을 세워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조직위 문동후 위원장은 볼트 측에 “기록을 좀 내달라”는 농담 섞인 압력(?)을 넣곤 했다. 그 때 돌아온 대답은 “대회신기록이 얼마냐?”는 것이었다. 관계자들은 ‘그 정도는 뛸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대구국제육상경기 대회신기록은 2009년 타이슨 게이(미국)가 세운 9초94. 결국, 볼트는 약속을 지켰다.

29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 하이라이트는 단연 남자100m였다. 관중석에는 볼트를 보기위해 약 4만 명(조직위 추산) 이상의 관중이 몰렸다. 처음 등장 때부터 여유가 넘쳤다. 관중들을 향해 손짓을 하며 스파이크 끈을 동여 맨 볼트는 장내 아나운서가 자신을 소개하자 얼굴을 가렸다가 다시 두 팔을 벌리는 등 특유의 장난기를 발휘했다. 대구스타디움은 더욱 달아올랐다. 볼트의 유일한 약점이라는 스타트. 총성과 함께 스타트블록을 박차고 나간 볼트의 반응속도는 9명중 8위(0.179).

하지만 중반 이후 특유의 가속으로 독주채비를 갖췄다. 결국 9초86으로 1위. 2위 마이클 프레이터(자메이카·10초15)와는 0.3초 가까운 차이였다. 한국에서 9초대 기록이 나온 것은 1988서울올림픽에서 칼 루이스(미국·9초92), 2009년 게이에 이어 3번째다. 볼트는 “관중들의 응원이 열정적이었다. 내년을 위해 힘을 비축해두는 한 해가 될 것 같다”며 2011대구세계선수권을 겨냥했다.

한국선수로는 남자 세단뛰기 김덕현(광주광역시청·16m87)과 남자 창던지기 박재명(대구시청·80m11), 여자 멀리뛰기 정순옥(안동시청·6m47)이 나란히 은메달을 따냈다.

대구|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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