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율화의 The Fan] 비시즌 야구팬의 ‘4가지 겨울나기’

입력 2011-01-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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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팬에게 비시즌은 가혹한 시간이다. 곱게 빨아 놓은 유니폼을 각 잡아 다리고, 애꿎은 TV 리모콘을 만지작거리며 어떻게든 버텨 보지만, 야구팬에게 야구가 없는 세상은 그야말로 암흑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손가락 빨며 시즌 개막만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 선수들이 훌륭한 플레이를 위해 밤낮없이 훈련하듯, 우리 팬들도 보다 멋진 시즌을 맞이하기 위해 비시즌에 할 일이 있는 법이다. 여기, 비시즌을 알차게 견디기 위해 야구팬들이 해야 할 일들을 소개한다.

첫째는 건강관리다. 지난날들을 돌이켜보자. 시즌 중 당신의 건강상태는 어땠던가. 운동에 소홀한 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야구장의 수많은 패스트푸드에 아무런 저항 없이 몸을 맡기지 않았던가. 게다가 안타깝게도 역전패를 한 날에는 밤늦도록 분노의 술자리를 이어가기 일쑤에, 매일같이 반복되는 긴장과 이완의 사이클은 없던 흰머리도 생기게 할 정도로 강력하다. 다가오는 개막전에 우렁찬 함성을 지르기 위해서 몸을 만들어 놓을, 최고의 적기가 바로 지금이다.

두 번째, 많은 야구팬들의 비시즌 소일거리인 ‘지난 경기 다시 보기’를 빼놓을 수 없다. 뻔히 결과를 알면서 무슨 재미로 보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모르시는 말씀. 똑같은 영화라도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른 것처럼 야구 경기도 역시 마찬가지다.

세 번째는 시즌 중에 소홀히 했던 지인들과의 관계 개선이다.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중요한 경기를 앞둔 날에 마침 술 한 잔 하자는 지인들의 전화를 냉정하게 거절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야구가 아무리 소중하다 해도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의 인간관계도 중요한 법. 시즌 중에 다소 섭섭하게 만들더라도 영원히 매장 당하지 않도록 미리미리 점수를 따 둘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비시즌 야구팬의 재미라면 역시 ‘설레발’이다. 다가오는 시즌에는 나의 선수들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거라 믿을 수 있는 짧지만 달콤한 시간. 선수들 모두 저마다 최고의 기량을 보여줄 거라고, 특히 지지리도 속 썩이던 유망주들이 가을 햇살에 석류알 터지듯 터져 줄 거라 믿으며 라인업을 짜는 재미. 올 가을의 한국 시리즈에 대비하여 각종 방한 용품을 준비하는 이 시간. 설령 이번 시즌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도 어떠랴. 야구는 오늘도 내일도 우리 곁에 있을 것이며, 비록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 하더라도 야구가 없는 세상보다 100만 배 더 즐거운 시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구율화 변호사
야구선수들의 인권 보장을 위한 법과 제도 마련에 관심이 많다. 야구계 변방에서 꾸준히 팬의 목소리를 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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