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빈 빼닮은 응원단장 “두산이 우승하면…”

입력 2010-10-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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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 함성에 힘입어 힘껏 날아오른다” 영화배우 원빈을 빼닮은 ‘꽃미남’, 그러나 그의 손끝에 1만 관중은 하나로 뭉쳐 그라운드가 울리도록 함성을 지른다. 두산 응원단장 오종학 씨가 11일 플레이오프 4차전을 앞두고 잠실에서 힘찬 포즈를 취했다.

스피커 등 물량은 기본…소프트웨어 더 중요팬들 간절함 그라운드에 닿을 때 진정한 응원체중 5㎏ 줄었지만 팬들 열기에 아픔도 잊어온몸 던지는 선수들…이젠 우리가 기운 줄 차례
객석에는 무려 2만7000명. 1루 쪽에서 그를 응시하는 관중만 얼추 1만 여명이다. 팬들 위로 솟구친 무대 위에서 그는 현란한 몸짓과 입담을 뽐낸다. 하지만 그는 “나는 주인공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그라운드로 향하는 팬들의 시선이 잠시 ‘머물다’가는 것일 뿐”이라고 자신을 규정지었다.

어떤 종류이든, 잔치에는 가무가 빠질 수 없다. 그리고 가을잔치에서 그를 통해 팬들의 목소리는 ‘함성’이 되고, 팬들의 몸짓은 ‘군무’를 이룬다. 그의 말대로 “잠시 머물다 가는 것 뿐인데…”도. ‘관중석의 지휘자’ 두산 오종학(27) 응원단장을 플레이오프 4차전을 앞두고 만났다.

○그라운드까지 울림 닿는 응원하고파


경기 시작까지는 4시간을 남겨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응원 장비를 점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의 일과는 보통 경기시작 5시간 전에 플레이 볼. “포스트시즌에는 팬들이 경기시작 3시간 전부터 입장하시거든요. 그 전에 단상을 세팅해야지요. 정돈된 상태에서 팬들을 맞아야 하니까요.”

가을잔치에 더 큰 공력을 들이는 것은 선수들이나, 응원단이나 마찬가지다. 평소보다 2배 큰 음향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장비들을 준비했다. 단상 근처와 3층 관중석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극복하기 위해, 잠실구장 지붕 아래 기둥에는 스피커도 새롭게 장착했다. 돌림노래의 걱정은 없다.

하지만 물량은 응원의 기본 조건일 뿐. 그의 응원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를 더 강조한다. “큰 음량만이 강조되고, 응원단장이 여흥만 넣는 것이라면 그건 나이트클럽 DJ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꿈꾸는 응원은 팬 분들이 제 마이크가 되어주시는 거예요. 제 육성을 바로 앞에 계신 분들이 따라해 주시고 옆에 분, 또 그 옆에 분에게 전달이 되는 거죠…. 그래서 도미노처럼 서서히 하나의 목소리가 된다면….”

바로 전날이었다. 플레이오프 3차전 두산이 2-4로 뒤진 3회말 공격 1사1·3루. 유격수 앞 병살타로 물러난 김현수는 한동안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일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공수교대의 순간. 단상 위로 올라오던 치어리더들을 오 단장이 막아섰다.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으면…. 저도 감정이 북받치더라고요.” 어떤 화려한 응원의 문구도 필요가 없었다. 주먹을 불끈 쥔 그는 이렇게 외쳤다. “김!현!수!, 김!현!수!” 격려의 물감은 서서히 번져갔다. 그가 그리던 도미노…. 그리고 그 빛깔은 더 진해졌다. 모든 두산팬들이 덕아웃으로 향하는 김현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응원단장이 관중과 호흡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가 꿈꾸는 응원은 ‘이렇게’ 팬들의 간절함이 그라운드에 닿는 것이다.

○이젠 응원단이 선수들에게 돌릴 차례

시즌 전 66kg이던 체중은 5kg 이상 줄었다. 포스트시즌 한 경기의 체력소모는 선수 뿐 아니라 응원단장에게도 페넌트레이스의 배다. 그의 입술은 부르터 있었다. 식사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병원에 갔더니 스트레스성으로 수포가 생기는 거래요. 그래도 선수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죠. 좋은 경기만 한다면 이런 게 문제겠어요?”

전통적으로 점잖은 두산팬들이 응원대열에 합류할 때마다 그는 아픔도 잊는다. 이기고 있을 때는 누구나 보내는 박수. 하지만 경기 내내 팔짱을 끼던 팬이 패배한 선수들에게 기립박수를 보낼 때, 그리고 선수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건넬 때, 그는 “마치 내게 하시는 말씀인 것처럼 기분이 좋다”고 했다.

이제 그가 꾸는 가을 꿈은 단 하나다. “포스트시즌을 시작하기 전날이었어요. 잠실에서 우리 팀이 우승을 하더라고요. 저는 마지막 순간, 단상에서 기절을 했어요. 깨어나 보니 꿈이더라고요….” 응원단장 3년차. 2년 연속 SK에 발목을 잡힌 그의 한은 잠을 자는 동안에도 꿈틀거린다.

늦은 밤, 조명이 꺼진 야구장. 장비 정리를 마친 오 단장은 홀로 30분 간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하루를 마감한다. ‘내가 무엇을 잘하고, 또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따지는 반성의 시간이다.

“선수들이 준PO에서 리버스 스윕을 했잖아요. 저도, 그리고 팬들도 이제 자신감을 얻은 것 같아요. 지금의 우리 선수들처럼 열심히 했던 응원단장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가을잔치에서 선수들이 팬과 응원단에 전한 메시지. “이제는 다시 팬들이 기운을 줄 차례”라며 오 단장은 발걸음을 재촉했다.잠실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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